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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마약과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 

마닐라=문종구 자유기고가 haniship@gmail.com
서방권의 인권유린 우려보다 국민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라는 사회주의자의 외침… 격식과 절차가 필리핀을 파멸로 이끌기 전에 특단 조치를 통한 기득권 타파에 나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튀는 언변과 행동 탓에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다. 두테르테는 어떤 인물인가? 세계가 우려하는 그의 급진적인 정책은 거꾸로 왜 필리핀 국민을 열광시키고 있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8월 마닐라 동쪽에 있는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한 후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수행 중인 ‘마약과의 전쟁’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많은 용의자가 초법적으로 살해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월 초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를 만나 필리핀의 인권유린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두테르테는 “도대체 오바마가 누구냐? 그가 감히 내 앞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한다면 나는 그를 개xx (Son of Whore)라고 욕해주겠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오바마)가 나하고 인권을 논하고 싶다면 필리핀의 마약문제부터 먼저 공부하라고 전하라”고 일갈했다. 두테르테의 호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바마는 자기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흑인 인권유린, 이민자 인권유린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필리핀이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는 동안 민다나오섬(두테르테의 고향)에서만 60만 명의 모로인(필리핀 이슬람교도)이 학살당했다. 그 역사적 사실도 먼저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두테르테의 측근과 지지자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들은 오바마에게 관타모어 교도소에서의 인권유린 행위와 백인 침입자들이 죽였다고 알려진 수백만 명의 미국 인디언의 인권문제도 따지라고 요구했다.

두테르테의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에서는 지난 두 달여간 경찰의 작전 중, 또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총격으로 20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사망했고 현재도 매일 수십 명이 사살된다. 필리핀 정부 주도의 마약과의 전쟁은 지구촌의 지대한 관심과 함께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두테르테와 상당수 필리핀 국민은 외국 매체 대부분이 필리핀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해줘도 귀를 닫는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마약사범 처단에 대해 일부 시민이 ‘처형을 중단하라’고 쓰인 표지판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400만 명 이르는 마역범에게 찍힌 ‘반역자’ 낙인


▎9월 2일 필리핀 다바오에 있는 야시장에서 폭발로 숨진 희생자들을 수습하는 경찰 요원들. / 사진·중앙포토
2002년 당시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심각한 마약범죄에 대응하고자 마약범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Drug Menace as Threat to National Security)’라고 선언했다. 당시 마약범의 수는 수십만 명 수준. 그들을 반역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아로요의 선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필리핀 정부는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올해, 마약범의 수는 그때보다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4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두테르테 취임 한 달 만에 70만 명이 자수했다. 외국의 매체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있다고 필리핀 국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400만 명의 마약범(반역자)들 중에 겨우 1000명 정도가 영장 없는 체포에 반항하다 사살당했을 뿐인데”라며 그들의 죽음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었다. 필자가 만난 몇몇 필리핀 주민은 이렇게 흥분하며 외쳤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집 주위에, 당신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주변에 마약범이 수백 명,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이 우글거린다. 당신은 합법적인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하고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할 건가? 필리핀처럼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몇 개월 또는 1년 이상 걸리더라도? 마약에 미쳐 있는 범죄자들이 매일 당신의 남편, 아내, 자녀들에게 마약을 권하거나 강매하는데도 말인가. 국민의 인권보다 미쳐 날뛰는 마약 범죄자들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가?”

필리핀의 언론매체들의 기류는 조금 다른 듯하다.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을 응원하면서 실제로는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 마약 퇴치에는 동의하지만 법과 인권을 존중하라는 주문이다. 두테르테가 그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지난 정권들이 해왔던 것처럼 인권을 존중하며 법대로 해결하라고? 그렇게 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마약범죄자들을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으라고?”

두테르테는 제도권 매체와 언론인들을 그리 신임하지 않는다.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범죄자들과 결탁하거나, 돈을 받고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언론인들은 살해되어 마땅하다!”는 말로 언론인들을 향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당연히 당시 국내외 매체들은 그의 막말(?)을 대서특필했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국민들이 기성 언론매체들의 속임수와 세뇌에서 벗어나 SNS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며 상호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 학교, 공원, 공항, 여객터미널 등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설치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17억8000페소(약 427억원)를 책정하기까지 했다. 두테르테는 자신의 막말(?)에 대해 최근 이렇게 설파했다. “나는 오바마에게 책잡힌 게 없다. 내 주인은 필리핀 국민이다. (I am not beholden to Obama. My master is the Filipino people.)”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오바마-두테르테 정상회담 무산은 이런 사회적, 심리적 갈등과 충돌의 산물이다. 필리핀만의 이런 절실한 현실과 아이러니는 합리주의와 절차에 집착하는 서방언론이 밖에서 봐서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주제일 수 있다. 그 한가운데 두테르테가 있다.

필리핀의 마약은 흡사 청나라를 몰락으로 이끈 마약에 비견할 수 있다. 국가의 근간을 일상적으로 흔드는 위험요인으로 만연화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편 문제가 19세기 중국의 이슈였다면 마약은 21세기의 필리핀 문제다.

