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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 그리스인 조르바 ①심해를 가로지른 고래의 ‘충혈된’ 눈 - 시비와 선악, 생사의 장벽 넘는 자유정신의 화신 

쾌락과 소유에 함몰되지 않는 원시적 에로스의 폭발… 폭풍과 고요 공존하는 ‘존재의 심연’으로 떠난 대항해 

고미숙 고전평론가
육체와 영혼, 구체와 추상, 지상과 심해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니코스카잔차키스의 방랑. 그 여정에서 만난 이들이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조르바’다. 앞의 세 사람은 인류 지성사의 별들이며, 조르바는 오직 카잔차키스에 의해서만 인류의 무대에 출현한 ‘운석’같은 존재다. 그 운석에 대한 탐사의 여정이 <그리스인 조르바>다.
함께 크레타의 갈탄광으로 가자는 ‘나(작중화자)’의 제안에 조르바는 선뜻 동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이윤기 옮김, 열린책들)의 서두를 장식하는 명대사다. 인간은 자유다! 이것이 조르바의 사상이다. 왠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보통은 이렇게들 말한다.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고. 그리고 그 자유는 세부적으로 나누어 진다. 정치적 자유, 사회적 자유, 집단적 자유, 개인적 자유 등등. 조르바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자유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와 동의어라는 것. 즉, 인간과 자유 사이에는 한치의 간극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조르바는 대체 어떻게 이런 사상을 체득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 사상적 편력과 방황을 거치면서도 도달하지 못한 그 경지를. 조르바에겐 뭔가 다른 길이 있다! 이제 ‘나’는 조르바를 통해 그 길을 탐사할 것이다. 그것은 폭풍과 고요가 공존하는 ‘존재의 심연’으로의 머나먼 항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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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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