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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채 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 변호인 정구승 변호사 

“대통령실에 임성근 구명 청탁한 인물 또 있을 것”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수사외압 스모킹건은 이시원 가능성… 통신조회 신청해도 대통령실 문턱만 가면 막혀”
“임성근 사단장이 사용하던 폰만 3개… 차명 폰 여부 등 특검에서 밝혀내야 할 의혹 많아”


▎박정훈 대령 변호인인 정구승 변호사는 8월 6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군 검찰단이 아니라 변호인단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고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사고부대의 총책임자인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이첩하려 했으나,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개인번호로 전화를 건 직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정된 언론 브리핑은 물론 사건 이첩까지 모든 절차가 중단됐다.

대통령실의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윤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한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종호씨를 구명 루트로 지목한 바 있다. 해당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만큼 정황상 이씨가 ‘포스타’(4성 장군)로 키우려던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청탁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가 이를 전면 부인하며 김 변호사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월간중앙은 박 대령의 또 다른 변호인 정구승(36) 변호사를 만나 구명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의 주장에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점검했다.

박정훈 대령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초기 수사에서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지난해 7월 15, 16일 회의 기록을 보면 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대대는 피해가옥 지원과 도로복구 수준의 대민 지원을 수행하는 것으로 논의가 됐다. 대대급 이하 간부들도 실종자 수색 임무는 부여받은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포병대대는 갈퀴, 삽, 장화 등만 챙기고 현장에 출동했다. 그런데 18일 임성근 전 사단장이 다른 부대를 현장 지도하면서 군 간부들에게 병력을 집중 투입하라고 질책했고, 그 후에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사고가 터졌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수뇌부의 무리한 수색 지시가 사고로 이어진 정황이 있으므로, 박 대령은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의 혐의를 수사해보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경찰에 이첩한 것이다. 그런데도 임 전 사단장은 ‘지도’만 했다고 항변하는 중이다.”

물에 들어가라고 누가 지시했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의 현장 방문 후 포11대대장은 ‘사단장이 다시 전화로 지시하고 있다’며 바둑판식으로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탐색하라는 내용을 간부 단톡방에 올렸다. 본인들이 정한 입수 금지 원칙이 깨진 것이다. 그런데 재판에서 임 전 사단장과 7여단장은 둑 밑의 길로 가라고 한 것이지, 물에 들어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통신 기록을 보면 박 대령이 초기 수사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하자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수뇌부 간 통화가 수차례 이뤄졌는데?

“결과만 놓고 보자. 통화 이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한 임 전 사단장이 업무에 복귀하고 해병대는 경찰로 넘어간 사건을 회수해 과실치사 혐의자 목록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시켰다. 반면 박 대령은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고발돼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게 됐는데 이게 외압이 아니면 무엇을 의미하겠나?”

“尹 격노 후 언론브리핑·사건 이첩 다 중단됐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박 대령의 초기 수사 보고서를 확인하고 격노했다는 의혹은 실체가 있는 건가?

“통신 기록을 보면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뭔가에 쫓기듯 사건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에 나선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임 전 사단장 등을 주요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은 물론, 초기 수사 결과 경찰 이첩 등 예정된 절차를 모두 취소시킨 것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였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격노는 사실로 인정될 만큼 입증됐다.”

일정 취소 이후 이종섭 전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가 최근 재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당시 회의에는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 핵심들과 해병대 관계자로는 유일하게 정종범 전 부사령관이 참석했다. 그때 정 전 부사령관은 이 전 장관의 지시 사항을 메모로 남기는데, 이러한 지시 자체가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관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가 된다.”

법리적으로는 어떤가?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에 지시할 권한이 있나?

“군인 사망사건에 대해선 국방부 장관에게 결재 받을 이유가 없다. 국방부가 이첩 보류를 지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전 부사령관이 이 전 장관을 만나고 온 뒤 판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통신 기록을 살펴보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간 소통의 중심에는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 등에서 사실상 모든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는가?

