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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박영준 서울대 교수의 시스템반도체 성공 로드맵 

“해마다 700명씩 30년간 2만 명의 반도체 인력 육성해야”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녹취 정리 이태림 월간중앙 인턴기자
시스템반도체 기업과 산업생태계 동반 육성 전략 절실
메모리 성공 경험, 카이스트 아이덱 노하우 적극 활용할 때


▎박영준 서울대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성공에 정부와 기업의 굳은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준 서울대 나노응용시스템 연구센터 교수는 한국반도체 연구의 산증인이다. ‘반도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 유학길에 나서 미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반도체를 연구했고 IBM에 몸담았다. 1985년 귀국 후 잠시 금성반도체에 근무한 박 교수는 1988년부터 서울대에서 줄곧 반도체 연구에 매진했다. 잠시 민간 영역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는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주도한 ‘블루칩 프로젝트(공정 단계 간소화를 통한 원가절감 계획)’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2001년 이후 다시 서울대로 돌아와 반도체 분야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한 ‘2008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뽑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는 ‘자랑스러운 반도체인 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또 그는 정부가 1998년 시스템반도체 저변확대 차원에서 추진한 ‘시스템IC 2010’ 사업단의 단장을 맡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는 논리와 연산, 제어 등 데이터 처리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국내에서는 비메모리반도체로도 불린다.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투자 발표에 감회가 새로울 법도 하지만 그의 얼굴이 그다지 밝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 반도체산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불길함 때문이다.

그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부흥을 이끈 ‘무어의 법칙’이 저물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1965년 발표한 이 법칙은 18개월 만에 칩 성능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무어의 법칙은 지난 50년 동안 컴퓨터 프로세서 제조 가이드라인이 됐을 뿐 아니라 사실상 IT 산업혁신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스마트폰의 등장도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향상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교수는 “무어의 패러다임은 이제 끝나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성장은 계속돼야 하며, 흐름이 바뀔 때 기회가 온다고 그는 강조했다. “바로 지금이 그때”라고 박 교수는 힘줘 말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 사이에 놓인 대한민국 시스템반도체가 과연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 그는 살아남을 길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의 굳은 의지와 최소 30년의 장기적인 청사진, 그리고 이를 실현시킬 지속적인 투자라고 주장한다. 반도체산업의 고락을 같이한 원로교수에게서 시스템반도체 성공 로드맵을 들어봤다. 박 교수와의 인터뷰는 5월 10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패러다임 바뀌는 새 흐름, 시스템반도체로 타야”


▎지난해 10월 열린 ‘제11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박영준 교수가 ‘자랑스러운 반도체인 특별공로상’을 받았다./사진:박영준 교수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어디쯤 와있는가?

“지난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은 3.1%였다. 한국 GD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 정도다. GDP 규모를 보면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3%도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IT나 메모리반도체 수준을 감안했을 때 3%는 아쉬운 대목이다.”

시스템반도체가 그동안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1990년대, 2000년대에도 정부는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한국이 가진 자원·인재·시장 등 기초체력을 고려했을 때 메모리와 비메모리 즉, 시스템반도체 둘 다 잘할 수는 없었다. 외국을 보더라도 메모리, 비메모리를 모두 잘하는 나라는 없다.”

같은 반도체인데 병행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메모리에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종류가 많아 대응이 쉽지 않다. 시장의 수요와 변화의 흐름을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의 신데렐라 엔비디아를 보자.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5~6년 전까지 지금처럼 큰 회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AI에 필요한 대량 산술연산 기능이 GPU의 기능과 같다는 것을 간파한 한 사업자가 AI칩 시장에 뛰어들었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게 주효했다. 한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인재 부족도 한 원인이다. 연구뿐만 아니라 개발, 마케팅 등 우수한 인재는 전부 대기업이 쓸어 간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삼성, LG 등 대기업과 함께 100억, 500억 규모의 작은 기업도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 중소기업은 인재 기근에 시달린다. 그래서 한국은 시스템반도체를 시작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맹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았나?

