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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4·15 총선 전망] 원외 거물들은 무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기면 잠룡 반열, 지면 은퇴 수순에… 

이낙연·이완구·홍준표·오세훈 등 사실상 출마 결심 굳혀
유승민과 갈라선 안철수는 출마보다 측근 지원에 무게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8월 18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기자
2019년 12월 5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이 전 총리는 충남 예산·내포신도시·홍성을 잇달아 찾았다. 예산에서는 지지자들과 만난 뒤 김석환 홍성군수를 예방했다. 이어 천안으로 옮긴 이 전 총리는 전·현직 시도 의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이 전 총리의 행보를 두고 총선 출마를 앞둔 몸풀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전 총리는 21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 그리고 전화통화에서 “당에 도움이 된다면(출마를) 마다치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

이 전 총리의 예상 출마 지역구로는 예산·홍성, 대전, 세종, 천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향후 전체적인 정치 지형, 당내 상황, 상대방(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방향 등을 두루 지켜보면서 출마 지역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0년 4·15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화려한 귀환을 꿈꾸는 거물들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현직 의원을 제외하고 전직으로만 대상을 좁히면 야권이 압도적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 유학길에 오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역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여권에서는 국무총리로서 조만간 임무를 마치게 될 이낙연 현 총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거물급 정치 신인 중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완구 전 총리나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60대 중후반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만일 총선에서 패한다면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반면에 민주당 거물을 꺾고 승리한다면 총선 결과에 따라 당 헤게모니를 쥘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터 잡은 오세훈, 추미애 장관 발탁에 허탈


▎이완구 전 총리가 2019년 7월 19일 천안 축구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천안시 중앙위원회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선착순’으로 말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하다. 그는 2019년 1월 광진을 당협위원장에 선임되는 등 일찌감치 출전 채비를 갖췄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도 광진구 자양동에 차리고 밑바닥 표심 훑기에 주력했다.

오 전 시장의 타깃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추 전 대표는 광진을에서만 5선 고지에 오른 여권 거물이다. 전·현직을 통틀어 한국 유일의 여성 지역구 5선 의원이다.

한국당에 광진을은 험지(險地) 중의 험지라 할 수 있다.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 후보가 광진을에서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추 전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낙점됐다. 추 전 대표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장관에 임명되고, 그럴 경우 지역구는 다른 사람이 물려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진동 평론가는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참신한 전문가가 공천된다면 오 전 시장 측으로서는 의외로 고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출마 의사를 굳힌 가운데 지역구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2019년 11월 27일 영남대 정치행정대학 특강에 나선 홍 전 대표는 출마 지역구를 묻는 말에 “내년(2020년) 1월에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태어난 곳인 경남 창녕과 자란 곳인 대구 모두 출마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수차례 출마 의지를 다졌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출마에 무게를 실으며 여러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고향인 TK(대구·경북) 쪽과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김 전 위원장이 서울에서 출마한다면 이낙연 현 총리와의 매치업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이낙연 총리는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민주당 5선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전 위원장은 TK의 친박계 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12월 4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4년 전 ‘이한구 키즈’들이 곳곳에서 공천을 받아 문제가 됐다”며 “이분들이 대구를 대표하는 한 대구는 보수꼴통이요, 적폐세력이라는 오명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한구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지휘한 인물이다.

경남지사 출신인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19년 11월 7일 거창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다.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경남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 부지사를 거쳐 경남지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거창은 그에게 주민등록상 고향일 뿐 아니라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최고위원은 “도의원 출마 때 고향으로 향하던 설렘을 느낀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대신했다.

