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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야설천하④ - 마음을 치료하는 한의사 임형택 

심장 강해야 정신도 강건, 차 마시면 우울한 심장에 화색 돈다 

글·조용헌 원광대 불교학 박사 사진·김현동 월간중앙 기자
국민 상당수가 상기증(上氣症), 화(火)가 위로 치솟는 증상에 시달려… 일상에서 차를 자주 마시면 대부분의 정신질환에 큰 효과 볼 수 있어

▎임형택 원장은 “ 오행의 기준으로 볼 때 화를 내리는 것이 물이고, 차를 마시는 행위는 물을 흡수하는 가장 자연스런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의사 임형택은 심장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신(神)과 장부(臟腑)가 서로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정신병이라는 형이상학적 증상을 고치기 위해서는 심장을 강화하는 형이하학적 처방이 필요하다. 차는 심장을 보하는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처방 중의 하나다.

동양학에도 강단동양학(講壇東洋學)과 강호동양학(江湖東洋學)이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어느 글에서 주장한 적이 있다. 강단동양학이 대학의 강단에서 통용되는 동양학이라면, 강호동양학은 우리의 일상 삶에서 유통된다. 우리나라 대학은 서양 대학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므로 강호에서 실제로 유통되던 분야를 담아내지 못하였다. 강단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과목이 바로 한의학, 풍수, 사주명리학이다.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이라고 나는 이름 붙였다.

한의학은 1970년대 초중반에 경희대나 원광대에서 한의학과가 생기면서 학문적 시민권을 얻었다. 제도권 커리큘럼 내로 진입한 셈이다. 풍수는 서울대에 있던 최창조 교수가 영주권을 얻게 해주었다. 명리학은 아직 불법체류자에 해당한다. 불법체류자는 일제단속이 시작되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신(迷信)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현재 강호동양학의 주인공은 한의학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 무렵까지 한의대는 성적이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가는 학과였다.

한의대에 들어가면 음양오행 공부가 필수이고, 이 음양오행이라는 사고체계를 가동시키면 풍수와 명리학도 모두 이해가 된다. 한의학을 제대로 하려면 인접분야인 풍수와 사주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저절로 알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 필자는 한의사들을 만나면 이야기하기가 제일 편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했던 사람들이라 스토리가 산만하지 않고 정리되어 있다.

동양학에 대한 콘텐트는 한의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의원을 하면서 임상경험도 축적되어 있지 않은가. 내공은 임상경험에서 온다. 임상은 진검승부다. 목검승부가 아닌 것이다. 돈 받고 환자를 본다는 것은 진검승부에 해당한다. 낫느냐, 낫지 않느냐?

성인들도 자식은 못 가르쳐

필자의 막내딸이 외고에 다니다가 적응을 못해서 음식을 잘 안 먹는 섭식장애를 앓았다. 학업 스트레스가 음식을 안 먹는 쪽으로 발전한 것이다. 딸이 계속 몸이 말라가는 광경을 집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고문이었다. 태몽도 좋았고, 사주팔자도 좋게 타고난 딸에게 어찌 이런 병이? 자기 자식 맘대로 안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성현들의 전례를 찾아보았다. 붓다도 당신 아들이 마음대로 안되니까 제자인 목건련에게 맡겼다. 공자도 자식을 제자인 자로에게 맡겼다.

나도 내 자식 키워보니까 마음대로 안 된다. 아버지 말은 안 먹히는 것이다. 수소문을 해서 찾아간 곳이 서울 강남에서 자하연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형택(林亨澤·45) 원장이었다. 경희대한의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따고 외래교수를 역임하면서 한방의 신경정신과 쪽을 개척한 인물이다. 딸을 척 보더니 “심장을 우선 튼튼하게 해야 합니다”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뒤로 상담과 처방을 받으면서 차츰 효과가 나타났다.

“요즘 들어 공황장애, 불안증, 우울증, 강박증 등 각종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것 같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병이 적었다. 우리사회가 엄청난 경쟁사회가 되면서 국민 상당수가 상기증(上氣症)에 걸린 것 같다. 화(火)가 위로 치솟은 것이다. 머리로 신경 쓰는 일은 늘어나고 반대로 몸을 움직이는 육체노동은 줄어든 탓도 있다. 이런 현상을 한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하는가?”

“머리를 많이 쓰고 신경을 많이 쓸수록 화(火)가 치솟게 되어 있다. 불 기운을 주관하는 심장이 압박을 받는 셈이다. 심장이 지나치게 가동되어 약해지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 진다. 한의학에서 마음은 심장이 주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뇌가 주관한다고 되어 있지만 동양에서는 심장으로 본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심장이 약해지면 정신병이 올 확률이 높다. 정신병 가운데 상당부분은 심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일단 심장을 보강하는 쪽으로 치료를 한다. 이걸 정심방(正心方)이라 이름 붙였다. 심장은 오장의 중심이다. 심장이 흔들리면 다 흔들린다.”

