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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빛을 잃어가는 동방의 보석, 홍콩 

황금알 낳는 거위보다 일당독재 강화 택한 시진핑 

2047년까지 일국양제 유지할 경우, 민주화 요구와 소수민족 독립 우려 커져
홍콩 특별지위 박탈되면 금융 허브 위상 추락… 美·中 동반 경제 타격 불가피


▎올 5월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행사 기간 ‘홍콩 보안법’에 대한 표결이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통과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섬 북서쪽 빅토리아항 입구에 있는 중심가인 센트럴은 ‘아시아의 월스트리트’라고 불린다. 센트럴 지하철역에서 좌우로 뻗은 퀸즈 거리에는 홍콩증권거래소(HKEX), 국제금융센터(IFC), 홍콩 주요 은행들,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자산운용사 등 각종 금융사가 즐비해있다. 이곳에는 세계 100대 은행 중 79개를 비롯해 증권업을 하는 법인만 900여 개나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만 해도 17만여 명이다. 홍콩이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증시엔 올 5월 기준 2477개의 기업이 상장돼있으며, 시가총액은 3조5024억 달러(4341조원)에 달한다. 중국 기업들은 홍콩의 외환·주식·채권 시장을 통해 외자를 유치한다. 외국 기업들에게 홍콩은 중국 본토 진출의 교두보다. 홍콩에는 현재 9000여 개의 외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홍콩에 진출한 기업은 위안화 표시채권인 딤섬 본드를 발행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중국 A주(내국인 전용)와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홍콩은 총수입 중 89%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 거점이자 수출입 규제와 무역장벽이 없는 자유무역항이다. 중국과 홍콩 간 교역 규모도 엄청나다. 중국의 대외 교역액 중 홍콩의 비중은 14%로 미국(19%)에 이어 2위다. 한국과 일본·독일·러시아 등을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관세율은 높은 편이다. 반면 홍콩은 관세가 없고 통관 속도가 빠르다. 홍콩은 중국 남부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동시에 물동량을 처리하는 공항과 항만 등 우수한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홍콩 국제공항은 세계 1위 항공화물 중심지로 연간 500만t의 화물과 7000만여 명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매일 100개 이상의 항공사 소속 1100여 개 항공편이 운항한다. 세계 5위의 컨테이너선 항구인 홍콩에서는 중국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선적된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전체 GDP의 18%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3.7%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홍콩은 금융·무역·관광 등으로 볼 때 아직까지 중국에게 ‘황금알을 낳은 거위’다. 그 이유는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때문이다. 일국양제는 국가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이지만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따른 각종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홍콩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가 붕괴될 것을 우려해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기를 꺼렸다. 이에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라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제도를 2047년까지 50년간 보장한다며 대처 총리를 설득했다. 이에 따라 홍콩은 헌법 격인 기본법에 의거, 표현의 자유와 사법권의 독립 등 중국 본토가 누리지 못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왔다.

전면적 감독·통제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1997년 7월 1일 중국·영국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홍콩 반환식 장면.
그런데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홍콩 죽이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올 5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국가보안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르면 8월 중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애초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이 법을 제정할 계획이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직접 제정에 나섰다. 중국 전인대가 홍콩에 대한 법을 직접 제정하는 것은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처음이다.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입법회를 통해 제정된다. 하지만 중국 전인대는 국방과 외교 분야의 법률을 만들어 이를 홍콩의 기본법에 부칙으로 삽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홍콩의 기본법 18조에는 중국의 주권 영역인 외교와 국방 등에 관련된 중국 본토 법규를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외교와 국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중국 공산당이 이 법을 제정한 이유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반중(反中) 시위를 더는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홍콩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해 9월 송환법을 철회했다. 당시 시위 사태는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화하려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야심을 저지한 ‘일대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에 대한 전면적인 감독과 통제를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이다.

총 7개 조로 구성된 이 법은 일국양제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제1조에서는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조직 결성 및 활동 등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제지·처벌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당초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였다가 전인대 심의 과정에서 ‘활동’을 추가해 처벌 범위를 넓혔다. 반중 행위자뿐 아니라 단순 시위 가담자도 처벌이 가능해 대규모 시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제2조는 모든 외국과 역외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든 홍콩에 개입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는 홍콩의 행정·입법·사법부가 보안법에 따라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처리하도록 명시했는데, 이는 홍콩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제4조에는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기관을 필요에 따라 홍콩에 설립하고, 법 집행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중국 공안기관이 홍콩에 상주하면서 반중 활동 및 외세 개입·결탁을 감시하고 관련 인사를 검거할 수 있게 됐다. 제5조는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정부에 이 법의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국가안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하고 있다. 기본법 23조는 국가 전복과 반란 선동 및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에는 처벌 규정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지만, 기본법 23조를 준용할 것이 분명하다.

