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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독도 일출 찍은 천체 사진가 권오철 - “세종실록 기록 560년 만에 입증, 가슴이 뜨거워졌다” 

삼각함수 등 수학원리와 타임랩스 기법으로 시도 3년 만에 촬영에 성공… 오로라 사진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 희귀 자연현상 있는 전 세계 오지 누벼와 

한기홍 월간중앙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osang@joongang.co.kr〉
조선공학을 전공한 천체 사진가 권오철은 테크놀로지와 공학을 접목한 첨단 사진 분야의 전문가다. 울릉도에서 독도일출을 찍겠다고 나선 지 3년 만에 촬영에 성공한 것도 그의 열정과 의지의 산물이다. 결코 쉽지 않았던 독도 일출 사진 촬영 과정과 천체에 중독된 그의 사진인생 풀 스토리를 소개한다.

을미년의 웅장한 출발 - 울릉도에서 독도 일출을 보았다! 역사상 최초로 장엄한 모습을 드러냈다.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의 일출이다. 지구는 둥글고 독도는 아담해 카메라 렌즈는 3년을 인고했다. 결국 붉게 빛나는 섬을 찾아냈다. 하늘이 가장 청명한 날씨를 허락했고, 사진가의 정확한 앵글이 순간을 포착했다. 천체 사진가인 권오철 씨가 치밀한 수학적 계측과 첨단 테크놀로지가 뒷받침해 이뤄낸 성과다. 2014년 11월 5일 첫 촬영된 독도의 실루엣에 서린 기상이 당당하다. 새해의 기운이 상서롭다.



▎천체관측용 망원경을 안고 포즈를 취한 권오철 씨. 어댑터를 사용해 카메라에 연결하면 촬영용으로도 쓸 수 있는 망원경이다.
밤하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천체 사진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아마추어를 제외하고 프로급 사진가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단 한 명의 천체 사진가 가 활동하는데 그가 바로 권오철(41) 씨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NASA의 ‘오늘의 천문학 사진(NASA 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바 있으며 전 세계 천체 사진가 모임인 TWAN(The World At Night)의 멤버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별 사진 전문가다. 권 작가는 한 장소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영상으로 만드는 ‘타임랩스’ 기법을 활용해 밤하늘 별 무리의 움직임을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다. 권씨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일을 하다 5년전 직장을 때려치웠다. 온전히 사진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유명한 ‘사진광’이었다. 재학 중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최고 기종이었던 니콘 카메라 풀세트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행운이었다. 동아리 전학년을 통틀어 가장 좋은 카메라의 소유자가 되었으니 출발이 매우 순조로운 편이었다. 서울대 입학후 천문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천체 사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망원경 대신 일반 렌즈와 카메라로 밤하늘을 찍으면서 그 독창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 19일 사자자리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지던 날 소백산 천문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대학 졸업 후 그는 한동안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사진가로 살았다. 직장 생활의 지겨움과 고통스러움을 밤하늘을 바라보며 달랬던 상황에서도 회사는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안정적인 삶은 자신이 감내하는 직장생활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오로라 원정대’에 천체 강사로 초청되어 참여 하게 됐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세계적으로 ‘오로라의 수도’라 불리는 곳. 그동안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오로라에 대한 로망을 간직했던 그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오로라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귀국과 동시에 회사에 사표를 내고 본격적인 천체 사진가의 길을 걷게된다.

그는 2014년 12월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에서 독도의 일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당사자가 됐다. 복잡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 수학이나 물리학에 능한 공대 출신 사진가로서 거의 독보적인 성취를 일궈냈다는 평을 들었다. 촬영 성공 3일 후 권씨를 만나 그 과정을 세세히 들을 수 있다.

“일출 시 독도는 해의 딱 가운데 선다”


▎2012년 11월 13일 호주 퀸즈랜드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개기일식은 오로라·大유성우와 함께 지구에서 관측되는 3대 자연현상 중 하나다.
2014년 11월 5일 울릉도에서 독도의 일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죠? 울릉도에서 독도 일출 사진을 찍겠다? 기발한 발상이었네요. 그런데 그런 사진이 한번도 찍히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을 겁니다. 저도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는 방송 보도 이후 알게 되었어요. 독도 일출 사진촬영 성공에 3년의 인고가 필요했다는데, 어떤 계기로 그런 시도를 꿈꾸게 됐나요?

