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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의 ‘생명예찬’① 冬至, 길어지는 해의 위안 - 생명은 불확실성의 산물, 자유 지향하는 보얀 꽃봉오리 

생명 현상은 그리스의 비극처럼 영웅적이면서 비극적이다. 우주의 근본 원리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영웅적이고, 궁극적으로는 근본 원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작가 복거일이 쓰고 화가인 그의 딸 조이즈 진이 그림을 그린 새 기획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연재한다. 복씨는 약 3년 전 간암 선고를 받았지만 치료를 일절 거부한 채 암과 맞서고 있다. 글쓰기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당당하지만 처연한 그의 작가정신이 눈물겹다. 그는 새 연재를 통해 ‘생로병사’ 인간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성취 끝에 찾아오는 조락은 인간 운명의 허무를 표상한다. 그 허무를 직시하는 힘이야말로 ‘인간정신의 최절정’이며, 그 힘은 ‘과학적 통찰’을 통해 획득된다는 것이 필자의 메시지다. 과학과 문학적 지혜로 풀어낸 삶과 죽음의 이중주, 그 풍요한 사상의 연주장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편집자>
북한산에서 뻗어 나온 야트막한 산줄기가 사는 곳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은 보기보다 큰 행운이다. 도심에선 철이 바뀌는 것을 느끼기 어렵지만, 산책에 좋은 야트막한 등성이를 따라 걸으면, 철 따라 바뀌는 숲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음미하게 된다.

따뜻하게 입고, 섣달 산길을 오른다. 찬 바람이 거칠지만, 새해가 가깝다는 생각에 마음이 덜 춥다. 새해는 해가 가장 짧고 날씨가 가장 추울 때 시작된다. 그런 때에 새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모든 시작은 작고 겸손해야 한다. 삶이 그토록 힘들고 위험하므로, 우리가 가장 어둡고 추운때에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은 아주 적절하다. 날이 가고 해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우리 마음도 차츰 밝아질 것이다.

하지 지나 점점 짧아진 해가 동지 넘기고 다시 길어진다는 것은 삶의 기운이 다시 왕성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옛적부터 사람들은 동지에 큰 뜻을 부여했다.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과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은 신석기 시대부터 동지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었음을 말해준다. 기원전 3200년에 세워진 뉴그레인지는 중심축이 동지의 일출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기원전 30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세워진 스톤헨지는 중심축이 동지의 일몰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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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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