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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특별기고] 올바른 개헌논의를 위한 정치학자의 제언 

“의회제(내각제) 더 큰 권력 부른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학 교수 wjmoon@ajou.ac.kr
정당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구조 바꿀 경우, 대통령 중심제보다 더 심각한 권력 집중 낳아… 이원집정부제에선 대통령제 단점과 의회제 단점이 모두 부각될 가능성, 궁극적으론 ‘다당 의회제’가 바람직해

▎1987년 9차 개헌 이래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정치와 경제의 중요한 차이점은 정치에서는 권력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권력이란 일방이 타방에게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정치행위에는 권력이 개입되는가? 그것은 정치는 집합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집합적 의사결정에서는 소수가 원치 않아도 다수의 뜻을 따라야 한다. 이처럼 원치 않는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을 ‘순응비용’이라 한다. 집합적인 의사결정에는 순응비용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 경제적 비용, 노력 등과 같은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정치제도는 집합적 의사결정 규칙이다. 정치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순응비용과 거래비용은 달라진다. 더 많은 사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 규칙은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반면, 더 많은 소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므로 순응비용을 감소시킨다. 반면 소수가 지배하는 의사결정 규칙에서는 거래비용이 감소하나 순응비용은 증가한다.

순응비용과 거래비용의 이러한 역학관계는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는 이상적인 정치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치제도에 따라 어떤 사람은 더 이익을 보고 다른 사람은 더 손해를 본다. 따라서 정치제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자원은 사회구성원에게 다르게 재분배된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유리한 이상적인 정치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준으로 정치제도를 설계해야 하는가? 뷰캐넌과 털럭(Buchanan and Tullock)은 1962년에 발간한 <동의의 산술(The Calculus of Consent)>이라는 책에서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순응비용과 거래비용의 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자 즉 거부권 행사자(veto players)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거래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반면 거부권 행사자가 지나치게 적어지면 순응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거부권 행사자가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제도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은 사회 구성원의 선호가 얼마나 동질적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선호가 동질적일수록 정치적 소수가 치러야 하는 순응비용은 감소하고 이질적일수록 이들의 순응비용은 증가한다.

대통령제의 핵심은 권력 분립… 의회제 핵심은 효율성


▎2013년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박근혜 18대 대통령.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은 또한 안건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구성원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비교적 효율적인 다수결을 택한다.

인간의 자유·생명·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은 더 까다로운 의사결정 규칙을 통해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헌법은 인간의 기본권 또는 정치제도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규칙이다. 이러한 사안은 사회구성원의 이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헌법에 대한 수정은 다수결보다 훨씬 까다로운 초다수결 규칙을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대한 논의는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백년대계를 짜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개헌에 대한 논의는 정파적·이념적인 동기가 개입돼서는 안 되며, 철저하게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에서 접근돼야 한다.

정치권과 학계에서의 개헌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현행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미국식 대통령제, 내각책임제라고도 불리는 의회제, 이원집정부제라는 비 학술적인 용어로 불리는 준대통령제 등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주로 경험적이고 정파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므로 주장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예컨대,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회제가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대통령제의 핵심은 권력 분립이고 의회제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대통령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체제다. 이들이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 입법적 교착이 발생한다. 반면, 의회제에서는 행정부가 다수당 또는 다수 연합의 지도부로 구성되기 때문에, 행정부가 만든 법을 이들이 거부하기 어렵다. 특히 견제장치가 없는 양당 의회제에서 수상의 권력은 대통령보다 막강하다.

권력구조의 명칭만 보면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의회제에서는 의회가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다. 양방이 서로 거래를 할 때 일방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이 수정을 할 수 없고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먼저 제안한 사람을 의제설정자라고 부른다. 의제설정자는 의사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가 자신의 제안에 수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의제설정자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들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제에서는 입법 발의를 하는 행정부가 의제설정자이고, 대통령제에서는 의회가 의제설정자이다. 따라서 의회제에서는 행정부가, 대통령제에서는 의회가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결과를 확보한다. 이러한 작동원리를 모르는 시각에서는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의회제로 바꾸면 대통령 권한이 약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와 같은 견제장치가 없는 의회제로 바꾸면 더 큰 권력이 수상에게 집중된다.