“TV 방송사의 독도 다큐멘터리 요청 등으로 독도에 굉장히 여러 번, 오래 머물렀습니다. 2011년 KBS <스펀지 제로> 프로그램에서 독도에서 찍은 한국의 밤하늘이란 미션을 맡게 되었죠. 그때 독도를 2번 들어갔는데 처음 3일 정도 있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태풍에 묶여서 열흘 넘게 있었어요. 그때 독도에서 울릉도 일몰 광경을 여러 번 보고, 또 사진을 찍었어요. 2013년 대구 MBC 다큐멘터리 촬영 때는 거의 한 달 넘게 머물렀습니다. 독도에 오래 머무르며 관찰했죠. 날씨 좋은 날 독도에서는 울릉도가 잘 보이는 겁니다. 그때 반대로 울릉도에서 독도의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도의 일출, 울릉도의 일몰 사진을 세트로 갖고싶다는 욕망이 발동한 겁니다.”

그런데 그게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삼각함수로 시직경은 계산이 되죠. 독도는 태양 직경의 딱 절반이었어요.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와 독도의 폭을 알고 있으니까 계산이 나와요. 그러면 일출에 독도가 해의 딱 가운데 들어오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계산은 순식간에 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힘들었습니까? 2011년부터 시작해 거의 3년이 걸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는 92㎞입니다. 워낙 먼 거리라 카메라 앵글이 0.1도만 틀어져도 독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 뜨는 위치가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울릉도에서 독도와 태양을 일직선으로 볼 수 있는 건 1년 중 2월과 11월뿐이었습니다. 일단 둥근 지구를 고려해 삼각함수를 적용해보니 촬영 포인트가 해발 640m였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였죠. 잔잔한 파도에 맑은 하늘은 필수고, 해수면의 수증기를 피하려면 온도와 습도까지 도와줘야 합니다. 아, 이건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울릉도를 무시로 드나들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일본 사람들은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일 수 없다”고 주장했지요?

“가시거리 때문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 서울의 가시거리는 20~30㎞가 나와요. 그런데 울릉도와 독도 간 거리는 92㎞이니까 일본인들은 안 보인다고 주장하는 거죠. 가시거리 92㎞면 서울에서 천안이 보여야 되는 거잖아요. 북한산에 올라가서 아무리 봐도 천안이 보이는 날은 1년에 단 하루도 없습니다. 그런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날씨가 맑은 날 울릉도와 독도는 서로 보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울릉도 주민들 얘기를 들어봐도 독도가 보인다고 해요. 이번에 사진을 찍다가 그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시거리를 뛰어넘는 비밀이 있었던 거죠. 해는 지구와 1억5천만㎞나 떨어져 있는 데도 보이잖아요. 바로 그 해 앞에 물체가 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독도가 해 앞에 위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한 거죠. 날씨와 고도와 온도와 습도가 모두 충족되는 바로 그 결정적 순간, 투우의 용어를 빌면 ‘진실의 순간’을 포착하게 된 겁니다. 울릉도와 독도를 늘 분리된 섬으로 간주하고 싶은 일본인들의 생각에 쐐기를 박은 의미가 있습니다.”

해 앞에 위치한 독도는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겠네요?

“그렇죠.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자도, 울릉도 주민들도 그걸 본 겁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앞에 놓인 선명한 검은 물체, 그게 바로 독도였어요. 어쩌면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보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우연을 기대하고 바다에 배를 띄울 수는 없는 것이겠죠.”

촬영에 성공한 순간의 기분은 정말 굉장했겠네요.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순간이었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바지에 똥을 싸고 말았어요. 괄약근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몰아의 경지에 들어갔던 겁니다.”

탁월한 수학적 계산과 끝없는 인내가 하늘이 허용한 축복의 순간을 만나 성공을 거뒀다고 봐야겠네요. 궁금한 것은, 일취월장하는 현대 카메라의 테크놀로지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 하는 겁니다.

