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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글로벌로 가는 ‘빅히트’ 다음 포석은? 

그동안에 없던 플랫폼 엔터사 ‘시동’ 

올해 12월 31일 ‘빅히트 레이블스 콘서트’ 온라인 중계 관심 집중
팬덤 커뮤니티는 물론 게임·커머스 등으로 영토 확장 중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한 첫날인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이례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0월 15일 주식 시장에 데뷔한 빅히트를 둘러싸고 갖가지 갑론을박이 오가는 모습이 그 방증이다.

상장 첫날 빅히트 주가는 공모가 13만5000원을 160% 웃도는 27만원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35만1000원을 찍으며 ‘따상’을 기록했다. 따상은 공모가의 ‘두 배(더블)’로 시작해 ‘상한가’를 기록했을 때 쓰는 주식계 은어다. 제약·바이오사 상장에 이어 빅히트 상장이 화제가 되자 은어가 아닌 대중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따상은 미처 하루를 이어가지 못했다. 첫날 25만원 대에서 마감한 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10월 말엔 공모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 13일 종가 기준 주가는 16만원을 기록했다. 바닥을 찍고 오르는 모양새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물량이 풀리면 더 떨어질 여지도 크다.

이런 하락세를 두고 한류 풍선효과 탓에 빅히트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까지 오르면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미상 수상 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방탄소년단이 웬만큼 이룰 건 다 이뤘다는 것이다. 치고 올라가는 흐름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국내 엔터사들을 압도한다. 11월 13일 종가 기준 5조6998억원에 달한다. 국내 3대 기획사로 통하는 JYP(1조2744억원)·YG(8165억원)·SM(7504억원)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액수보다도 갑절 이상 많다. 관건은 빅히트의 내일이다. 방탄소년단이 내일은 어떤 타이틀로 한국인들을 놀라게 할지, 또 어떤 새로운 아티스트가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를 두고 이목이 쏠린다.

병역법 개정안은 임시방편일 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내년 초 확장 이전을 앞둔 서울 용산구 신사옥(용산트레이드센터) 모습. / 사진:연합뉴스
빅히트 지분 3분의 1(34.74%)을 보유한 방시혁 의장은 엔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1994년 서울대 미학과 재학 시절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동갑내기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눈에 띄어 1997년부터 JYP 대표 작곡가로 활약했다. 그룹 god의 ‘하늘색 풍선’과 비의 ‘나쁜 남자’ 등이 대표작이다. 북한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진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도 그의 작품이다.

방 의장은 2005년 JYP를 나와 자신의 회사 빅히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3년 첫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을 데뷔시켰다. 이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그룹명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당시 한 인터뷰에서 한 멤버가 “빅뱅이 롤모델”이라고 하자 기사 댓글 란에 ‘빅뱅을 걸고넘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YG 소속 그룹인 빅뱅은 내놓는 노래마다 음원 차트 1위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랬던 방탄소년단이 데뷔 7년 차를 맞은 지난해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됐다. 방 의장도 포함됐다. 아카데미 회원은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인 그래미 어워즈의 투표권을 갖는다. 방 의장은 또 지난해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음악계 차세대 혁신가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 방탄소년단은 전속계약 만료를 1년여 앞두고 빅히트와 7년 재계약을 결정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전부터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음악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워준 방시혁 멘토를 존경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데뷔 전부터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터였다. 방 의장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주식을 방탄소년단 멤버 모두에게 6만8385주씩 증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방 의장의 리더십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의 성과가 매일매일의 주가로 계량되기 시작하면서다. 이제 시장은 빅히트가 더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빅히트에 방탄소년단은 현재 양날의 칼과 같다. 매출 대부분이 방탄소년단에서 발생하는데,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히트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중 방탄소년단의 비중은 2018년 98.2%, 2019년 97.4%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87.7%를 차지했다.

이런 와중에 그룹의 맏형인 진(김석진·28)이 내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어 멤버별로 한 살 터울인 슈가(민윤기·27), RM(김남준·26), 제이홉(정호석·26), 지민(박지민·25), 뷔(김태형·25), 정국(전정국·23) 순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일단 국회에선 병역 면제가 아닌 연기로 가닥을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도 만 30세까지 징집·소집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식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면제가 아닌 연기이기 때문에 빅히트로선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빅히트가 자체적으로 키운 그룹은 아직 영향력이 적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신인이다.