“심장을 보강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는가?”

“‘정심방’에는 ‘안심(安心)’과 ‘보심(保心)’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안심은 심장의 과열된 부분을 안정시키고 혈액순환과 마음의 안정을 돕는 약재를 쓴다. 즉 심장이 과열되었을 때다. 이때는 소엽, 산조인, 향부자 등의 약재를 쓴다. 반대로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포증의 증세는 심장 허약이다. 심장이 허약해진 상태다. 안심은 기운이 너무 위로 올라가서 생긴 문제에 대한 처방이라면, 보심은 너무 내려가서 생긴 문제를 치료하는 것이다.

보심에는 인삼, 육안육, 담두시, 계지 등의 약재를 사용한다. 이게 보심(保心)이다. 보심은 자동차에 휘발유를 충전하는 이치와 같다. 그 밖에 짜증이나 조증, 망상과 같은 증상에는 치자, 황금, 황연 등의 약재를 사용한다. 이는 뜨거워진 엔진에 냉각수를 보충하는 것과 같다.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쓰는 처방이다. 청심(淸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본다. 동양에서는 심장에 있다고 여겨져왔다. 불교에서는 마음도 한 가지가 아니다. 세 가지가 있다고 되어 있다. 마음이 여려 겹이 있는 셈이다. 육단심(肉團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처럼 감정에 따라 나타나는 마음이다. 수시로 변하는 변덕스런 마음이기도 하다. 이걸 특별히 육단심이라고 이름 붙였다.

수시로 기분에 따라 바뀌므로 고통이 따라온다. 육단심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이 적취심(積聚心)이다. 경험과 지식의 축적에 의해서 형성된 마음이다. 보통 이 마음을 ‘이성’이나 ‘지성’이라고 부른다. 적취심이 육단심보다는 한 차원 높은 마음이기도 하다. 덜 흔들린다. 가라앉아 있다. 그렇지만 이도 역시 바람이 세면 흔들리는 물결과 같다. 적취심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이 진실심(眞實心)이다.

깊은 물 속에 들어가 있어서 아무리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이성에 따라서 움직이되 그에 끌리지 않는다.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유자재다. 불교에서 진실심은 근본 마음이라고 본다. 즉심시불(卽心是佛), 즉 ‘자기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것은 육단심이나 적취심이 아니고 이 진실심을 가리킨다.

불교의 3단계 마음론에 비추어보면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인 혼동이나, 정신병은 이 육단심과 적취심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고통인 것이다. 그런데 도가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병이 오장육부 가운데 하나인 심장(心臟)의 허약에서 온다고 보는 점이 좀 다르다. 불교보다는 훨씬 유물론적인 접근이라고나 할까. 심장이 강하면 정신병이 잘 안걸린다고 보는 것 아닌가. 한의학은 도가의 사상체계와 밀접하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이라는 오장육부를 어떻게 보는가?”



▎임 원장은 1986년 산 하관 차창에서 나온 ‘번제차 철병’을 마시면서 “마음이 밝아지고 희열이 샘솟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방 정신과는 상담과 한약재, 사암침을 결합

“그렇다. 심장이라는 장기가 튼튼하면 정신질환에 훨씬 면역력이 있다. 마음이 내장기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장기관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스트레스로 심장이 약해진 사람에게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효과는 없다. 심장을 강화시켜 놓으면 마음이 편하게 먹어지는 수가 있다. 도가의 경전이자 한의학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황정경(黃庭經)’에서는 ‘오장신(五臟神)’을 이야기한다. 오장에 각기 신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생각이 오장신 개념이다.

간장에는 간장을 관장하는 신이 깃들어 있고, 비장에는 비장을 관장하는 신이 깃들어 있고, 심장에는 심장을 관장하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신(神)과 장부(臟腑)가 서로 함수관계에 있다고 보는 관점이 핵심이다. 형이상과 형이하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정신병이라는 형이상학적 현상과 심장의 약화라는 형이하학적 현상이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심물불이(心物不二)’다. 오장신의 각도에서 보자면 심장을 튼튼히 함으로써 정신병을 고칠 수 있다는 원리적 근거가 도출된다.”

“심장을 보하는 약재 말고 침을 놓아서 심장이나 기타 장부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터인데, 심장 강화하는 침 자리는 대개 어떻게 되는가?”