“사실 수학적 계산을 하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죠. 모든 물리적 데이터는 다 나와 있는 것이니까요. 천체 사진 촬영의 발전에 거보를 가능케 한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있었어요. 바로 타임랩스(time-lapse) 기법이죠. 타임랩스란 수천, 수만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 동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별무리의 이동, 해와 달의 움직임까지 이 모든 것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되었어요. 독도 일출 사진도 타임랩스를 활용했죠. 인간의 지혜와 신의 ‘허여(許與)’가 만든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려면 후반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룻밤 동안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한 후 작업용 PC 앞에 앉아 일주일 정도 후반 작업을 해야 하죠.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 때 보통 한 번에 70~100장의 사진을 포토샵에서 동시에 열어놓고 작업합니다. 사진 한 장의 크기가 120MB로 일반 사진보다 용량이 훨씬 크고 여기에 레이어를 추가하는 등 몇 가지 작업만 해도 파일 하나의 사이즈는 기가바이트(GB) 단위가 됩니다. 이런 사진이 수십 장이다 보니 작업용 PC의 메모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SSD(Solid State Drive: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PC 저장장치)를 사용한 뒤부터는 이런 문제점이 해결됐어요.”

천체 사진 촬영도 그런 ‘진실의 순간’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 겠죠?

“흔히 천체 사진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가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늘의 때를 기다리고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천체 사진 역시 현장의 상황, 날씨가 좌우해요. 자연이 만들어주는 좋은 순간을 포착하는 건데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 만큼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죠. 그건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좋은 순간을 만나지 못하면 한 장소만 10년 넘게 가기도 해요. 아집에 가까운 고집 없이는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없어요.”

천체 사진가는 산악지대나 사막, 극지 같은 곳을 돌아다녀야 하죠. 위험한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사막 같은 곳에선 체력이 떨어질 때가 위험해요. 방향 감각이 떨어져서 같은 자리를 뱅뱅 돌고 있을 때도 있어요. 무거운 장비를 들고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제가 굉장히 침착한 편이에요.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만일 흥분하게 되면 큰 사고를 내기 쉽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고요하고 냉정하게 응시해야 해요. 그리고 천천히, 침착하게 그곳을 빠져나오죠. 사실 찍힌 풍경은 천국같이 멋있지만, 촬영자는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오는 거예요. 제가 가는 곳은 주로 오지라 비행기 세 번 갈아타는 것이 예사예요. 게다가 40kg이 넘는 장비를 메고 다니죠. 미국 유타주 사막 같은 곳에는 차가 못 들어가거든요. 그늘이 한 점도 없는, 모래 온도가 40~50도가 넘는 곳을 장비를 혼자 짊어지고 사막을 횡단한 적도 있었어요. 그날 마신 물만도 7리터. 물도 짊어지고 가야 하니 그 무게도 만만치 않죠. 서호주에서는 카메라 세 개를 이곳저곳에 설치 하느라 40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찍은 적도 있고요.”

북두칠성의 한가운데로 떨어진 별똥별


▎독도 가재바위 위에서 독도의 자연을 촬영하고 있는 권오철 작가.
천체 사진 촬영장비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가재바위에서 잡은 독도 밤하늘의 은하수. 독도 가재바위는 물 위로 2m 정도 솟아 오른 작은 바위섬인데, 동도와 서도를 같이 찍을 수 있는 유일한 포인트다.
“네 대의 카메라와 삼각대, 전원 장치, 사진 파일백업용 장비등을 들고 다닙니다. 노트북은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죠. 타임랩스 촬영은 보통 5~6시간씩 걸리는데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작업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는 배터리 충전이 어려워 일반 노트북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죠. 요즘은 상대적으로 전력 소모가 적은 SSD를 사용해 촬영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소 공상적인 사람들이 밤하늘을 쳐다보길 좋아합니다. 사진 취미는 그렇다 치고, 언제부터 밤하늘에 넋을 잃으셨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 우연히 친구와 교실 창턱에 기대어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죠. 친구가 갑자기 ‘우와, 북두칠성이다!’ 하고 소리치는 거예요. 무심코 바라봤던 별들이 하나의 의미로 재구성되어 다가왔던 순간이었죠. 천체는 무작위적인 혼돈이 아니라 하나의 질서와 규율과 공식과 심지어 소명 같은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이태영 선생이 쓴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책을 읽으면서 본격적인 ‘밤하늘 마니아’가 되었어요. 밤마다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고, 때론 새벽까지 별을 관찰하곤 했어요. 그 한 권의 책이 제 인생을 여기로 인도했어요.”

