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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코로나19 소용돌이에 휘말린 미국 대선판 

러스트벨트 표심도 출렁이니···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 실업률 전망에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 우려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 잇따라 빨간불… 조바심에 ‘살균제 주입’ 최악 발언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武漢)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그들은(중국) 매우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덮으려 했지만 불을 끄지 못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건 막았지만,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니는 건 막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5월 3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방송된 폭스뉴스 주최 타운 홀 행사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5월 6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보다 투명했더라면 수십만 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세계 경제가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의 그 연구소나 다른 연구소 어디에도 가도록 허용되지 못했다”면서 “중국은 이를 숨기려고 시도해왔으며, 세계보건기구(WHO)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좌우할 최대 변수이기 때문이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등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때문에 국가 최고지도자가 당연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응은 물론 확산 저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보기관들의 보고를 무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보기관들이 올 1~2월에 12차례 이상의 기밀 보고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경고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들의 보고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매일 백악관에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 PDB)’라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PDB는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기밀 국제 정세보고서로, 주요 국제 정세 및 안보 위협 사안을 담고 있다.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 PDB 작성을 총괄한다.

트럼프 “난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


▎올 4월,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 포트에서 수백 명의 시민이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조치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22일 코로나19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질문을 받았을 때 “코로나19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입국한 확진자 1명이 발생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올 1월 하순 처음으로 중국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한 이후에도 2월 한 달 동안을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방역 물자 공급 등의 적극적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기간 8번이나 유세를 했고, 6번의 골프 회동을 즐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0일에도 “조용히 있으면 된다. 좀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방관하는 자세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4월 5일자 [WP]에 게재한 ‘사상 최악의 대통령(The worst president. Ever.)’이라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재앙적 대응으로 스스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악의 발언은 4월 23일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정례 브리핑에서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몸에 엄청난 양의 자외선을 쪼이거나 주사로 살균제를 주입하면 어떨까”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대통령의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은 미국 언론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위터에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올렸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돌팔이 약장수’라고 비꼬기도 했다. 논란이 퍼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5일엔 매일 참석하던 브리핑에 아예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인체 주입’이란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선 패배 우려 때문이다. 해당 발언이 나오기 전날인 4월 22일, 백악관에선 대선 관련 회의가 열렸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과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등을 비롯해 핵심 참모들이 모두 모였다. 당시 회의에서 대선 캠프와 공화당이 각각 실시한 두 개의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됐다. 여론조사 결과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swing states)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파스케일 선대본부장과 맥대니얼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일 하는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줄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들은 내 브리핑을 사랑하며 내가 그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한다”면서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6일 이후 매일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왔다. 그는 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브리핑 때문이 아니라 주 정부들이 시행 중인 강력한 자택대피령으로 경제가 마비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에 조바심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 인체 주입’이라는 발언으로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8일 백악관에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을 만나 심상치 않은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전시 대통령’으로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부각시키면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선거 전략은 코로나19에 따른 인명피해와 경제적 고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파스케일 선대 본부장의 건의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친중 성향을 공격하고 중국 정부가 바이든의 당선을 원한다는 정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5월 1일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경제 활동 재개를 강조하면서 경제 살리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악화로 대선은 물론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메인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현역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선거자금 모금액이 민주당 소속 도전자들에게 현격히 밀리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쳤던 2008년 대선과 상·하원 선거 참패 악몽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공화당 상원 전국위원회(NRSC)는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내용으로 비밀 전략 지침을 보냈다. 내용을 보면 “중국발 여행객 입국을 금지한 것 외엔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려 하지 말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를 은폐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식의 논리를 펴라는 것이다. 이번 11월 3일 선거에선 대통령뿐만 아니라 11개 주 주지사와 하원의원 435명 전원,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을 새로 뽑는다.

경쟁자 샌더스에 오바마·클린턴 지지까지 끌어낸 바이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모처럼 민주당을 결집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경선에서 자신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샌더스 의원은 4월 13일 “백악관에는 당신이 필요하다”면서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진보주의자들과 젊은 층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급진적인 샌더스의 지지 선언으로 바이든은 이념적으로 분열해온 민주당의 단합된 지원을 받게 됐다. 그런가 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2016년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의 지지 선언을 확보하는 등 자신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단일대오를 구축했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견지해온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부각을 위해 ‘4C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4C’는 ‘중국 정부(Chinese Government), 은폐(Cover-up), 혼돈(Chaos), 기업 편중(Corporate Favoritism)’을 말한다. ▷사태 초기 중국 정부의 주장을 믿고 위험을 제때 감지하지 못했던 점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묵살한 점 ▷대응 과정에서 혼선이 지속된 점 ▷대기업의 로비에 흔들려 국방물자생산법(DPA) 발동을 늦게 한 점을 강조해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최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새로운 정치 광고도 내놓았다. 이 광고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진다고 말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남의 탓만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광고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면서 트럼프 책임론을 강조했다.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악화가 이번 대선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경제 활동 조기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로선 이번 대선 투표 시점에 어느 정도 회복된 경제 상황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경제활동 조기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다시 늘고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회복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4.8%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분기 -8.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특히 오는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2분기에 전혀 본 적이 없는 경제 수치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가에서는 -20~-30%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4%, JP모건은 -40%, 바클레이스는 -45%를 각각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가 경제 전문가 3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평균 -2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빈 해셋 백악관 선임 경제보좌관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20~-3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대란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3월 셋째 주부터 5월 첫째 주까지 7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무려 3350만 건에 달했다. 미국의 경제활동인구는 2020년 2월 기준 1억6450명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는 실직했지만,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없는 사람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업자들이 최대 1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실업률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준은 최대 4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실업률이 32%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했다. 이 경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 수준의 실업률이 될 것으로 보인다.