한국의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이유는 한국이 대통령제를 채택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제가 의회제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의회제와 같이 행정부가 입법발의를 할 수 있고 막강한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다수여당을 지배하는 경우, 의회는 행정부 안에 수정을 가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대통령은 의회제 아래서의 일당 다수정부의 수상과 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 한국 대통령의 권한은 의회제의 특성인 행정부의 의제설정권과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무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의회제를 권력분산형 체제로 오해하는 것은 의회제 국가들이 대부분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제와 비례대표제를 조합하는 이유는 양당제와 의회제가 조합될 경우 다수당을 견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반면, 의회제에선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를 산출해 정당끼리 상호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경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의회제가 권력분산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회제와 조합된 비례대표 선거제 때문에 권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는 막대한 거래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주인인 국민이 대리인인 정치인들에게 정책 결정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원리다. 그러나 주인과 대리인들 간에 이해가 다르고 대리인이 주인보다 더 많은 전문성을 갖고 있을 때, 대리인은 자신의 이해를 추구한다. 이처럼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경우 ‘대리손실’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을 막기 위해서는 주인과 이해를 같이하는 대리인을 선발하는 사전적 방법과 선발 이후에 대리인을 감시·감독하는 사후적 방법이 있다.

의회제와 대통령제의 중요한 차이점은 권력 위임의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리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방법과 사후적 방법의 효율성이 두 체제에서 달라진다. 두 가지 방법 중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사전적인 방법이다. 주인과 같은 이해를 갖고 있는 대리인을 선발하기 때문에, 대리인 자신을 위한 결정은 곧 주인을 위한 결정이 된다. 민주적이고 제도적인 정당이 발달해 있다면, 정당원들은 상향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을 선발한다. 이럴 경우, 대리인과 주인의 이해가 같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상향식 정당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전문 정치인이나 법조인과 같은 정치엘리트를 대리인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주인인 국민보다 전문성도 높고 주인과 이해도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대리인을 사후적으로 감독할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제는 다수의 대리인(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들이 서로를 사후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의회제 도입에 앞서 민주적 정당제도 정착이 우선


▎1. 1987년 6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약속을 보도한 중앙일보(당시 석간)를 시민들이 읽고 있다. 2.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개헌 관련 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세균 국회의장.
반면, 민주적인 정당이 발달한 곳에서 성공적인 사전적 선발을 한다면, 사후적인 견제가 불필요하므로 의회제가 가장 효율적인 체제다. 따라서 의회제 도입은 민주적인 정당제도가 구비돼 있을 때만 도입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인과 이해를 달리하는 대리인을 견제할 제도적 방법이 없다.

한국과 같이 정당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에서 의회제를 채택한다면 결국 현행 대통령제보다 권력이 행정부 수반에게 더 집중되는 결과를 부른다. 그렇다고 의회제에서의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다. 정책 대결보다는 혈연·학연·지연에 의한 인물 대결 중심의 선거 경쟁을 하는 한국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게 되면, 수많은 인물정당과 소지역주의 군소정당의 출현을 부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회제를 채택한다면, 군소정당들의 합종연횡으로 연립정부가 생겨나고, 이들의 이해 변동에 따라 연립정부가 와해되는 정치 불안정이 예측된다.

전술한 논의는 권력구조 설계는 권력구조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등 다른 정치제도들에 대한 고려와 함께 종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권력 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혁은 서로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를 산출하면서 동시에 권력분산적인 정부형태를 채택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정치제도를 초래할 수 있다. 새로운 권력 구조가 거부권 행사자의 수를 증가(감소)시킨다면, 거부권 행사자의 수를 감소(증가)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즉 정치제도 설계는 거부권 행사자의 수에 적정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제도의 설계는 또한 정치제도들 간의 상호 조응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제에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 간의 상호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자율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제는 대리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들과 조응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의 초다수제 입법절차(상원 필리버스터)는 초당적인 입법연합만이 법안의 통과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의원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약한 대통령제와 조응한다.