학창시절 천체에 빠지면서 재미있는 경험과 에피소드도 많았겠죠?

“지평선 위로 떠오르던 포말하우트, 일명 ‘외로운 별’을 보며 별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감탄했죠. 어느 날에는 정말 엄청나게 큰 별똥별, 즉 화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불덩어리가 타닥타닥 불 부스러기를 휘날리며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지다 북두칠성의 국자 한가운데로 ‘탁’ 하고 터지더군요. 지나간 자리에 타고 남은 재와 연기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북두칠성은 죽음을 상징하는 별이기에 순간 뒤통수가 서늘했죠. 밤새 누가 죽는 게 아닌지 두려움에 떤 기억이 있습니다.”

천체에 대한 관심이 사진을 찍는 일과 어떻게 연결되었나요?

“대학에 입학해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 떨었죠. 그런데 사진으로 보던 화려한 천체가 망원경을 통해서는 안 보이는 거예요. 왜냐하면 사진으로 찍어야 그렇게 화려한 성운, 성단, 은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아무리 큰 망원경을 가져와도 눈으로는 못 보는 거였어요. 그냥 희뿌옇게 보일 뿐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제대로 드러나죠. 사진은 빛이 누적이 되니까요. 그렇다면 사진을 찍어야 되겠구나. 어차피 뭐 나무는 베기라도 하지만 별은 딸 수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찍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버님 카메라 물려받고 제 사진인생이 시작된 겁니다.”

오로라는 자연현상 중 최고 아름다움


▎캐나다 옐로나이프, 겨울철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오로라를 촬영하는 권오철 작가.

▎2013년 3월 3일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찍은 오로라. 강력한 오로라에서 가장 밝은 부분에 나타나는 핑크색은 권오철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2009년 캐나다 오로라 원정대에 참가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셨죠. 그런데 천체 사진으로는 큰돈 벌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가정의 안락을 희생하는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별’이라는 제 작업의 주제는 바뀌지 않았어요.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천체 사진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무렵 오로라 원정대에 참여하게 됐고, 거기서 만난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세례를 받고 사표를 던진 거죠. 집사람은 당연히 줄어든 수입에 적응해야 했고요. 2013년 대기업 다니는 동생이 그랜저 승용차를 새로 뽑더니 자기도 직장 때려치우고 형 따라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고 싶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그러고 싶으면 그랜저를 뽑으면 안 된다, 내차는 아직도 1995년식 액센트고, 주행거리 30만㎞에 차량가격은 30만원도 안 된다고 말이죠. 빛은 1초 만에 가는 그 거리를 사람은 평생을 달려야 도달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행복은 100배 정도 커졌어요.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가가 풍요로운 소비생활이라면 당연히 그 소비생활을 포기하는 게 낫죠.”

자유로운 영혼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캐나다 원정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만화가, 블로거들인데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처음 만난거죠. 저렇게 해도 먹고 사는데 나라고 못 먹고 살겠나, 그걸 확인한 순간 생각이 확 바뀐 거죠.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그만둡니다’ 선언해버렸어요. 불안감이 증폭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언하는 순간 없어지더군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프로필을 보면 직장도 많이 옮겼던데 운명에 무슨 역마살 같은것이 있는 것 아닌가요?

“대학 다닐 때 천문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점성술을 배우게 됩니다. 동아리 친구들은 ‘점성학’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점성학에 의하면 제가 직업에 역마살이 껴 있다고 했어요. 직장도 그렇지만 사진 일을 하면서 늘 해외로 나가야 하니 그것 자체가 역마살 인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캐나다에 가서 자유로운 영혼들과 함께 오로라를 보고 왔으니 마음은 더 환상에 부풀었겠죠. 오로라 현상이라는 게 그렇게 매혹적이던가요?

