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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해부] 지자체와 시민에 짐 떠넘긴 ‘버스대란’ 

주 52시간제 지키기에 을(乙)들의 지갑 열리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전국 버스 동시파업에 놀란 정부, 요금 인상·준공영제 확대로 위기 모면
추가 비용 1조원대, 근본 처방 없으면 서민의 발 볼모 삼는 악순환 계속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파업 직전까지 갔던 버스대란이 한고비를 넘겼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요구대로 버스요금을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우선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해 온 정부 태도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버스요금 인상이란 미봉책으로 주 52시간제의 비용과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지자체별 요금 차등 인상에 따른 지역 간 대중교통 비용 격차가 커지면서 형평성 논란의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냈다.


▎전국 버스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둔 5월 14일 서울 중랑 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 사진:변선구 기자
"정부가 버스요금을 인상해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은 공직에 있으면서 처음 봤다.”

경기도 공무원 A씨는 최근 벌어진 버스대란 논란을 보며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는 민심 이탈을 우려해 공공요금 인상을 가급적 억제하는 게 상식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정부가 나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고 했다.

A씨의 말대로 버스대란을 막고자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든 건 정부였다. 반발 여론을 의식해 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3기 신도시 발표 현장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따로 만나 경기도 버스요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버스요금 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다. 여당도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김 장관,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과 5월 13일 비공개 당·정·청 회의를 통해 요금 인상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요금 인상을 주저했던 지자체들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협상 시한을 반나절 남긴 5월 14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버스 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시내버스는 200원 오른 1450원, 광역버스는 400원 올라 2800원이 된다. 적용시기는 9월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장관을 만난 지 20분 만에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대신 국토부는 광역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해 주기로 했다. 버스노조들은 협상의 여지가 생겼다며 15일로 예고했던 파업을 잠정 철회했다.


▎5월 12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경기도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기자
정부와 여당이 민심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요금 인상에 사활을 쏟은 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요금 인상 외에 달리 방법이 없어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진작에 대안을 고민하지 않은 결과가 버스대란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노선버스는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1년간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국회가 노선버스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1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면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버스대란의 본질적 문제는 주 52시간제의 수혜자인 노동자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버스업체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당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근무환경 개선을 환영하기보다 임금이 감소된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주 52시간제의 역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5월 14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버스 파업 관련 논의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김 장관의 버스요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버스 운전자의 월평균 임금은 354만원이다. 기본급은 전체 임금의 49%에 불과하다. 나머지가 연장근무 수당이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연장근무 수당이 크게 줄어든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기존 임금의 10~20%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 버스운전자의 급여를 기준으로 할 경우 310여만원에서 279만~248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버스업체도 불만이 크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운전기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버스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그 수가 전국적으로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정부가 버스업체에 일자리 지원금을 집행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올해 1~4월 25개 버스업체에 지급한 일자리 지원금은 40억여원 정도다. 지금까지 추가 고용 인원은 1250명에 불과하다.

준공영제를 채택한 지자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요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재정을 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과 경제적 파급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서울시 버스기사의 노동 강도는 전국 버스업계에서 가장 양호한 편이다. 1일 2교대로 근무하며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7.5시간이다. 지난해부터 운전 인력 300명을 추가 채용하고, 운행 횟수를 감소하는 등 탄력근로 방식으로 주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해왔다. 기사 월급은 390여만원으로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다만 서울시버스노조는 시급 5.98% 인상과 정년 연장, 완전한 주 5일제 시행(주당 45시간 근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자체들보다 수월하게 대란을 피했다. 인천 시내버스 노사는 기사 임금을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20.07% 올리기로 합의했다. 정년은 현재 61세에서 63세로 연장한다. 늘어나는 비용은 준공영제 예산을 늘려 조달할 계획이다. 인천시의 올해 준공영제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170억원 늘어나 127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시민들도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실질 임금이 감소한 것이 비단 버스업계만의 사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용인시에서 서울 강북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영훈(37)씨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돼 내가 받는 월급이 줄었다고 해서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버스요금 외에도 주 52시간제로 인해 공공비용이 늘어날 텐데, 이번처럼 서민들의 지갑을 열어 다른 사람의 주머니 채워주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요금 인상 과정에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을 조정할 때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경기도의 경우 2007년부터 버스요금 인상 과정에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나 공개토론회 등을 거쳤다. 다른 지자체들도 자체 소비자정책위원회나 지방의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토대로 인상 규모와 시기 등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여당 지도부들의 비공개 회동이 요금 인상 결정을 이끌어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은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위한 명분과 긴급상황이었단 점은 이해하지만 경기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분명 문제”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국가적으로 그토록 중요한 문제였다면 각 지역별로 협의체를 운영해 지자체들이 주도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안내를 했어야 한다.”