반면, 의회제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자신의 생존을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의회 다수는 자신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행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행정부를 결속력 있게 지지해야 한다. 다수결 입법제도를 채택하는 의회제에서는 다수여당이 결속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입법 방법이다. 따라서 의회제는 의원들을 결속할 수 있는 제도들과 조응한다.

최근 한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고려와 함께, 한국의 현실에서 순응비용과 거래비용 중 어떤 문제가 더 시급하게 해결돼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의 지역주의, 부정부패와 같은 여러 사회병리학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이 해결돼야 할 시급한 문제라면, 순응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권력분산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새 권력구조 설계는 선거제도 개혁과 병행돼야


▎지난해 9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최로 ‘시민의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개헌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또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이질성이 증가하고 경제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정치적 다수가 소수에게 부과하는 순응비용은 증가한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 역시 권력분산형 제도의 도입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권력분산적인 제도는 입법 효율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거래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한국 사회구성원 선호의 분포에 따라 결정되는 집합적 의사결정 비용, 정치제도들간의 상호 조응성, 다양한 정치제도가 창출하는 거부권 행사자의 수의 적절한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정치제도는 무엇인가? 최근의 신생국가들은 대통령제와 의회제의 장점을 조합했다고 하는 준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일각에서도 권력 분산을 위해 준대통령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준대통령제는 국가 상황에 따라 대통령제의 단점과 의회제의 단점이 모두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상황은 대통령과 수상의 소속 정당이 서로 다르고 두 정당 중에 어떤 정당도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분점 소수정부가 형성될 경우다. 이 같은 정부는 파편화된 다당 연합정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한국과 같은 인물 중심의 정치지형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한다면, 잦은 정부 불신임과 의회 해산, 이에 따른 권력공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준대통령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다수 선거 제도를 통해 양당체제를 창출한다고 해도 준대통령제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준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회 다수를 형성하고 대통령이 다수당을 지배할 경우, 막강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반면, 대통령의 정당이 의회 다수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는, 동거(cohabitation)정부에서 대통령과 다수당의 수상이 서로 대치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통령은 외치를, 수상은 내치를 담당하게 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통치가 이뤄진다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준대통령제 전문가인 아주대 강신구 교수는 이러한 통념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사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회제도 준대통령제도 적합하지 않다면, 미국식 순수한 대통령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대통령의 권한집중이 개헌의 목표라면, 민주적인 정당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순수한 대통령제가 두 방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대통령제가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제의 사후적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사전적인 선발 방식에 비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리인이 주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대리인을 감독하기가 어렵고 대리인을 교체하기도 제도적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권력 분산을 근간으로 하는 대통령제에다 미국식의 초다수제 입법제도가 조합된다면, 국정의 책임성 소재는 더욱 불분명해진다. 또한 초다수제 입법제도 아래서의 입법적 교착을 해소하기 위한 의원 자율성의 신장은 정당을 약화시켜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양당체제에서 ‘온건한 다원체제’로 전환을!


▎2014년 일본 중의원에서 의회 해산이 공식 결정된 뒤 의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미국식 정치체제는 현행 한국의 정치체제의 차선책으로 고려될 수 있으나, 한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제도는 다당 의회제라고 할 수 있다. 다당제를 창출하고자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도 독일처럼 5% 또는 그 이상의 정당득표율을 선거 진입장벽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소지역주의 정당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정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당에는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사르토리(Sartori)가 ‘온건한 다원체제(moderate pluralism)’라고 명명한 3~5당 체제를 형성시킬 것이다. 이 체제에서는 입법연합을 위한 정당간의 협조 가능성이 양당체제에 비해서 높고, 연정 참가 정당들의 타협 및 교체를 통해 다수뿐만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다당 의회제 도입의 전제 조건은 대리인 문제를 해결해 정당들이 정책대결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이 제도는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기보다는 소수 정치 엘리트들의 이합집산에 의한 정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헌 논의에 앞서 정당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립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 문우진 아주대 정치학 교수 wjmoon@ajou.ac.kr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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