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뿅뿅다리의 진리 

이복자 


▎경북 예천 회룡포의 아침. 관광객들이 회룡포의 명물인 ‘뿅뿅다리’를 건너고 있다. 뿅뿅다리는 공사장 발판으로 쓰는 구멍 숭숭 뚫린 철판으로 만든 임시 다리다. - 사진 주기중
건넌다는 것은 이어짐이다

다리는 가로막는 것이 있는 곳에 놓인다

끊어졌던 희망이 이어진 통로는 건너야 단단해진다

그래서 다리는 함부로라는 말을 거부한다

건너편을 쉽게 점령하는

잇는 무거움의 지탱을 칭찬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며 건너기를 원한다

물 흐르는 긴 다리를 건너본 사람은

바람이 있고 소리가 있어 시원함을 깨닫고야

가벼워지는 다리 위의 진리를 그리워하게 된다

난간도 없이 가는 다리로 철판에 구멍 뿅뿅 뚫고

어려운 세태 중에 바람과 물의 소통까지 감당하며

오로지 애인(愛人)정신으로 길게

사람의 흑백을 주장하는 다리,

가벼워진 사람이면 이 빠진 할아범같이 좋아 웃는

뿅뿅다리를, 누구든 그리워하라

그리워하라

이복자 - 시인·아동문학가, 1954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4년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동시로, 1997년 <시마을>에서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별과 나 사이> <몽땅 비거나 달라지거나 말거나> <그가 내 시를 읽는다>, 동시집으로 <떡볶이 친구>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등을 냈다. 남양주 동화중학교에서 36년간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있다.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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