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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 송대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 “교육문제 해결에 여야 입장이 따로 있나?” 

전국 시·도의회 최연소 교육위원장… “꼬일 대로 꼬인 누리과정 예산문제, 정부가 대책 내놔야” 


▎송대윤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전국 교육위원장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열정이 넘친다는 평가를 듣는다.
덩치 좋은 시골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외모, 느릿한 논산 사투리가 영락없이 순박한 ‘충청도 아저씨’다. 그가 약 1조6천억원의 대전시 교육예산 씀씀이를 감시하고 교육정책을 아우르는 대전광역시의회 교육위원장이란 사실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할 말 다해놓고 “이거 나가면 의장님헌테 혼나유”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다. 송대윤(41·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말이다.

송 교육위원장은 지난 6월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대전시의회에 입성했다. 그 전에는 대전 유성구의원을 지냈다. 젊은 초선 의원이 교육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전국 광역의회 교육위원장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광역의회 교육위원회는 올해 7월 처음 출범했다. 교사와 학부모운영위원들의 간접선거로 뽑는 교육위원제도가 폐지되면서 의회 상임위원회로 편성된 것이다. 직선 정치인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송 교육위원장에게서 지방교육의 현안과 해법을 들었다.

처음 출범한 직선제 교육위원회의 수장이어서 부담이 클 것 같다.

“예전에는 교육위원회가 주민들의 직접 선거가 아닌 간접 선거로 뽑았던 터라 대표성을 두고 말이 많았다. 선출된 교육위원들이 교사나 학교운영위원 등 교육종사자들이어서 교육청이나 교육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데 직선제로 바뀌면서 교육청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이 교육 정책을 심의하고 감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 않나? 송 위원장도 교육 분야에선 경력이 없지 않나?

“정치인 출신이어서 전문적인 지식은 다소 부족하다. 그러나 교육감의 정책 방향이나 예산의 용도 등을 심의하고 평가하는 건 오히려 정치인이기에 더 객관적이고 주민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족한 교육 지식을 채우기 위해 우리 시의회 교육위원들은 매주 한 번씩 공부 모임을 갖는다. 각종 교육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구하면서 교육위원으로서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요즘 지방 교육계의 가장 큰 현안은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난 11월 경기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여기에 동조했다. 대전시는 교육청이 올린 6개월분 예산(294억여원)을 교육위에서 3개월분(147억여원)으로 감액했다가 예결특위에서 한 달 만에 원상복구하기도 했다. 일단 큰불은 껐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누리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송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지방에 억지로 떠넘기는 바람에 생긴 것”이라며 이렇게 부연설명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있는 영·유아 교육·보육 과정을 통합해 유아 단계의 교육 평등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이 정부의 핵심 복지정책이다. 지난해부터 3~5세 아동에 대해 보육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무상보육’ 정책인 것이다.”

“누리과정 문제 방치하면 지방교육재정 위기 올 것”

누리과정은 국민의 보육비용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환영 받을 만하지만 지자체와 교육청, 지방의회 반발이 거세다. 송 위원장은 “논란의 불씨를 정부가 만들었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누리과정은 국책사업이다. 박 대통령도 2013년 1월에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예산이 부족하자 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누리과정 사업비는 교육청이 쓰는 교육예산에서 지출된다. 이게 부담이 상당히 크다. 대전시의 경우 2014년도 누리과정 필요 예산이 1170억원이었다. 대전시교육청의 전체 교육사업비의 34.4%에 이르고, 교육복지 예산의 64.2%를 차지한다. 올해는 누리과정 예산이 1310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누리과정 사업비를 대느라 학교 기자재나 시설 개선 등 교육 본연의 업무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예산을 삭감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텐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그게 가장 고민 되는 부분이다. 예산을 편성하자니 다른 사업비를 없애거나 줄여야 하니까 또 다른 주민들의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이니까 지키긴 지켜야겠는데 돈이 없으니 지방에 재정 부담과 책임을 떠넘긴다. 주민 피해를 우려해서 삭감한 예산을 부활시켰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재정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정부가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방교육재정은 정부와 지자체(대전시)가 주는 교부금에 95%를 의존하고 있다. 생색은 정부가 내면서 책임은 힘없는 시·도 교육청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 수준이다. 이걸 25%로 높이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정책의 예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건 당연한 요구 아닌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높여달라는 건 전국 시·도 교육청의 공통된 요구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누리과정의 법적 정체성 논란이다. 누리과정 대상인 어린이집은 현행 영유아보육법 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다. 그런데 2013년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에 드는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교부금은 시·도 교육청의 재정이다. 예산은 교육부가 세우고, 사용은 복지부가,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하는 이상한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송 교육위원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렇게 여러 소관 부처가 뒤엉킨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억지로 시행하다 보니 이런일이 생긴 것이다. 교육예산은 법에 따라 오로지 교육 분야에만 사용토록 되어 있는데 법보다 하위 개념인 시행령으로 용도를 바꾸는 건 위법 소지도 있다. 누리과정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 법리적 문제부터 말끔히 정리한 뒤 예산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명확히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예산 편성 때마다 두고두고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전 한밭대학교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송 위원장과 정치적 입장으로 충돌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송 교육위원장에게 설 교육감과의 입장을 물었다.

“설 교육감은 평생 교육자로 살아 오신 훌륭한 분이다. 정치보다 지역 교육의 미래를 더 걱정하시는 분이어서 정치적 성향이 달라 충돌할 일은 없다. 그리고 교육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가 교육에 개입하고 교육감을 흔들면 안 된다. 또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부분은 제가 대신 하면 된다. 이번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운 교육감의 입장을 대신해 저와 교육위원회에서 앞장서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여러 차례 의견을 냈다.”

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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