“몇 가지 혈(穴)자리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우선 소부혈(少府穴)이 있다.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사이인데, 손바닥에 있다. 여기에다 침을 놓으면 심장에 좋다. 내관혈(內關穴)도 있다. 손목의 가운데 부위다. 태연혈(太淵穴)은 엄지손가락의 맥이 뛰는 부분이다. 행간혈(行間穴)은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의 사이에 있다. 이런 부위에 침을 놓으면 막힌 경락을 열어주어 심장부의 소통을 도와준다.”

“약재와 침만 쓰면 해결되는가? 상담은 필요 없는가?”

“상담도 중요하다. 환자의 고통과 힘든 부분을 공감하고 동조해주는 것이 상담의 핵심이다. 그래서 환자가 자신의 공포와 두려움을 객관적으로 직시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나도 성장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방정신과는 이러한 상담과 한약재 그리고 사암침이 결합된 치료방법이다.”

보통사람의 병의 원인은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는 육체적인 원인이다. 예를 들어 담배를 많이 피워서 폐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술을 많이 먹어서 간이나 위에 이상이 생겼으면 일차적으로 담배나 술을 끊는 것이 처방이다. 그리고 약을 쓰거나 침을 놓는다. 둘째는 심리적인 원인에서 온 병이다. 예를 들어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정신병이 있다. 이는 상담을 통해서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풀어주어야 한다. 셋째는 귀신병(鬼神病)이다. 이는 귀신이 붙어서 생긴 병이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물론 이 귀신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귀신병을 고치려면 귀신을 때어내야 한다. 퇴마사가 필요한 것이다.

“귀신이 붙어서 정신병이 생긴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

“귀신을 떼는 방법도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장육부가 건강하면 귀신이 붙을 수 없다. 약해지기 때문에 붙는 것이다. 따라서 오장육부를 건강해지도록 한약과 침. 뜸으로 보강하면 귀신병도 나을 수 있다고 본다. 대개 스트레스로 시달려 심신이 허약해지면 빙의(憑依)되는 수가 있다.”

현재 한국에는 정신병이 많고, 이 정신병의 상당부분은 심장의 화기가 솟아서 생긴 병이라고 한다면, 평소에 이 화기를 내리는 방법은 없는가? 병이 생기고 난 뒤에는 치료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평소에 예방하는 것이 돈도 적게 들인다. 화기를 내린다는 것은 마음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임형택 원장은 평소에 차(茶)를 마시는 것이 심장의 화기를 내리는 방법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차인가?”


▎차의 다양한 도구와 만나면 치열한 경쟁에서 나타나는 불안과 긴장을 이완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행의 기준에서 볼 때 화를 내리는 것은 물이다. 물을 많이 마시면 화가 내려간다. 문제는 어떻게 평상시에 물을 많이 마실 수 있느냐다. 물도 찬 물이 아니고 따뜻한 물이 필요하다. 냉장고의 찬물이 아니라 따뜻하게 데운 물을 먹기가 쉽지 않다. 따뜻한 물을 먹는 방법이 바로 차를 마시는 방법이다. 차는 여러 잔을 마실 수 있다. 그냥 더운물은 한 두 컵 마시면 끝이지만 차로 마시면 여러 컵을 마시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일상에서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몸 안의 화기를 내리는 방법이다.”

커피는 상승작용, 차는 하기(下氣)작용

차를 좋아하는 차인(茶人)이기도 한 임 원장은 보이차와 차 도구에 대한 전문가급의 심미안을 갖추었다. 그는 동양의 차와 커피의 카페인도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커피는 뜨거운 지방에서 더운 기운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 더운 기운에서 생성된 부작용이 있고, 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원두를 볶는다. 더불어 향을 높여 만든 것이기에 그 기운을 양(+)으로 본다. 커피를 마신 뒤에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열이 나고 잠이 잘 안 오는 등 일종의 에너지 상승효과가 이 때문이다. 즉 커피는 상기(上氣) 시키는 작용이 있다.

반대로 차는 겨울의 기운을 받고 싹이 처음 나온다. 우전(24절기 중 곡우 직전, 3∼4월초 경)에 딴 차를 최고로 치고, 그 기운을 받아 새벽같이 차분하고 맑은 느낌을 주는 효능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주로 스님들이 수행하고, 명상하고, 공부할 때 많이 마셨다. 차가 지닌 하기(下氣)시키는 작용은 참선(參禪)에 적합한 것이다. 같은 카페인이라 할지라도 그 기미(氣味)에 따라 차와 커피는 이렇게 효능이 달라진다.