“기본적인 원칙을 따진다면 국방비서관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게 맞고, 그런 점에서 임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간 연결고리이자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였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수사외압 의혹에서 임 전 비서관의 윗선인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역할을 했을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우리도 이 의혹의 스모킹건을 이시원 전 비서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에서 이 전 비서관에 대한 통신 기록 조회 신청을 기각했다. 임 전 사단장이나 이 전 장관까지는 그대로 통과되다가 대통령실이 나오니까 제동이 걸린 것이다. ”

사실 대통령이 일개 사단장을 비호해서 얻는 이익이 뭐가 있다고 외압을 넣었겠느냐, 이런 의견도 있다.

“우리도 의문이다. 사퇴를 표명하고 무단결근한 임성근의 근태를 정상적인 휴가 처리로 바꿔줄 만큼 대통령이 무리하면서까지 챙기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하지만 이종호 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대통령실로부터 이종호에 무언의 압박 있었을 것”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3월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종호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직접 챙길 만큼 긴밀한 관계임이 판결문에서 적시된 인물이다. 그런 이씨가 2023년 초 해병대 전역자들이 모인 ‘멋쟁해병’이라는 단톡방을 개설했는데, 같은 해 7월경 채 상병 사건이 발생하자 “임성근은 포스타(대장)를 달아야 한다”며 “자신이 직접 VIP에게 얘기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단톡방에 올리면서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루트로 언론에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이종호 씨는 최근 구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로부터 무언의 압박이나 일종의 논의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최소한 이 사건이 확산되길 바라지 않는 세력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종호 씨의 통신기록을 입수하면 간단히 설명되는 의혹 아닌가?

“사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군 검찰단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변호인단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재판부에 수사외압 의혹 당사자들의 통신기록을 꾸준히 신청하고 내역을 살피지 않았다면 의혹조차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종호 씨의 증거 보전 신청은 재판부에서 기각했다. 기록만 확인한다면 이씨의 로비가 벌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임 전 사단장의 통신기록을 확보했지만 관련 통화는 없었는데….

“임 전 사단장은 자기 명의로 보유한 휴대폰이 2개, 군 업무에 사용되는 비화(비밀통화) 폰까지 총 3개를 쓰고 다녔다. 그러니 또 다른 차명 폰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각에선 이종호 씨가 대통령실에 청탁을 넣을 만한 영향력을 지녔는지 의문을 품는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으로 김 여사와의 연결성이 확인되는 만큼 영향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5월경 대통령 내외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후 재건사업을 논의하기 전날 이종호 씨는 단톡방에 우크라이나 호재로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할 거라고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대통령 내외의) 방문 직후 주가가 급등했기에 이씨가 입수한 내부정보 출처가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씨는 사석에서 대통령 내외를 자신들이 결혼시켰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려올 만큼 평소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

공수처에 따르면 민주당 모 재선 의원은 김규현 변호사를 가리켜 “이것(구명 로비 의혹)을 기획하고 작업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해당 의원이 단톡방 멤버와 통화 중 삼부토건이나 구명 의혹에 대한 크로스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표현이 나온 거로 안다.”

“실체적 진실 규명 위해 특검 불가피”


임 전 사단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가 외사촌인 박철완 검사의 법률 자문을 받은 후 선서하는 등 현직 검사의 조언을 듣고 있다. 법리적으로 문제의 소지는 없나?

“박 검사는 임성근 구명 카페에서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을 비호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벌인 거로 추측된다.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고,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임 전 사단장의 통신기록을 조회해보니 그가 용인시에서 윤 대통령과 친한 법조인을 만난 것으로 의심되는 날 박 검사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저희는 해당 법조인이 군 검찰단이 사건을 회수한 다음 날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를 나눈 만큼 임 전 사단장의 또 다른 구명 루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임 전 사단장은 고석 변호사가 원장으로 있는 용인시 수지새미래연구원 사무실 부근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동갑이며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까지 지낸 만큼 군 사정에 능통하며, 윤 대통령과는 사담을 나눌 정도의 친분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총선에선 국민의힘 용인병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야권에선 고 변호사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루트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당시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박 검사는 “임성근은 고석 변호사가 아니라 당시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에 있던 저를 만나러 온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민주당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선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제3자 특검’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어느 쪽이 더 적절하다고 보는가?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법원장 추천 특검이 잘된 적이 없었다. 또한 피의자와 연관이 있거나 우호적인 사람에게 특검을 맡기는 것은 피의자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당사자가 결백하다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특검을 맡겨 사안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맞다. 그러면 여든 야든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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