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월간중앙이 주목한 22대 국회 뉴리더(4)] ‘보수 유망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순풍 포럼’ 창립 주도… “주거 문제 해결에서부터 저출생 실마리 찾을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검찰의 김건희 여사 조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뒤늦은 사과였다”
“한동훈 대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에 민감한 정당 탈바꿈해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7월 4일, 국민의힘 의원 중 김재섭(37·서울 도봉갑) 의원만이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론인 ‘보이콧’에 따라 본회의장을 퇴장한 뒤였다. 이는 ‘정치인 김재섭’을 규정하는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표결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에 가까운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왜 김 의원은 당론에 따르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을까? “채 상병 특검은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특검법안은 잘못됐다고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보수 유망주’로 꼽히는 김 의원을 만났다.

당론 ‘보이콧’ 따르지 않고 본회의장서 반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4일 도봉구 창동에서 김재섭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개월여 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채 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에 대한 본회의 표결이 있었던 날이다. 우리 당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모두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만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이었다. 그때 본회의장 상황판에 유일하게 빨간불이 들어왔다. 300개 중 제가 던진 유일한 반대표였다.”

커뮤니티 등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우리 당 지지자들에게도 욕을 엄청 먹었다. 하지만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채 상병 특검은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특검법안은 잘못됐다고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한동훈 지도부는 채 상병 특검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한동훈 신임 대표는 ‘제3자 주도 채 상병 특검법 발의’라는 일관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내는 것이 우선 과제다. 저는 민주당이 ‘제3자 주도 채 상병 특검법’을 받을지 궁금하다. 만약 받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의 규명이 아닌, 정쟁화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민주당이 앞서 두 차례 발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세 번째 특검법에는 그동안 드러난 범죄 혐의들도 수사 대상에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의 특검법 수사 대상 항목을 보면,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여사) 등에게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사건’이 명시돼 있다. 수사 대상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포함된 것이다.

정부·여당은 왜 민주당 법안을 받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입법부가 사실상 수사권을 갖는 것으로 위헌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아무리 채 상병 특검의 목적이 숭고하더라도,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해서는 제3자가 추천하는 특검, 수사 범위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말기에 국민의힘의 중재안을 거부하더니, 22대 국회에서는 위헌성이 더욱 강화된 특검법을 내놓으면서 우리 당이 받지 않는다고 프레임을 걸고 있다.”

왜 민심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등 야권에 힘을 실어줬을까?

“정부의 방향성이 옳더라도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결국 정치는 디테일을 조정하는 과정인데, 방향성이 옳다고 모든 것이 익스큐즈(Excuse·양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우리 당은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실 경호처에 속하는 건물에서 조사가 이뤄져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 검찰 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고 보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뒤늦은 사과라고 생각한다. 김 여사 입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니 검찰 조사를 받는 방식으로 국민께 사과의 마음을 표시했다고 생각한다. 외형이 검찰 조사였을 뿐이지 그 본질은 사과였다. 현 영부인이 검찰 조사를 받은 일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고, 강제성이 없는 조사였기 때문에 김 여사의 결단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사과는 하는 사람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되고 받는 사람이 기준이 돼야 한다. 사과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제 생각에는 국민이 사과라고 충분히 인식할 만한 형식이 아니었다. 국민이 검찰 조사라는 사과 형식이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사과할 필요가 있다.”

1987년 서울 도봉구 창동 출생인 김 의원은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진학했다. 바른정당이 주관하던 청년정치학교에 다니다가 2020년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창당에 참여한 그는 22대 총선에서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 이후 16년 만에 보수 정당 소속으로 도봉갑에서 당선됐다. 강북 지역의 유일한 국민의힘 당선자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가 예상됐지만,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한동훈 지도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은 수도권에서 사실상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통적으로 강세 지역이었던 강남을 제외하면 속된 말로 쓸려버렸다. 국민의힘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중수청’ 표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한동훈 대표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방향성 옳더라도 민심 세심히 살펴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4일 오후 ‘채 상병 특검법’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이콧한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뒤 퇴장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 김재섭’을 규정하는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 3040세대 수도권 낙선자들이 주축이 된 모임 ‘첫목회’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다.

“첫목회는 중수청을 표방하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다. 회원들은 쟁쟁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소위 우리 당의 험지에 출마해 낙선했다. 국민의힘 낙선자들 대부분이 제 또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은 당일 출구조사는 7%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개표 결과 1000여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자칫 잘못하면 낙선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제가 지금 원내이긴 하지만, 보수의 험지에서 한끗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선자보다 낙선자의 마음에 더욱 가깝다.”

첫목회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모이는 모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보수 개혁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어젠다를 내세워야 하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당이 연금, 기후,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순풍 포럼’을 창립했다.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따온 순풍 포럼은 순풍에 돛 달 듯 간다는 의미와 아이 많이 낳자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박준태(연구책임의원)·조지연·박충권, 민주당 전용기, 개혁신당 천하람 등 이제 막 아이를 낳은 3040세대가 주축이다. 김 의원은 “다른 저출생 관련 연구모임보다 현실적·입체적·구체적 방식으로 효과적 해결책을 내는 구심점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정치권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

“저출생 문제는 볼링에 비유하면, 볼링핀 10개를 다 쓰러뜨려야 해결되는 문제다. 그런데 핀 하나하나가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주거, 일자리, 문화 등 여러 문제가 혼재돼 저출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각도로 해결해야 저출생 문제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다만 볼링에서도 킹핀(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기 위해 맞혀야 하는 핀)이 있는 것처럼 핵심적인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주거 문제 해결이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도봉구민에게 ‘자랑스럽다’ 듣고 싶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우리 도봉구에서 자랑스러운 정치인 나왔네’, ‘큰 인물 나왔네’라고 뿌듯해하실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지역구인 도봉갑도 현안이 재건축이다.

“그렇다. 1980년대 후반 수도권에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면서 도봉구에 대규모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섰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러 재건축 연한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대로다. 도봉구를 비롯해 서울에 재건축·재개발이 매우 부족하다. 결국 국토균형발전에 따른 규제 때문인데, 저는 어설픈 평균주의에 사로잡혀서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밀어줄 때는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재건축 추진위원회 위원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또 서울시 등과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도봉구 주민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뽑아놨더니 참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 도봉갑은 민주당이지만 제가 존경하는 김근태 의장이 3선, 그와 민주화 동지였던 인재근 여사가 또 3선을 한 지역이다. 도봉구 주민께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보수 정당 소속인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것이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중 도봉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봉구 주민들이 느끼는 각별함과 기대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 도봉구에서 자랑스러운 정치인 나왔네’, ‘큰 인물 나왔네’라고 뿌듯해하실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