1980년대에 ‘다이내믹 명상’으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쉬. 그의 어록을 제자들이 받아 적어서 펴낸 책이 대략 500권 된다. 이 500권의 핵심은 무엇인가? 일언이폐지하면 ‘릴렉스(이완)’다. 현대인들은 긴장을 축적해서 먹고 산다. 먹고 사는 일이 모두 긴장하는 일이다. 이 긴장에서 강박도 나오고, 우울도 나오고, 암도 생긴다. 문제는 어떻게 이 긴장을 해소하느냐, 어떻게 긴장을 푸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사회가 1970∼80년대에는 ‘노력, 성과, 인내’라는 구호를 가지고, 모두가 일에만 몰두하였다. 다들 노력했다. 공장이든, 건설현장이든, 사무실에서든 극기로써 자신을 이기고 성과를 위해 힘을 썼다. 이런 시기가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사회의 물질적 풍요가 이만큼 이나마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성과의 시기, 노력의 시기, 극기의 시기에 도움이 되었던 음료가 커피였다. 커피를 마시며 잠을 이겨내고, 졸음을 쫓아내고, 피로를 회복하였다. 힘도 생기고, 기력도 나고, 일도 많이 했지만 부작용이 있다.

빠른 경제의 성장, 풍요로움이 생긴 반면에 경쟁의식의 확대, 불안, 긴장, 초조, 스트레스의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그 결과 정신·심리적인 질환이 많이 늘었다는 게 임 원장의 진단이다. 예전에는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어깨 아픈 육체적 질환이 많았다. 그 결과가 2만 달러 소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적 피로, 스트레스, 분주함, 조급함, 초조함과 같은 감정의 이상과 불면,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많은 정신적 질환을 겪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힐링’이 대세가 되었다. 그 힐링 수단의 하나가 차다.

차의 고요하고, 맑고, 서늘한 기운이 신경 쓰고, 과민해진 우리의 자율신경을 이완시키고, 부교감신경의 활성을 돕는다.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 오감을 깨우고, 그 순간 편안히 몰입이 가능하기에 바쁜 것으로부터 여유를 줄 수 있고, 지속적인 따뜻한 물의 공급, 미네랄과 미량원소들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한방의 신경정신과 분야를 개척한 임 원장에게 좋은 차는 그의 처방전에 빠질 수 없는 약재가 되었다.



교목차를 최고로 치지만 구하기 어려워

특히 중국 운남성의 산속 깊숙한 원시림 속에서 자란 야생의 차나무에서 채취한 차는 고요하고, 깊숙한 자연의 기운을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자연으로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일단 병이 나면 치료가 우선이지만, 하의(下醫)는 치기병(治旣病)하고 상의(上醫)는 치미병(治未病)한다. 병이 발병한 다음에 치료하는 것은 보통의 의사가 하는 일이지만, 뛰어난 의사는 병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치료한다는 말이다. 병 나기 전에 내 몸을 다스리는 도구, 일상에서 내 마음을 바로잡는 도구로써 차는 그 효능과 품격과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보이차는 가짜가 많다는데 어떻게 구별하는가?”

“보이차에서 가짜라고 하는 개념은 5년 동안 숙성된 차를 50년 되었다고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 찻잎 자체가 가짜라는 말은 아니다. 연대를 속이거나, 또는 찻잎의 생산지를 속이는 것이 많다.”

“가짜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믿을 만한 보이차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방법도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본인이 맛으로 그 차를 감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인간의 혀가 가장 정확한 기준이다.”

“어느 정도 마셔야만 보이차 맛을 감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갈 수 있는가?”

“우선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 한다. 미각은 타고 나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은 미각이 둔하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도 미각이 둔하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마음이 한가하고 약간 내성적인 사람들이 미각이 섬세하다. 머리가 단순한 사람들이 미각과 감각이 살아 있다. 머리가 무거우면 감각이 둔화된다. 머리가 단순한 사람들이 보이차를 10년 정도 마시면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지 않나 싶다.”

“50∼70년 된 호급(號級)이나 인급(印級)의 차는 이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마셔보기 어려운 차가 되었다. 이런 골동품 차를 접하기도 힘들다. 차 맛을 감별하려면 이런 차를 이미 상당량 마셔보았어야지 그 미묘한 맛을 감별할 수 있는데, 이런 골동차를 마셔보기가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골동차를 마셔 보아야 맛을 아는데, 마셔보지 못하면 맛을 알 수 없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호급·인급 차를 손쉽게 마셔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골동차가 바닥난 이 시점에서 어떤 차를 마셔야 하는가?”

