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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국민의힘 원로 3人이 말하는 ‘한동훈의 힘’ 

“尹에 실망한 당심, ‘변화’ 선언한 韓에 기대 걸어”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송선교 인턴기자
“당심 63% 지지는 ‘구태의연한 보수 정당’과 결별하라는 의미”
“韓, 각종 현실 문제에 제대로 대응 못하면 지지율 떨어질 수도”


▎한동훈 당대표 팬카페 ‘위드후니’ 가입자들에게 한 대표는 정치인보다는 유명 연예인에 가까웠다. 한 대표가 지난 7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순항하고 있다. 당 대표 당선과 동시에 살림을 총괄할 사무총장에 친한(親韓) 성향의 PK 재선 서범수 의원을 앉힌 한 대표는 친윤계 인사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대신 대구 출신 4선 김상훈 의원을 임명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언론인 출신 ‘친한계 원외’ 인사인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을 낙점해 최고위원 다수를 친한계로 확보했다. 이어 8월 1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여의도연구원장에 유의동 전 의원을 내정하고, 중앙윤리위원장에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당무감사위원장에 유일준 변호사, 홍보본부장에는 제일기획 출신 장서정 전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 대표를 각각 임명했다. 대부분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로써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63%의 당심-민심’에 기초한 한동훈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정치 경력 8개월에 불과한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20여 년 차의 베테랑 정치인들(나경원·원희룡·윤상현)을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결선투표를 치를 것이란 전망이 무색하게 62.83%를 득표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43.82%)와 김기현 대표(52.93%)의 득표율보다도 높은 수치다. 한 대표는 여론조사(63.46%)와 당원 투표(62.65%)에서 모두 압승했다.

보수층 민심이 한 대표로 확 쏠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검찰 선배이자 정치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을 제치고 한 대표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 신인 ‘한동훈의 힘’의 원천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우선 한 대표의 매력과 강점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한 대표의 팬 카페 ‘위드후니’에 회원으로 가입, 약 열흘간 눈팅만 하며 지켜봤다. 위드후니 가입자 수는 놀라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 8월 15일 오후 기준 ‘위드후니’와 ‘재명이네 마을’의 가입자 수는 각각 9만3640명과 20만6018명이다.

연예인 팬카페 방불케 하는 ‘위드후니’

팬카페에 올라오는 게시글은 한 대표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한 대표님은 기타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가 통기타를 메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자, 댓글난에는 “한 대표는 못 하는 게 무엇이냐”, “존경한다”, “볼매(볼수록 매력의 줄임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일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를 옹호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을 두고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재격돌하자 ‘한동훈 기사모음 게시판’에는 “용산 뜻대로 안 될 것”, “한동훈 뒤에는 국민이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기자가 열흘 동안 지켜본 결과 ‘위드후니’ 가입자들에게 한 대표는 유명 연예인에 가까웠다.

다음으로, 오랜 기간 보수정당을 지킨 원로들에게 ‘정치인 한동훈’이 보수진영의 선택을 받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먼저 최근까지 당을 이끈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한 대표에 투영됐다”고 짚었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는 올해 만 51세다. 60대에 접어든 나머지 후보들보다 무려 10년이 젊다”며 한 대표의 젊음이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안 전 시장은 “보통 정당 정치에서 새로움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년 전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다만 ‘젊음’이 한 대표의 유일한 승리 비결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가 단순히 젊다는 이유로 승리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한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어필한 이미지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60대가 투영하는 이미지와 50대가 투영하는 이미지는 분명 다르다”며 “정치가 변화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한 대표의 ‘50대 이미지’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뀐 것도 한 대표의 승리 원인”이라며 “과거 흑사병 페스트 이후 유럽의 앙시앵레짐이 무너진 것처럼 시대가 변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정치적 혁명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제를 의미하는 ‘앙시앵레짐’은 프랑스혁명 이전 프랑스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황 전 위원장은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윤상현 의원 모두 훌륭한 정치인”이라면서도 “민심은 새로운 바람에 기울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변화 갈망’ 강풍에 올라탄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함께 걷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대표가 과반인 62.83%를 얻은 비결에 대해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새로움’을 지목했다. 정 전 의장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새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며 “한 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젊을 뿐 아니라 인상도 좋다. 대표로 선출되는 데 이러한 점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황 전 위원장도 “한 대표는 경쟁했던 타 후보(나경원·원희룡·윤상현)와 선명한 차이가 있다”며 “한 대표는 타 후보들과 달리 전당대회 기간 새로움, 즉 변화를 약속했다. 사실 한 대표가 내세운 변화가 무엇인지는 다소 애매하다”면서도 “그래도 민심은 변화를 약속한 후보에게 쏠렸다”고 설명했다.