2016년 9월 2일 금요일 밤, 필리핀의 남동쪽 다바오시에 있는 야시장에서 폭발물이 터져 14명이 죽고 67명이 크게 다쳤다. 그 다음날엔 다바오시의 서쪽에 인접한 코타바토에서 두 건의 폭발물 사건이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와 국민들은 이 폭발 사건의 배후에 이슬람 반군 또는 마약상들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왜냐하면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반군 격퇴와 마약 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반군이나 마약범들이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두테르테의 예봉을 꺾기 위한 역습으로 받아들인다. 마닐라를 포함한 필리핀의 대도시에는 흉흉한 소문이 자자하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형몰이나 시장에서 또 다른 테러가 자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렇다고 두테르테가 겁먹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는 바실란 지역에 군대와 화기를 증파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살인 전문가들을 고용해서라도 그들을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살인 전문가 고용해서라도 응징하겠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현지 경찰관이 빈민가를 순찰하고 있다. 유흥가 밀집지역 인근인데도 폐쇄회로TV가 한 대도 없다. / 사진·중앙포토
필리핀 중앙 정치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다바오 시장 두테르테가 지난해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자 대부분의 필리핀 국민은 “저 사람 대체 누구야”라며 의아해 했다. 일흔 한 살의 노인에다가 항상 후줄근한 옷을 입고 다니며, 20년 이상 시장직을 역임한 지방 권력자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었다. 필자와 교민들의 눈에도 그는 주변머리가 없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어 보였다. 그가 소속된 정당 (PDP-laban, 필리핀민주당-국민의힘) 이름도 생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전 22년 동안 다바오 시장을 지냈다.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980㎞ 떨어진 다바오시는 탄탄한 치안 기반으로 인해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꼽힌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 재직시절에 이렇게 말했다. “마약 범죄자들은 다바오시를 수평으로 떠나라.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들을 수직으로 떠나도록 해주겠다.”

그 후 다바오시에서는 마약상으로 의심되는 2000여 명의 사람이 사법절차 없이 죽임을 당했다. 두테르테가 조직한 자경단의 소행이라는 소문만 떠돌았고 다바오시는 20년간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명성을 날렸다.

올초 대통령 선거유세 중에 어느 기자가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두테르테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들 (마약상들)은 필리핀을 수평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들을 수직으로 떠나도록 해주겠다. 그들의 시체를 마닐라만에 던져 물고기들이 살찌도록 하겠다.”

기자가 다시 “만일 당신의 자녀들이 마약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두테르테는 “내 자식이라도 마약을 한다면 내가 직접 사살할 것이다!”라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필리핀에는 크게 두 종류의 마약이 있다. 천연 마약과 합성 마약이다. 아편과 헤로인, 대마초 같은 천연 마약은 가격이 비싸 일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만이 구매한다. 필리핀은 중산층과 상류층이 엷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아 천연 마약 유통에 관여하거나 중독되는 경우가 적다.

문제는 합성 마약에 있다. 여러 가지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을 실험실에서 배합, 제조한 마약을 필리핀에서는 ‘샤부(Shabu)’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필로폰 또는 히로뽕을 말한다.

필리핀 마약상들은 박리다매를 노려 더 저렴하고 저질의-인체에는 더욱 치명적인-화학약품을 마약에 첨가한다. 50페소(약 1200원) 상당의 1회용 ‘샤부’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 마약을 태워 나오는 연기를 코로 흡입하면 몇 초 만에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배고픔을 잊고 고통도 잊는다고 한다. 두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건 물론이다. 샤부를 흡입한 일부는 정신착란 상태에서 소매치기, 강도, 살인 등 범죄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몇 시간 뒤 샤부의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샤부를 구입하는 데 드는 돈을 마련코자 범죄 충동에 사로잡히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다.

마약상들은 하루 세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중노동에 내몰리는, 또는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이나 약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샤부를 권한다. 마약의 독성에 무지한 서민들은 당장의 배고픔, 피로감, 통증을 잊고자 수많은 서민이 샤부 중독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들 중에 상당수가 범죄 충동을 느껴 강도·강간·살인 등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다. 필리핀 재래시장의 번화가에 자리한 전당포들은 연일 호황을 구가한다. 이들이 취급하는 물건 대부분은 샤부 관련 범죄자들이 갖고 와 현금화하는 장물이다.

필리핀의 정신 죽이는 ‘샤부’ 마약상을 ‘악마’로 규정


▎지난 7월 필리핀 경찰이 압수한 불법 복제 DVD를 장갑차를 이용해 부수고 있다. 시민들에게 위조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이다.
샤부의 문제점은 인간을 회복불능으로 망친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상습적으로 흡입하면 중독되고, 1년 이상 중독된 자들은 재활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뇌에 큰 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그래서 두테르테는 인간을 파괴시키는 샤부를 제작하는 자들과 판매업자들을 ‘악마’로 규정하며 “반드시 죽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샤부에 중독되는 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고 결국 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소산이다.