“1980∼90년대에 나온 차도 마실 만하다. 하관(下關) 차창에서 나온 것도 좋다고 본다. 맹해(孟海) 차창의 차에 비해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나는 1986년산 하관 차창에서 나온 ‘번체자 철병(鐵餠)’을 먹고 몸에 체험이 일어났다. 보이차가 이렇게 효과가 있구나 하는 것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마음이 밝아지고 희열이 샘솟았다. 1편에 60만 원 정도였다. 매일 아침에 머그잔으로 한 잔씩 이 차를 음미하는 게 생활의 큰 즐거움이었다.”

“자주 다니는 찻집이 어디인가?”

“서울의 정릉에 있는 무위산방(無爲山房)이다. 이 찻집의 안주인이 중국 운남성에서 차 대학을 졸업했다. 바깥주인이 운남 현지에 가서 직접 차를 제조해 가지고 온다. 구리시에 수택동 호수공원 옆에 있는 취죽진여실(翠竹眞如室) 찻집도 있다. 여기에는 베이징에서 보관된 차가 많다. ‘건창’ 차가 많다. 그래서 습이 안 먹은 차라 마음에 든다. 주인은 원래 전각하던 사람이다. 분당에 가면 호중거(壺中居)도 있다. 30대 후반의 젊은 남자 주인이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에 가서 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다. 대구의 연암 선생 제자이기도 하다. 대만우롱차와 대홍포(大紅袍)를 주로 다룬다.”

차나무는 크게 보성의 녹차밭처럼 수확하기 좋게 키워지는 관목과 야생에서 큰 나무로 자라는 교목,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차나무는 원래 뿌리가 하나로 죽 뻗어 자라는데, 대량생산을 위해 농약과 비료를 준 나무는 그 뿌리가 사방으로 뻗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장흥 주변에 야생 교목이 조금 있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의 교목차는 중국 운남지역에서 생산된다. 이처럼 농약을 치지 않은 야생 교목의 찻잎을 최고로 친다. 그 다음은 유기농 농사로 지어진 찻잎이 그 뒤를 잇는다. 현재 한국에 유통되는 보이차는 크게 두 종류가 나뉜다.

골동차의 대안 고차수의 맑은 향

맹해, 하관, 곤명차창과 같은 중국의 대형차창 위주의 차들과, 이무, 만전, 의방지역의 차산에서 나오는 고차수 위주의 차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대형차창 위주의 차가 주류를 이루었다. 병배(餠配) 기술이 뛰어나기에 비료와 농약을 통해 재배한 차임에도 불구하고 맛이 일정하고,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홍콩 대만을 거치면서 자연습에 노출되어 발효도가 뛰어나고 부드럽고 농밀한 맛을 통해 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다만 가격이 너무 오르고, 자연습이 아닌 인공적으로 과하게 발효를 시킨 차들이 유통되고,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면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차수(古茶樹)가 나오게 된다. 고차수는 의방·이무·만전·반장 등의 차산지에서 자생적으로 자란 교목 차나무에서 직접 차엽을 채취하여 만든 차이다. 차의 향이 맑고, 깊으며, 풍부한 맛과 함께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이후로는 고차수가 활성화되어 와인처럼 빈티지, 생산 지역, 생산한 연도에 따라 분류된다. 그해의 일조량, 강우량, 습도 등을 고려하여 차 가격이 형성된다. 차의 품질, 맛, 보관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품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정도의 다인들, 동호회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 원장이 최근 즐겨 마시는 차는 만전지역의 차라고 한다. 차산지 아래가 꽃밭으로 되어있어서 화려한 향을 풍긴다. 단맛이 강하며 입안에 전해지는 농밀함이 강하기 때문에 한번 입맛을 길들이면 다른 차를 마시기 힘들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산지는 만장차산이다.

만장지역은 밀림 속의 산을 몇 개 넘어가야 차의 군락이 나온다. 처음에는 한국의 한 차 상인이 개발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몇 년을 운영하지 못하고 대만 차인에게 산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 대만인은 아주 많은 돈을 지불하고 산지 전체를 사버렸던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의 차 인구가 대만이나 일본, 홍콩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만장지역의 차는 밀림 속에서 자라서인지 정말 맑다. 차를 마시면 잠시 밀림 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들 정로도 시원하고, 상쾌하며, 맑은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고차수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생산이 되었다. 발효를 통해 익혀서 먹었을 때의 맛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밭에서 재배된 차들과는 격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한방에서 신경정신과 분야를 개척한 임 원장을 만나면서 불이 올라가서 정신병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체의 불을 관장하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면 정신질환의 상당부분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평소 생활에서 제대로 검증된 차를 많이 마시면 불을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정리된다.

201404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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