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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하라다 미노루 창가학회 회장 

“생명 존엄·세계 평화 가치 공유하는 모두와 함께할 것”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만나 종교 간 대화 새 이정표 세워
한·일·아시아 우호 위한 교류 행사 내년 한국서 개최


▎하라다 미노루 창가학회 회장은 2006년 11월에 6대 회장으로 취임해 20년 가까이 창가학회를 이끌며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대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 사진:창가학회
하라다 미노루 창가학회 회장은 2006년 11월에 6대 회장으로 취임해 20년 가까이 창가학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초대 회장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와 2대 도다 조세이, 3대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으로 이어진 평화 정신을 계승해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취임 직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라다 회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종교를 넘어 세계 평화를 위해 다양한 운동과 교육사업을 펼쳐온 창가학회의 한 세기 가까운 여정에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종교 간 대화의 새 이정표를 세운 하라다 회장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종교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두 분의 회견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견은 제게도 50년 만의 염원을 이룬, 커다란 결실을 거둔 회견이었습니다. 저의 스승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예전부터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대화를 지향해 오셨는데 1975년 당시 교황의 초대를 받아 바티칸에서 회견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도 당시 그 회견 준비를 맡은 한 사람이었습니다만, 여러 사정에 의해 결국 회견은 실현되지 못했지요.

훗날 이케다 선생님은 당시를 회상하시며 ‘이 회견이 실현되었다면 세계 평화에 대해 얼마나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졌을까’라고 술회하셨습니다. 이번 회견은 이케다 선생님의 그러한 염원을 50여년 만에 실현하고 선생님이 바라시던 평화를 위한 대화를 또 한 번 달성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깊은 감회를 느낍니다.”

보편적 가치 실현 위한 활동이 종교 간 대화 마중물


▎2024년 5월 10일 바티칸 사도궁전에서 하라다 미노루 창가학회 회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바티칸
이번 회견을 계기로 창가학회와 가톨릭은 앞으로 어떤 교류와 협력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우리는 인류의 공통된 염원인 평화를 위해, 또 지속가능한 지구의 존속을 위해 핵무기 폐기는 물론 인도(人道), 인권, 기후변화 등 여러 과제에 대해 시민사회에 발판을 두고 풀뿌리 차원의 교육 활동을 일관되게 지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활동 속에 ‘생명 존엄’과 ‘세계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을 배경으로 하는 평화단체 여러분과도 협력 관계를 맺어왔지요.

예를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도로 2017년 바티칸에서 개최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통합적인 군축을 위한 전망’ 국제 심포지엄에 SGI로서는 처음으로 초청받아 참여해 깊은 교류를 맺었습니다. 또, 가톨릭 교회의 신도 단체인 ‘성(聖) 에지디오 공동체’와는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10년 이상 함께해 왔습니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그 외의 여러 나라와 핵무기 폐기, 환경보호, 사형제도 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연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각지에서 이런 착실한 활동을 해 나감에 있어 가톨릭을 비롯한 다른 여러 종교 관계자들, 또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NGO 관계자들과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구상에서는 지금도 전쟁의 참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호소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저서, 소설 [인간혁명]과 [신·인간혁명]의 첫머리에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전쟁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전쟁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평화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평화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평화야말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근본의 제일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한 문장에 평화를 위한 근본이 되는 사상과 지표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가학회는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종교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가학회에서는 종교 본래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본래 종교의 역할은 인간을 더 강하고, 선하고, 지혜롭게 만들어가는, 즉 인간을 위해 그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50여 년 전인 1972년, 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행동으로 옮기셨습니다.

이 발표에서 선생님은 ‘종교·신앙의 차이가 있더라도 저는 인간의 양심 위에서 평화를 위해,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 목적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항구평화 실현을 위해, 그리고 현재 이 지구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 세계 종교계 분들과 진심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 자리에서 강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제35회 본부 총회)라고 호소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이케다 선생님은 오랜 세월 동안 동서 각계의 리더 및 식자들과 대화하셨고 세계 종교의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거듭하며 우정을 쌓아 오셨습니다.

종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파괴하는 것, 특히 전쟁을 막기 위해서 종교인이라면 더욱 협력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스승의 정신을 이어받아 평화를 위해 종교 간 대화를 더욱 지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종교 간 협력으로 사람의 행복 파괴하는 전쟁 막아야”


▎하라다 회장 일행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견에 앞서 5월 9일 로마에 있는 성 에지디오 공동체 본부에서 공동체 창설자인 안드레아 리카르디 교수와 회견하고 있다. / 사진:창가학회
스승으로서의 이케다 회장, 그리고 리더로서의 이케다 회장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애정과 배려를 담아 대해주신, 굉장히 따뜻한 인간적 매력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케다 선생님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스승 도다 선생님이 계셨는데, 도다 선생님에 대해 이케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사제(師弟)의 준엄함을 접할 때마다 저희도 마음가짐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 세상에서 비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 싶다’는 은사 도다 선생님의 바람을 자신의 염원으로 삼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평화를 위해 오직 위대한 이상에 불타며 신념을 관철하신 사자왕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지금도 그때그때 하신 선생님의 엄애로운 말씀들이 제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케다 선생님은 각국 정상을 비롯한 각계 지도자, 식자들을 만날 때에도, 또 거리의 보통 사람을 만날 때에도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항상 일 대 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선생님은 모든 사람에게 갖추어진 ‘선성(善性)’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개인의 존엄성을 찾아내고자 하는 보살도(菩薩道)의 실천자로서 모범이 되는 분이셨습니다.”

“한·일 양국의 깊은 신뢰가 세계 평화에 기여 확신”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은 핵무기 폐기와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하여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강조했다. 1987년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무기-현대 세계의 위협’展에 참석한 이케다 회장. / 사진:창가학회
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인간의 정신성보다 기술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첨단 기술과 인간의 본질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과거 이케다 선생님이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박사, 로마클럽의 아우렐리오 펫체이 박사와의 대담에서도 언급하셨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곧 인간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라는 목적을 잊고 만다면, 반대로 과학기술에 인류가 휘둘리고 말 것이라고 오랫동안 경종(警鐘)을 울려오셨어요.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더욱 요구되는 관점은 항상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라는 원점을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이러한 기술을 취급하는 ‘인간 정신’의 변혁과 향상, 즉 ‘인간혁명’의 철학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인류사회가 이 관점을 놓치지 않는 한, 기술발전은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 믿습니다.”

한·일 양국의 우호교류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케다 선생님은 젊은 시절에 도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심경을 떠올리시며 우리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6·25전쟁으로 비탄에 허덕이는 한반도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본 군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지배의 상처가 남아 있는 귀국과의 사이에 평화, 우호의 무지개 다리를 건설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1990년 당시 반일감정이 강했던 한국에 이케다 선생님이 처음 방문해 서울에서 열린 [서양회화명품전] 개막식에 참석하셨습니다. 그 인사말 중 ‘귀국은 일본에 있어 문화의 대은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이케다 선생님은 ‘형님의 나라’, ‘스승의 나라’라고 한국에 존경심을 표하시고 문화 및 교육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일 국민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오랜 세월 진력해 오셨습니다.

양국의 우호와 신뢰관계가 넓어지고 깊어질수록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올해 5월에는 일본 청년 100명이 한국을 방문해 우호 교류를 가졌습니다. 또한 내년 8월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각국 대표들이 한국에 모여 교류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케다 선생님의 깊은 염원을 더욱 실현하기 위해 특히, 미래를 짊어질 청년에 초점을 맞추어 앞으로도 깊은 교류를 맺어가고자 합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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