“일관되지 못했다. 단적으로 과거 15년 동안 반도체 관련 정부의 연구비 지출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반도체라는 이름이 붙으면 연구비를 따내지 못했다. 반도체는 이미 기업에서 잘 되고 있으니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탓이다. 연구비 지원을 요청하면 난색을 표하고 연구 과제명을 바꿔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게 ‘주문형 반도체’, ‘지능형 반도체’다. 메모리든 시스템반도체든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인재의 양성과 배분에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템반도체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패러다임이 바뀔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현재 IT 산업 변화의 핵심은 ‘무어의 법칙’ 시대의 종말이다. 우리가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토대는 무어의 법칙이었다. 반도체를 작게 만들어 돈을 벌어왔던 것이다. 반도체는 무한정 작아지지 않는다. ‘무어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전 세계 IT 업계는 위기이자 새 성장동력을 찾는 중이다. 정부·기업·사회·학교도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떤 배를 탈지 고민한다.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있는 것이 시스템반도체다.”

기회는 어떻게 잡아야 하나?

“융합, 극한 돌파, 시스템 패키징이 중요한 핵심 키워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한국이 제일 잘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기업은 이미 흐름을 알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잘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인력을 공급하는 일을 해야 한다.”

“3대 성공 키워드, 융합·극한 돌파·시스템 패키징”


▎의료진이 휴대용 초음파기기 버터플라이iQ로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사진:Butterfly iQ
구체적으로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의 내용은 무엇인가?

“융합에 대해 얘기해보자. 자율주행, IoT(사물인터넷), 스마트의료 등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센서(Sensor)다. 이 센서는 집적 회로의 한 종류인 시모스(CMOS)에 들어간다. 시모스는 간단히 말하면 반도체 회로를 꾸미는 방법이다. 시모스에 센서를 융합시키는 일은 한국이 제일 잘할 수 있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다. 미국의 한 의료 스타트업이 만든 버터플라이iQ(Butterfly iQ)는 우리에게 큰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버터플라이iQ는 반도체를 이용한 초음파 의료 진단기기다. 현재 초음파를 주고받는 데 가장 좋은 센서는 피에조 센서(Piezoelectric Sensor)다. 그러나 버터플라이는 시모스에 축전지(Capacitor)를 도입했다. 음파를 주고받는 성능은 피에조 센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시모스 안의 회로가 음파 신호를 최고 수준으로 재구성하도록 했다. 일명 ‘초음파 온 칩(ultrasound on a chip)’ 기술이라 부른다. 이 기술을 통해 초음파 스캔 장치를 몸에 갖다 대면 스마트폰에 초음파 이미지가 뜬다. 기존의 초음파 의료 진단기기 가격은 10만 달러였지만 이 기기는 2000달러에 불과하다.”

우리의 융합 기술 수준은 어디에 와있나?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한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CMOS 이미지센서(CIS)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CCD 카메라 (Charge Coupled Device camera) 센서에는 못 미치지만 시모스의 회로들이 색감을 조정하고 노이즈를 제거해 화질을 개선시켜 낮은 성능을 극복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CIS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싸고 성능 좋은 센서와 반도체의 결합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모스 안에 센서를 융합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일명 ‘임베디드 시모스(Embedded CMOS)’다. 이미 반도체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기 때문에 센서를 만들어내는 나노 물질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과 협력해 임베디드 시모스 수준을 올리면 독보적일 것이다. 다만 나노 물질 분야와 반도체 분야가 협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쉽다.”

남은 두 키워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극한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은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극한을 뚫지 못해 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대기업에 손해 볼까 걱정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인식하는 고도의 정교한 반도체 회로를 갖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도의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

세 번째는 정부 발표 대책에 빠져있는 ‘시스템 패키징’이다. 시스템을 만들려면 메모리반도체도 사 오고, 엔비디아 AI칩도 가져와야 한다. 이때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 애플이 삼성전자에 주문하던 반도체를 TSMC로 옮겨간 이유가 TSMC가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패키징 전략을 후속 대책에 포함시켜야 한다. 지금 시장은 ‘시스템 패키징’을 넘어 ‘시스템 빌딩’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대학에서 연구를 해야 한다. 학계에는 시스템과 관련해 이미 저명하고 우수한 교수들이 많다. 이들이 이전에는 반도체 분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컴퓨터 알고리즘을 다룰 수 있는 인력이 디자인하는 AI칩이 화두가 되면서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 밖에 시스템 아키텍처,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패키징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도쿄선언’을 기억하는가”


▎4월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성공 가능성은?