지난 6월말,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2500여 명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1300여 명은 경찰의 마약 소탕작전 중 사살되었지만 나머지 1200여 명은 조직 노출을 우려한 마약상들의 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는 검거에 반항하는 마약 용의자들은 현장에서 사살하라고 경찰에 명령했다. 총을 가진 시민에게도 마약상들을 죽이라고 독려했다.

이러한 두테르테는 공언에 70만 명 이상의 마약상이 자수했다. 그럼에도 필리핀에는 300만여 명의 마약 용의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인권단체와 유엔의 인권기구에서는 두테르테의 초법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인권유린이자 학살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두테르테는 그들에게 필리핀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헛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고 비아냥댔다. 자신의 전쟁을 방해하면 유엔을 탈퇴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마약 범죄를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는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이후 4가지 핵심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마약 근절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근절 ▷환경·자원 보호 ▷친(親)서민정책 추진 등이다.

일단, 광산업에 적용한 엄격한 기준 때문에 일부 필리핀 부자가 타격을 입었다. 광산 개발로 훼손된 산과 강, 바다를 회복시키는 데 그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할 판이다. 그뿐만 아니라 두테르테 정부는 피해지역에 살고 있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적절하고 충분한 보상을 요구했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때까지 그들은 당분간 광물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예전부터 필리핀 부자들은 공직자들과 결탁해 온갖 부정부패를 자행해왔다고 일반 국민들은 간주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면 많은 부자들의 탈세가 적발되고,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조치가 취해지리라는 게 현지 관측이다.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친서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마약 관련자가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두테르테는 가난 때문에 서민들이 마약상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범죄는 가난과 굶주림을 자양분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리핀도 예외는 아니다.

“부자와 관료간 부패의 사슬도 끊는다”


▎두테르테는 청빈한 생활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 / 사진·중앙포토
필리핀 정부에는 파코(Pagcor)라는 기관이 필리핀 내 모든 카지노와 복권 및 도박장 운영을 담당한다. 파코는 중국의 반(反)부패정책으로 타격을 받은 마카오 도박업자들이 필리핀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해마다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매년 350억 페소(한화 약 7500억원)에 이르는 파코의 수입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쌈짓돈처럼 유용했던 게 오래된 현실이다. 2주 전 두테르테는 파코의 수입 전액을 서민을 위한 의료와 교육 지원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농민들이 해마다 부담해왔던 20억 페소 상당의 관개수로 사용료를 폐지시켰고 정부가 소유한 농기구를 농민에게 무료로 임대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그동안 흐지부지되어온 토지개혁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소작농을 줄여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더 많은 농민이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경작함으로써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부자에게 빼앗기지 않고 농민 스스로 가난에서 탈피하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두테르테의 의지의 산물이다. 이러한 친서민정책은 당연히 국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지만 일부 기득권 세력과 부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테르테는 20년 이상 다바오시의 시장을 역임하면서도 중산층 수준의 청빈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에 출마해서도 당시 집권당 후보 진영에서 두테르테의 부정축재 여부를 조사했지만 건질 게 없었던지 이슈화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는 젊은 시절 한때 공산주의 활동을 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공언하는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사회정의는 친서민정책에 따른 빈부격차 해소에 있고, 가난한 국민들의 정신을 파괴하는 마약근절에 있다.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가장 큰 사회문제로 꼽는 것이 치안 불안이다. 치안을 불안케 하는 범죄자들은 거개가 마약과 관련이 돼 있다. 그래서 두테르테는 치안 불안의 암적 뿌리인 마약을 퇴치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필리핀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26년에 접어든다. 그동안 거의 매일 신문·방송에서는 마약 관련 사건·사고가 보도됐다. 경찰이 샤부를 제작하던 실험실을 급습하였다는 보도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이들 마약상과 경찰간의 총격전은 이제 너무 흔한 일이어서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뽑히지도 않을 정도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를 지지하지 않은 기득권 층 일부가 나라밖 인권단체들의 비난행렬에 동참했다. 그들 중에는 여성 상원의원인 레일라 데 리마가 있다. 그녀는 상원 인권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 2주 전에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피해자들과 경찰청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필리핀 국민의 절대 다수(91%)는 두테르테를 지지했다. 필자는 현대 국가에서 그 어떤 지도자가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직접 마닐라에서 살면서도 필리핀 국민의 여론이 그 정도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마약조직과 마약을 일망타진해달라는 국민의 여망이 이런 높은 지지율에 반영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최후의 마약상을 붙잡아 감옥에 처넣거나-만일 그들이 그렇게 원한다면-땅 속에 파묻을 때까지 마약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천국과 같은 삶을 누릴 수만 있다면 나는 지옥에 떨어져 불타는 형벌을 달게 받겠다.”

- 마닐라=문종구 자유기고가 haniship@gmail.com

201610호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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