'세금’이나 ‘요금’이나… 결국엔 ‘서민들 몫’


대란은 피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도 대중교통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사 역할을 중앙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의 버스 앞에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다. 구호 문구는 이렇다. ‘대중교통 환승할인은 보편적 교통복지, 이젠 중앙정부가 책임져라!’(서울지역 버스), ‘교통복지 실현, 준공영제 시행하라!’(경기지역 버스). 요구사항은 다르지만 노선버스 정책을 복지로 규정해 국가의 책임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동일하다.

서울시는 준공영제에 따라 노선 운영 수익금을 서울시가 맡아 민간업체에 공동 분배하고 적자를 시 예산으로 보전해 준다. 2004년 7월에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3조715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2016년에 2771억원, 2017년 2932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기사를 추가로 고용하고 근무형태를 개편한 지난해에는 5402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환승할인으로 인한 비용도 지자체에는 큰 부담이다. 국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대중교통 환승할인에 따른 비용은 전국적으로 1조3950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에 서울시가 준공영제에 투입한 재정지원금은 2515억원이었지만, 환승할인 비용은 4000억원이었다.

서울시는 여기에 이번 버스대란 합의 과정에서 혹을 하나 더 붙이게 됐다. 경기도가 버스요금을 올리는 대신 수도권 환승체계로 얻는 서울시 몫의 수익을 경기도에 돌려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초 경기도는 서울, 인천시가 함께 하지 않으면 요금을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수도권의 버스와 전철은 환승할인체계로 묶여 있어서 교통비 총액을 3개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나누는 구조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환승해 20㎞를 이동한 사람이 1450원을 지불하면 이 총액을 경기도 740원, 서울시 710원으로 분배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만 요금을 올리면 서울시는 가만히 앉아서 수익이 늘어난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내버스 요금 200원을 올려도 이게 온전히 경기도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버스요금은 늘 3개 시·도가 동시에 조정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약속대로 서울시 몫의 환승체계 수익금을 경기도로 반환하게 되면 서울시는 자체 재정부담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동안 가장 큰 환승할인 손실보전금(2019년 기준 2200억원 추정)을 부담했던 경기도는 재정부담을 덜게 됐다. 그 대신 경기도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이 새로 생긴다. 총액으로 따지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된 셈이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나눌 사람만 늘려


정부는 이번 논란이 주 52시간제의 역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버스대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쟁의조정 신청을 한 286개 사업장 가운데 약 200곳은 준공영제 사업장이거나 1일 2교대제 사업장이고 나머지도 상당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주 52시간제가 이번 대란의 원인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버스요금 인상이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운전기사의 임금 감소분과 업체의 비용 증가분 보전을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점에서 이 장관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이번 대란을 피하고자 정부가 주도적으로 준공영제를 확대하도록 한 점은 앞으로 정부의 재정부담 책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서울 5402억원, 부산 1134억원, 대구 1110억원, 인천 1079억원, 광주 639억원, 대전 576억원, 경기(광역버스 외 일부 지자체) 242억원이었다.

운송원가의 대부분이 인건비여서 앞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인원과 급여가 늘어나면 재정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버스대란을 막기 위해 내년 7월까지 7300명, 2021년 7월까지 1만69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국의 버스기사 근무 형태를 1일 2교대로 바꾸고 임금을 준공영제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1조3433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재정지원과 요금 인상 두 가지뿐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해 12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버스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최소 1만5000명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토부는 버스기사 증원을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제)의 취지였던 일자리 나누기 성과”라고도 자평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용훈씨는 “주 52시간제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서비스 수요(시장)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파이를 잘게 쪼개 더 많은 사람이 나누도록 한다는 점”이라며 “이번 버스대란이 그 문제점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준공영제를 확대해서 세금으로 지원하면 당장의 불은 끌 수 있지만 결국 나중에 또 임금 인상 요구가 있을 테고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준공영제 원가 공개 등 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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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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