“1983년 이병철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도쿄선언’을 기억하는가. 당시 일본이 주름잡던 D램을 시작한다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선언이었다. ‘도쿄 선언’ 이후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에 전력투구(Full Commitment)했고 결국 메모리반도체에서 성공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성공 비결은 고객을 이해하고 일류 기술자들을 꾸준히 길러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일류 마인드가 만들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해야겠다는 전력투구 의지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근본은 같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시스템반도체를 통해 일류가 되고 전 세계 고객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회사가 망하겠다 싶더라도 전력을 다해 10년 이상 밀어붙여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TSMC처럼 생산만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가 아니라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일각에서는 팹리스 업체 설계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고객 기술에 대한 보안 유지나 유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2017년에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했지만 향후 더 독립적인 형태를 보이는 것이 좋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도 분리해 운영하는 묘수가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는 이미 팹리스 부문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팹리스 업체들은 위탁 생산이 아닌 삼성전자의 ‘위탁 주문’을 받는 팹리스 ‘하청’ 업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팹리스, 소프트웨어 등 여러 업체에 하청을 줄 수 있다. 업체의 기술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던 과거의 사례에 비춰 불안해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안다. 향후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칩리스, 시스템을 패키징(Packaging)하는 업체 등과의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해주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수익 분배를 어떻게 하는가도 문제다. 음원 시장처럼 수익을 퍼센티지로 나눠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대기업·중소기업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청의 구조다. 큰 숙제지만 고쳐져야 한다.”

앞서 설명한 칩리스나 패키징 업체들은 이번 대책에 빠져있다.

“정부가 업계를 잘 모른다는 증거다. 위탁 생산으로 칩을 만든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제 칩만으로 비즈니스가 힘들다. 하나의 시스템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고객사 스스로 칩을 디자인해서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겼다. 이후 칩에 들어가는 기능이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그래서 TSMC는 자신들이 보유한 IP로 칩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게 적중했다. TSMC의 성공 요인 중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TSMC는 애플사에 시스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시스템 디자인 서비스를 넘어 ‘시스템 빌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혼자 하기는 힘들다. 팹리스 업체 외에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 업체들이 소외되면 안 된다. 한쪽만 기형적으로 커지면 산업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다.”

“10년간 R&D 1조? 30년 동안 6조 투자해야”


▎박영준 교수는 융합·극한 돌파·시스템 패키징 등 3대 핵심 키워드가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 내다봤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약 1만7000명 규모의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 연구개발(R&D)에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 정도 수준이면 2030년이 와도 지금과 똑같은 3% 점유율을 맴돌 것이다. 진짜 성공하려면 30년 동안 6조원가량을 R&D에 투자해야 한다. 인재는 2만 명 정도 필요하다. 1983년도에 반도체 전문가는 500명에 못 미쳤다. 지금은 2만 명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2만 명은 길러내야 한다.”

2만 명을 어떻게 육성하나?

“2만 명이라는 숫자는 반도체 산업에 관련된 모든 인력을 뜻한다. 물리·화학·컴퓨터·재료·화공·전기전자 등 전부 반도체 활용 가능 인력이다. 가령 극한을 돌파하는 데 물리학과 전공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사람들을 ‘반도체 마인드’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1년에 700명씩 육성하면 된다. 30년간 700명씩 육성하면 2만 명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저변은 이미 깔려있다.”

대기업만으로는 반도체의 질적, 양적 성장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설명한 청사진이 있어도 반도체 칩은 벤처기업이나 대학이 연구하기에는 비용이 크게 든다. 그래서 TSMC가 하고 있는 MPC(Multi Project Chip)를 활용해야 한다. 한 기업이 하기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회사가 함께 돈을 투자해 개발하고, 수익은 나눠 가져가는 형식이다. 전 세계에서 MPC를 제일 잘하는 센터가 한국에서 20여 년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바로 카이스트의 반도체설계 교육센터인 ‘아이덱’(IDEC)이다. 아이덱은 1995년에 비메모리 분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자원부와 반도체 회사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다. 연구 교육 벤처라 보면 된다. 시스템 IC연구교수들이나 벤처들이 칩을 제작하는데 드는 과도한 비용을 공동웨이퍼 제작을 통해서 경감해 주는 시스템이다. 반도체 수준이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아이덱 덕분이다. 안타깝게도 설립 초기에는 정부에서 1년에 20억~30억원씩 지원해줬다. 지금은 10억원도 지원받지 못한다. 아이덱의 가치를 모른다고 하겠다. 시스템반도체를 제대로 하려면 아이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아이덱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노하우는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이미 우리는 메모리에서의 성공 경험도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도 많다.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깔려있다. 지금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는 크지 못한다.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 나라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은 잘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선도해 나가야 한다. 늦지 않았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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