美 2분기 경제성장률 -45% 전망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 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실업대란은 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인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주)’의 표심을 좌우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전체 유권자 득표수와 관계없이 각 주에서 이긴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전체 선거인단 538석 중 과반(270석) 이상을 획득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전체 득표에선 클린턴 후보에게 250만 표(1.6%p) 뒤졌지만, 경합주에서 이기면서 전체 선거인단 가운데 306석을 얻고 당선됐다. 실제로 두 후보는 157석이 걸린 12개 주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 7개 주에서 이겨 107석을 확보했다.

올해 대선도 경합주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 분명하다. 올해 대선의 핵심 경합주로는 플로리다(29명), 애리조나(11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 7개 주이다. 이 중에서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제외한 4개 주가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러스트 벨트는 한때 호황을 보였던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추락한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들이다.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계층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승리해야 재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러스트 벨트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스트 벨트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주 등의 실업률은 20% 안팎으로,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뉴욕주(13% 안팎)보다도 높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트럼프로선 카드가 마땅치 않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워 러스트 벨트를 휩쓸면서 대승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들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의 표심을 ‘철강 산업 부활’이라는 구호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고, 2018년 중국 등 외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재선을 위한 카드로 활용했다. 이에 철강 산업이 한때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후반부터 감원과 구조조정 속에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철강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자리를 또다시 잃은 철강 산업 노동자들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을지는 알 수 없게 됐다.

노동자의 아들이 러스트 벨트 표심 흔드나


러스트 벨트의 표심은 현재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기울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분석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올 4월 한 달간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주에서 각각 평균 6.5%p, 6.1%p씩 뒤졌다. 위스콘신 주에서도 평균 2.7%p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하이오 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평균 0.7%p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 주는 최근 50여 년 동안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 패배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사례가 없다는 이른바 ‘오하이오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은 각각 3.2%p, 0.3%p, 4.4%p씩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5월 5일 애리조나 주를 방문해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인 노동자층에 상당한 인기가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선거인단 중 20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광산촌인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부유한 사업가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백인 노동자층의 정서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 때문에 러스트 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출사표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던지는 등 러스트 벨트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러스트 벨트의 표심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오는 8월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러스트벨트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공화당은 8월 27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다.

바이든의 또 다른 ‘필승 카드’는 러닝메이트로 여성 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올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층과 여성의 지지가 낮은 점을 만회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를 부통령 후보로 삼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월 21일 피츠버그 지역매체 [KDKA]와의 인터뷰에서 “미셸 여사가 부통령 후보로 뛰길 원한다면 그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바로 그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미셸 여사는 미국에서 2018~2019년 연속으로 가장 존경받는 여성에 뽑힐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2018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 [비커밍(Becoming)]은 1000여만 부나 팔렸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오바마 향수’를 자극하고 흑인층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는 미셸 여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미셸 여사는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러닝메이트로 미셸 오바마? 가능성은 희박

이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어떤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카멀라 해리스(56·캘리포니아), 에이미 클로버샤(60·미네소타), 엘리자베스 워런(71·매사추세츠) 등 상원의원 3인방, 코로나19 사태 후 경제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여 주목받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49),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했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 하원의장 등이다. 이 중에서 흑인은 해리스 상원의원과 에이브럼스 전 하원의장이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 1차 TV 토론회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2위에 오른 전국구 인사다. 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인도계다. 에이브럼스 전 하원의장도 2018년 흑인 여성 최초로 조지아 주지사에 도전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자라 변호사·세무사·기업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조지아주 하원에서 일하면서 역대 세금 인상을 가장 많이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부통령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워런 상원의원은 급진파로 백인 여성층에 인기가 있지만 고령(71세)이다. 78세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약점을 보완할 수 없다는 평가다.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휘트머 주지사는 중서부 부동층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오는 7월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아무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이번 대선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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