안 전 시장은 “당원들이 차기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라며 당대표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안 전 시장은 “당원들이 힘을 실어줘야 대표가 성과를 소신껏 낼 수 있다”며 “대표가 높은 지지를 얻어야 성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보수정당 이미지도 한 대표를 소환하는 데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정 전 의장은 “사실 보수당은 구태의연하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보수당이 살기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다. 당원들이 그런 점에서 한 대표를 지지한 것”이라고 짚었다.

‘위드후니’ 등 한 대표의 강성 팬덤 탄생 원인에 대해 황 전 위원장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팬덤을 탄생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팬덤은 기존 정치의 구태를 탈각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짚었다. 안 전 시장은 “한 대표의 개인 역량도 팬덤 형성에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위드후니의 탄생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개딸’(개혁의 딸들)에 대한 반발 심리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며 위드후니와 개딸의 탄생이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정 전 의장은 “팬덤은 양날의 검”이라며 “팬덤은 좋은 점도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인데, 강성 팬덤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팬덤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의 경우 다소 애매해도 ‘변화’를 외쳤기 때문에 위드후니 등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며 “한 대표, 이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인도 충분히 강성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검사 출신이면서도 한 대표가 짧은 시간 내에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안 전 시장은 “한 대표는 ‘말의 정치’에 대단히 능하다. 언어 구사력과 설득력이 여당 지지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봤다. 한 대표는 과거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야당 의원들과 수차례 격돌했다. 당시 한 대표의 모습이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분노를 일으킬 수 있으나, 여당 지지자들에게는 통쾌함을 안겼다는 것이다. 안 전 시장은 “한 대표가 소통을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당대표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국민들은 소통이 잘 되는 정치인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와 달리 윤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는 데는 당대표와 대통령 직분이 갖는 구조적인 차이도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양한 문제를 현장에서 부딪혀야 하는 자리”라며 “반면 한 대표는 대통령과 달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달리 집권여당 대표의 경우 책임질 사안이 적다는 설명이다. 안 전 시장도 “물론 대통령도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윤 대통령은 ‘소통을 잘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며 ‘반윤’ 프레임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바라봤다.

이 같은 점에서 한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가 현역 장관을 맡거나 각종 현실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대표가 향후 공직에 당선되가나 임명될 경우 현재의 인기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로들은 한 대표가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화합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당정 관계 전망을 묻는 말에 황 전 위원장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윤 정부의 성공이 곧 한 대표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시장도 “과거 대통령과 여당이 차별화를 시도했다가 나쁜 결말을 맞은 사례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의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당시 김 대통령과 갈등 관계를 이어간 이 총재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자멸한 점을 언급했다.

“韓, 이회창 반면교사 삼아야”

안 전 시장은 “만약 한 대표 주위에 윤 대통령과 차별화할 것만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에 대해서도 “김 전 도지사 복권 문제는 얼마든지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짚었다. 황 전 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했다. 황 전 위원장은 “여당 대표의 역할은 대통령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며 “당대표가 된 다음에는 개인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 당대표는 당을 위한 정치를 하는 자리”라고 주문했다. 이어 “앞으로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협조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또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전 의장은 김 전 도지사 복권 문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드루킹 사건은 민주주의 핵심을 뒤흔든 중대한 범죄”라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은 “물론 당정 관계는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당과 대통령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다. 당은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대통령도 당의 도움으로 당선된 만큼 서로 협의를 통해 정국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송선교 인턴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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