“오로라는 태양 에너지와 지구의 자기장이 반응해서 빛을 내는 건데, 사진을 보면 정적이지만 현장에서 보면 정말 다이내믹합니다. 빛이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져요. 색이 밝을수록 빨리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오로라 댄싱이라고 하는데 오로라의 결이 마치 피아노 건반 치는 모양과 속도로 물결을 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 오로라 폭풍이 되면 밤하늘 전체를 가득 채우면서 빛이 휘몰아쳐요. 초록색, 핑크빛 색깔이 하늘을 덮는 거예요. 특히 핑크빛은 가장 강한 오로라에서 도는데, 밤하늘 전체에 핑크빛이 쫙 쏟아지는 상황이 되면 반쯤 넋이 나가죠. 뭘 할 수가 없어요. 정말 카타르시스가 확 오는 거예요. 오로라는 인간이 자연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 중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라 사진은 어떻게 찍습니까?

“요즘은 카메라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휴대폰으로도 오로라 촬영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제대로 담고 싶다면 렌즈교환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에 광각렌즈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5~15초 정도의 노출시간이 필요하므로 삼각대는 필수죠.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카메라의 자동 초점과 자동 노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춰야 해요. 밤하늘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감도는 높이고, 조리개는 가능한한 개방하고도 셔터속도가 10초 내외가 됩니다. ISO 1600, f/4, 10초 정도로 시작해봅니다. 어둡게 나오면 노출을 더 주고, 밝게 나오면 셔터속도를 줄여서 노출을 맞추는 방식으로 찍습니다.”

자연현상 중 최고라는 오로라를 보고 나서도 더 많은 현상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았겠죠? 새로운 도전은 어디를 향했습니까?

“오로라가 보고 싶다는 작은 꿈을 이루고 나니 10년 전부터 가고 싶었던 킬리만자로가 보이더군요. 그곳이 딱 적도여서 북쪽 밤하늘, 남쪽 밤하늘이 다 보입니다. 킬리만자로는 일반인들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도 한데요. 별은 높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깜깜한 밤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황도광에서 부터,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수까지 적도의 별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왔죠. 적도는 별이 수직으로 떠요. 그 궤적이 참으로 신기하지요. 킬리만자로에서 거대한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촬영한 것 중 가장 크고 밝은 것이었죠. 거대한 별똥별이 정상 한가운데에 딱 떨어져 줬으니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별똥별은 언제 어디서 떨어질지 알 수 없거든요.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겨우 만날 수 있지만 그것도 한순간 휙 지나 가버리는 찰나의 존재입니다.”

“인간도 별의 부스러기”


▎권오철 씨는 “사진 전업작가가 되면서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행복은 100배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천체사진을 통해 별을 대하게 되면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우주의 모습을 접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순간 깨닫게 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의 존재 역시 별의 부스러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별과 우리가 같은 ‘오리진’에서 태어난 것이죠. 인간은 별을 딸 수 없으나, 죽음을 통하여 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별은 우리의 고향이죠. 우주의 크기는 그러나 상대적인 거예요. 1천억 개의 별과 은하가 있다 해도 거꾸로 말하면 내 눈에 비치는 게 전부죠. 그것은 내가 인지하는 범위 안에 있다는 거고요.

사실 우주 입장에서 보면 인류 역사, 지구, 개인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예요. 모든 게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중 하나 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렇지 않다는 거죠. 생명체 입장에서는 내가 죽으면 우주가 끝나는 것이니까 그 생명에는 존엄함이 부여될 수밖에 없습니다.”

별과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있겠죠?

“별은 딸 수가 없으니, 그게 정말 다행이구나 싶어요.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사진으로밖에 못 담으니까요. 그렇게 좋은 사진을 찍어서 갤러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제 사진뿐만 아니라 세계 천체 사진가들이 자신의 사진을 전시하는 걸 최고의 영예로 여길 정도로 좋은 천체 사진 박물관을 만드는 거죠. 그러면 죽은 뒤에도 별과 함께 영원히 사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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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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