우선 빅히트는 다른 엔터사를 흡수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빅히트 레이블(아티스트 브랜드를 뜻하는 말. 한 회사 내에도 음악 장르에 따라 다양한 레이블을 두기도 한다.) 사단에 들어온 회사는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과 보이그룹 ‘뉴이스트’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다. 특히 세븐틴은 최근 더블 밀리언셀러에 등극하고 일본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등 빅히트 사단에 들어온 뒤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 목표로 덩치 키우는 중


▎지난 10월 10, 11일 방탄소년단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이 자체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동시에 빅히트는 다른 레이블과 합작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CJ ENM 계열 음악 전문 채널인 엠넷(Mnet)에서 방송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가 그 결과물이다. 빅히트와 CJ ENM의 합작회사 ‘빌리프랩’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빌리프랩이 기획한 보이그룹 ‘엔하이픈’ 멤버가 됐다. 엔하이픈의 공식 데뷔일은 11월 30일이지만, 이미 상당한 규모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희진 빅히트 CBO(Chief Brand Officer, 최고 브랜드 경영자)가 빅히트 사단인 쏘스뮤직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신인 걸그룹은 내년 데뷔를 목표로 한다. 방 의장이 음악 프로듀싱을 비롯한 제작 총괄, 민 CBO가 콘셉트와 영상, 이미지를 아우르는 디렉팅·브랜딩을 담당한다. 민 CBO는 SM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와 ‘f(x)’의 콘셉트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엔터 산업은 국가 간 마찰이나 각종 사건·사고에 취약한 점이 본질적인 문제다. 빅히트는 콘텐트 기획·제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할 준비도 해나간다. 이는 10월 1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빅히트 상장기념식에서 방 의장이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방 의장은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콘텐트를 제작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모델을 지속 발굴하며, 이 모든 것을 빅히트의 플랫폼 안에서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에 따라 빅히트는 엔터뿐만 아니라 IT·게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50명 남짓이었던 빅히트 직원 수는 올해 10월 950명을 넘겼다. 보유하고 있는 종속 법인만 7개다. 일부 정재계 인사도 빅히트로 적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돌지만, 구체적인 명단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공개된 영입 인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지난 5월 빅히트 HQ(Headquarter) CEO로 선임된 박지원 전 넥슨 CEO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2003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한 뒤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CEO는 빅히트의 국내 사업 및 조직 안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글로벌 부문은 윤석준 CEO가 총괄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트 기업 ‘스미스앤모바일’에서 콘텐트사업부문장을 역임하다가 2010년 합류한 인물이다.

이 밖에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을 탄생시킨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셀장도 지난해 1월 빅히트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는 엔터사로는 이례적으로 IT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2018년 7월 플랫폼 사업 자회사로 출범한 비앤엑스(beNX)가 가시적인 결과물이다. 비앤엑스는 팬들을 겨냥한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와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 숍(Weverse Shop)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덩치가 커지다 보니 사옥 이전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서울 용산구에 새로 지은 ‘용산트레이드센터’로 계열사까지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지하 7층, 지상 19층인 건물 전체를 통째로 임차한다. 사무공간뿐만 아니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대치동의 한 건물 3개 층을 임차해 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빅히트 측은 “인력 규모의 급성장과 필요 시설 확충에 따른 변화”라며 “탄탄한 공간적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TS 유료 온라인 콘서트, 99만 명 시청


▎위버스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새벽인데도 댓글 단 지 5분 만에 ‘좋아요’ 1만 개가 찍혔다. / 사진:위버스 캡처
빅히트가 자회사들을 통해 벌이고 있는 사업 중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 재산)의 확장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테마로 한 의류와 팬시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빅히트는 지난 6월말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일러스트로 표현한 책 시리즈 [그래픽 리릭스(GRAPHIC LYRICS)]를 선보였다. 시리즈에 속한 책 5권 모두 지난 6월 넷째 주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들었다. 음원 차트에서 보던 ‘음원 줄 세우기’ 현상이 출판시장에서도 펼쳐진 셈이다.

빅히트가 요즘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로 자체 플랫폼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위버스가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전까지 다른 K팝 가수들처럼 네이버의 ‘브이 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위버스에 힘을 더 싣고 있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주요 일정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다.

이 플랫폼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빅히트 소속이 아닌 가수들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JYP의 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미, YG의 ‘투애니원(2NE1)’ 출신 씨엘, SM의 그룹 ‘슈퍼주니어M’ 출신 헨리 등이 위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위버스는 온라인 공연 중계 기능도 갖추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이 10월 10, 11일 연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은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100만 명에 육박하는 99만 3000명이 관람했다. 최소 관람권 비용이 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실시간 중계 매출만 5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상품 판매까지 따지면 매출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 소속 가수들은 위버스를 통해 올해 12월 31일 첫 레이블 콘서트를 연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투모로우바이 투게더·뉴이스트·여자친구·엔하이픈 등 소속 가수가 총출동한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기존 지상파 방송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처럼 매년 연다는 것이 빅히트 측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마지막 날 생방송 [가요대제전]을 방영해온 MBC와 빅히트 간 불화설이 세간에 나돌기도 했다. 빅히트 산하 가수들은 MBC 방송에서 일제히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빅히트 측에서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미국의 유명 방송사들은 온라인 생중계를 오히려 호재로 여긴다. 방탄소년단 출연 분량을 방송사 소셜 계정 등에 올리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고려하면, 빅히트는 콘텐트 플랫폼으로서 포석을 차근히 펼쳐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재훈 뉴시스 기자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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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호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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