홍콩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물론 국제사회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일국양제에 사망을 선고한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의 이런 방식의 홍콩 통치는 홍콩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중국은 홍콩 자치권의 관에 마지막 대못을 박았다”면서 “홍콩 시민들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며,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20대 가운데 75% “난 중국인 아닌 홍콩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28일 전인대 행사에서 ‘홍콩 보안법’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해 영국·캐나다·호주 정부 등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특히 23개국의 정치 지도자 186명도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자율성과 법치, 기본적 자유에 대한 포괄적 공격”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주재 영국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옥스퍼드대 총장은 “홍콩의 자율성은 일국양제에 따라 보장돼 왔지만 중국은 홍콩국가보안법을 통해 이를 파괴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 정권이 일국양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홍콩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홍콩대 여론 조사에 따르면 18~29세는 무려 75%가 ‘중국인’, ‘홍콩의 중국인’이란 표현보다 ‘홍콩인’을 선택했다. 30세 이상에서도 49%가 스스로를 ‘홍콩인’이라고 불렀다. 전체적으로는 1997년 35.9%에 그쳤던 ‘홍콩인’이란 인식이 20여 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52.9%로 올랐다. 샘슨 위엔 링난대 정치학 교수는 “홍콩은 청나라 말기부터 본토와 분리돼 150여 년간 영국 지배 속에서 독자적인 경제·민주성장을 이뤄 중국과 다르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홍콩 시민들은 대부분 기존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자신들의 대표인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을 보통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해야 하며, 사법권도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이 2014년 행정장관의 직선제 도입 약속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우산혁명’이라 부르는 민주화 시위를 3개월간 벌인 것도,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인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일국양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경제체제 원칙을 가리키는 것일 뿐,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콩의 정치체제로 민주주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홍콩의 민주주의 체제를 2047년까지 그대로 유지할 경우 대만과의 통일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티베트와 위구르 등 소수민족들의 독립과 자치권 요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는 그동안 홍콩처럼 티베트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특히 시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의 민주주의 체제에 영향을 받은 중국의 민주화 세력이 서구식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할 경우 자칫하면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결국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선 홍콩이 아직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는 하지만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고수하려면 ‘거위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초강경 카드인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미 홍콩의 대체지로 광둥성 선전과 하이난다오를 육성하는 계획에 들어갔다. 실제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해 8월 18일 공동명의로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선전을 2025년까지 선진국 도시들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고, 2035년엔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홍콩과 접경한 가난한 어촌이었던 선전은 2018년 GDP가 2조4222억 위안(412조원)을 기록하면서 홍콩(2조4001억 위안)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경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 정치국은 또 올 6월 1일 공동으로 하이난다오를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이난다오는 남중국해를 접하는 중국의 최대 섬이다. 면적은 3만4000㎢로 한국 전체 면적의 3분의 1 크기이고 인구는 860만 명이다. 시 주석은 하이난다오를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기원 및 확산에 대한 책임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양국 충돌의 새로운 뇌관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관세·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는 달리 홍콩의 특별지위를 보장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정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최소 1년에 한 번 의회에 보고해야 하고,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5월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이 더는 미국이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면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금 당장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국무부·재무부·상무부의 조사 등을 거쳐 강경한 조치를 내릴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회 보고서에 中을 독재 정권으로 표기한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올 5월 29일 백악관에서 홍콩 특별대우 폐지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 때리기’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백악관은 올 5월 21일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공산당이 40여 년간 경제, 정치, 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핵심 국익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 질서를 자국의 국익에 연동해 변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가치에 대한 도전(Challenges to Our Values)에 직면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을 ‘중공(CPP)’으로, 중국 정권을 북한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 ‘독재 정권’으로, 시 주석을 ‘대통령(President)’에서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표기했다. 해당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오는 11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만,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리처드 닉슨 대통령(제37대)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제44대)까지 공화·민주당 출신과 관계없이 이어진 미국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중국과의 협력 정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 제재 능가하는 정치·경제적 위협


▎케리 람 홍콩 특구 장관이 올 6월 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전인대에서 통과된 ‘홍콩 보안법’에 대한 홍콩인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올 5월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한 독재정권에 의해 지배를 받아왔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얼마나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자유 진영에 적대적인지에 대해 매우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서구의 신념과 민주주의 가치를 파괴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해 본토와 같은 방식으로 홍콩을 대한다면 미국도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중국에 대한 미국 의회와 국민들의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 비호감을 가진 미국인 비율은 2018년 47%에서 2019년 60%, 올해 3월 66%로 높아지는 등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 주)과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 주)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 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서도 제3자 제재(secondary boycott)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중국 지도부의 해외 금융거래 자체가 막히고 중국 은행들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외국 자본들의 ‘홍콩 대탈출(exodus)’이 벌어지고 홍콩은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1300여 개의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홍콩 무비자 입국이나 투자가 제한된다면 홍콩에서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홍콩 직접투자 금액은 825억 달러(102조1300억원)나 된다. 미국과 홍콩의 교역 규모는 연간 670억 달러(82조9700억원)에 달하지만,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굳이 홍콩에 법인을 만들어 미국 등에 중계무역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저 미국 코넬대 무역학 교수는 “중국에게 있어 홍콩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만큼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중국이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다성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된다면 홍콩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비즈니스 활동은 제한될 것”이라며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몰락으로 中 타격 입히는 람차오 전술 꺼내나


▎5월 24일 가면을 쓴 홍콩의 한 시위자가 ‘홍콩 독립’이란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물론 미국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무관세나 비자 등에서 누린 혜택을 잃게 되면 최대 무역흑자 지역인 홍콩시장의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논평(6월 6일 자)을 통해 “미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중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시민단체들의 반중 활동가들은 미국 정부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람차오(攬炒)’ 전술을 구사해왔다. 광둥어로 람차오는 옥이나 돌이나 다 함께 탄다는 의미의 ‘옥석구분(玉石俱焚)’을 의미한다. 람차오 전술의 핵심은 홍콩 경제를 위기에 빠뜨려 중국 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및 코로나19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홍콩의 몰락이 중국 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홍콩 시위대가 ‘천멸중공(天滅中共,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한다)’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미·중 양국이 홍콩을 놓고 정면대결을 벌일수록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홍콩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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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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