여권에서 차기 총선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낙연 총리다. 이명박 정부 때 김황식 전 총리가 세웠던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운 이 총리의 최대 강점은 안정감과 경륜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총리는 당내 인사들과 식사를 자주 하는 등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대중 정치인으로 복귀하는 만큼 이 총리 특유의 엘리트 이미지를 덜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낙연, 지역구 고민… 김동연·홍남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9년 2월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책임당원협의회 제2기 임원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선 의원 출신인 이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당장 당권과 가까워질 수 있다. 오래전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현 대표의 임기는 2020년 8월까지다. 예정대로라면 민주당은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른다.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구로는 1순위가 종로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상징성이 강하다. 이 총리가 종로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중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종로 지역구 의원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호남에 출마하는 대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 유세를 하는 등 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각료들의 행보도 관심사다.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전 부총리가 아예 충청권 선거 전체를 지휘하게 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차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충청을 맡기듯 홍 부총리에게는 강원을 맡기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는 “김 전 부총리를 내세울 경우 이완구 전 총리 등 충청을 대표하는 야권 거물에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범야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행보다. 안 전 대표가 연초에 귀국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오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친안(친 안철수)을 자처하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조차 안전 대표의 귀국 시점과 관련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까.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으로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한 인사의 말이다. “안철수의 최종 목표가 뭔가? 국회의원인가, 대통령인가? 총선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는 대신 측근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본다.”

안 전 대표 측근인 김철근 바른미래당 서울 구로갑 지역위원장은 “2017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때 안 전 대표는 ‘앞으로는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안 전 대표가 언제 귀국할지,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 측은 12월 13일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변화와 혁신(변혁)’ 모임이 추진하는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변혁은 전날 신당 명을 ‘새로운보수당’으로 확정했다. 보수는 유 의원이 강조해온 노선이다. 안 전 의원은 중도 노선을 표방해왔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측도 안 전 의원의 신당 참여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독자적으로 움직였고, 이에 안 전 대표도 함께 갈 수 없다며 선을 긋고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이 주도하는 변혁 모임에 참여했던 안철수계 의원 일부는 새로운보수당 창당에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변혁에 참여하는 의원 15명 중 안철수계는 7명이다. 이 가운데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은 유 의원이 추진한 신당기획단장을 맡는 등 새로운보수당 창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새로운보수당과 관련해 안 전 대표가 참여할 여건이 안 된다며 분명히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감독 겸 선수’ 황교안의 승부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019년 12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프트웨이브’ 행사에서 안랩 부스를 찾아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계에 입문한 지 단 43일 만인 2019년 2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대표. 황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한국당은 예전의 활력을 되찾는 듯했다. 당 지지율도 올라가고 황 대표 자신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당 지지율은 보합세 또는 완만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2월 9∼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0.9%포인트 오른 40.9%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당은 29.3%로 3개월 만에 다시 20%로 떨어졌다.

이에 황 대표는 “총선에서 지면 당대표에서 사퇴하겠다”며 정면돌파를 다짐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거에서 패한 정당의 대표가 사퇴하는 건 특별할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6년 4·11 총선에서는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났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물러났다. 같은 선거에서 안철수·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패배를 인정하며 사퇴했다.

황 대표는 총선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어야 한다. 말 그대로 이중고다. 당장 대표직을 내려놓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황 대표는 이변이 없는 한 총선에서 한국당을 지휘해야 한다.

한국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총선 승패의 기준을 제1당으로 보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1당을 놓친다 하더라도 현재 의석수는 유지해야 황 대표로서는 패배의 책임을 비켜갈 수 있다. 2019년 12월 17일 현재 한국당은 108석을 가지고 있다.

원외(院外) 신분인 황 대표로서는 당 승리를 이끌면서 동시에 자신도 원내에 입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전직 한국당 3선 의원은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이렇게 지적했다. “2008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은 박희태 대표 체제였는데 당시 그는 원외 인사 신분이었다. 최고위원회의 때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면 대표로서 중진들에게까지 호통도 치곤 했지만, 비공개로 전환되면 자세가 확 달라졌다. 원내 당대표였다면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본다. 당대표는 배지를 달고 있거나 확고한 미래권력일 때 권위가 서고 의원들에게 말도 먹힌다.”

황 대표의 예상 출마 지역구로는 종로가 우선 거론된다. 이낙연 현 총리의 출마를 전제로 제1야당 대표가 나서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전직 한국당 3선 의원의 말이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그 정도 승부는 걸 수 있어야 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는 물론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승부를 걸어야 할 때 걸었다. 그런데 황 대표에게 그 같은 승부사 기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한국당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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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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