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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표정에 담은 명화 

평범한 삶 속에 깃든 눈부신 영혼의 빛이여! 

정여울 문학평론가
시공을 뛰어넘어 옛사람들의 일상으로의 초대… 희로애락 교차하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소중함 일깨워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서 그 진면목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너무도 바쁘고, 사물을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 조지아 오키프 그림 속에 나온 ‘인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나온 ‘시대’나 ‘일상’ 자체가 중요한 그림들이 있다. ‘누가’ 나오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그림들이다. 흔히 풍속화라 일컫는 그림들이기도 하다. 꼭 풍속화가 아니더라도,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 시절의 사람들이 시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은 정겨움을 느낀다. 특정 인물의 위대함이나 빛나는 성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나 자신을 그 그림 속에 슬쩍 끼워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함. 익숙하고 만만해 보이지만, 그 커다란 화폭 안에 그 시대 사람들의 집단적 미의식이나 빛나는 시대정신이 촌철살인의 필치로 다가와 ‘숨은 그림 찾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 내 마음속의 아름다운 풍속화들, 그 첫머리에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가 자리한다.

#1. , 김홍도, 18세기

김홍도가 그린 은 조선시대의 서당 풍경을 재현함과 동시에, ‘배움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성찰해보도록 하는 매우 철학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화면 가운데 아이는 훈장님께 회초리를 맞게 될 것을 생각하니 눈물부터 뚝뚝 떨어지지만, 훈장님의 얼굴은 사실 전혀 무섭지가 않다. 아이를 벌주기 위해 단단히 무장을 한 듯한 심각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 얼굴 표정이 웃음을 간신히 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학생이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지만, 그 마음에는 학생에 대한 푸근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을 것 같다. 조선시대 서당에서는 어제 배운 것을 다음 날 훈장님 앞에서 달달 외워야 했는데, 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벌을 받아야 했다. 이를 배송(背誦)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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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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