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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Ⅱ] '주역'으로 본 대권 잠룡 10인의 운명 

허물 고치고 선한 곳으로 옮겨 가라, 공 없으면 공을 짓고, 공 있으면 나누라 

하늘의 말이 상징하는 바 풀어내면 원하는 답 구할 수 있어
누가 대권을 쥐는가… 주역의 도 따르는 자가 그리되리니


▎경복궁 근정전(景福宮 勤政殿)은 조선시대에 임금의 즉위식이나 대례 등을 거행하던 곳으로 국보 제223호로 지정돼 있다.
동아시아 문명에서 [주역(周易)]은 최종 결정 수단이다. 머리를 짜내 지혜를 다하고 다수가 무릎을 맞대고 의견을 모아도 답을 찾지 못할 때 비로소 [주역]이 등장한다. [주역]은 하늘, 즉 신(神)에게 답을 구한다. 그래서 눈 밝은 옛 성인들은 하늘과 인간 사이에 [주역]을 둬 인간의 말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의 말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고안했다. 이 언어가 상징(象徵)이다. 이 상징을 풀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답을 구할 수 있다.

[주역]의 상징은 우주에 내재한 이진법에 토대를 둔다. 음과 양, 플러스와 마이너스. 이로부터 둘은 넷이 되고, 넷은 여덟이 된다. 여덟은 팔괘(八卦)다. 태극기 네 귀퉁이의 하늘과 땅, 물과 불을 포함해서 우레와 바람, 연못과 산 등이 팔괘의 대표적인 자연 사물이다. 이 팔괘가 자기만큼의 수를 곱해서(8×8) 64괘로 펼쳐지고,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담아낼 수 있는 상징이 생겨났다.

[주역]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국가의 공인된 지식의 자격을 박탈당했다. 혹자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의 성패를 [주역]에 물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면 아마도 동아시아에서 국가의 공인된 마지막 지식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주역]은 본래 ‘군자’(지도자)의 일이라서 공적 영역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고차의 수양을 논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범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하늘의 뜻은 [주역]의 상징뿐만 아니라 민심에도 내린다. 하지만 민심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면, 어디에서 하늘의 뜻을 구하겠는가? 민주의 시대이지만 [주역]이 국가의 대사를 결정했던 본래의 쓰임에 의견을 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민심에 오르내리는 10명의 잠룡 가운데 하늘은 누구에게 대권을 부여하실지, 또 어떻게 해야 대권을 받을 수 있을지, 지극한 말씀을 들고자 재계하고 [주역]에 물었다.

밝고 밝은 하늘께 여쭙습니다.

해동 대한민국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부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덕성과 지혜와 용기를 가진 지도자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알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이윽고 10명의 잠룡에 대한 답을 받았다(순서는 여야→가나다순→다크호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혼란을 종식하고 구제하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3월 11일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전 국무총리인 이낙연 전 민주당 당대표는 익괘(益卦)의 3위에 신의 말씀이 맺혔다.

“보태어 주니 흉사에 쓰는 것이므로 허물이 없다. 믿음이 있으니 신임을 얻은 자가 와서 공에게 고함에 규(圭)를 쓴다(益之, 用凶事, 无咎. 有孚, 中行, 告公用圭).”

익괘는 위가 바람이고 아래가 우레=진(震, ☳)으로 돼 있다. 본래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땅=곤(坤, ☷)이었는데, 아래의 땅이 궁핍해 양 하나를 아래에 내려줬다. 양은 부귀이고 음은 궁핍을 뜻한다. 익괘 3위가 변한 가인괘(家人卦, )에는 물=감(坎, ☵)과 불이 있는데, 이것이 모두 흉사를 뜻한다. 더구나 물은 마음에 병을 의미한다. 불은 흉한 사건이지만, 동시에 다스림과 치유를 상징한다. 오묘한 인식이다. 가인에는 불이 두 개 있다. 아래의 불은 흉하지만, 위의 불은 크다. 위에 있는 불은 보이지 않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런 점들이 불만스럽겠지만, 고수들의 관법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또한 익괘 3위는 끊어진 음효가 있다. 이어진 것은 양효(−)다. 3위는 양의 자리인데, 음효가 있으니 부당하다. 익의 3위가 변하자 양의 자리에 양효가 왔다. 허물이 없다.

불은 정성과 믿음의 상징이라 신표(信標)를 뜻한다. 옥(玉)으로 만든 신표가 규(圭)다. 규는 신임장이다. 마음을 비우자 신의를 얻고, 결국 신임장을 받는다. [주역]에서는 2위와 5위를 중시한다. 2위의 음효와 5위의 양효가 음양의 화합을 이룬다. 그러니 기쁨이 크다.

점쳐 이 효를 받으면 보통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 구제(救濟)를 받고, “회복되는 시기”다. 군자의 경우는 “혼란을 종식하고 구제하라”는 과업을 맡는다.

이재명 경기지사 | “말을 잘 지켜야 한다.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3월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동인괘(同人卦)의 6위(位)에 신의 뜻이 내렸다. 괘는 6층 건물에 비유되며, 아래부터 위쪽으로 세어간다. 6위는 6층에 해당한다.

“하늘에 지내는 제사에 사람들이 동참하나, 바뀐 것이 없다(同人于郊, 无悔).”

동인은 위가 하늘=건(乾, ☰)이고 아래가 불=리(離, ☲)이다. 불은 가운데가 빈 형상으로 마음을 비운 ‘정성’을 상징하며, 동물로는 ‘소’이고, 만남을 뜻한다. 또한 동인 안에는 깨끗함을 상징하는 바람=손(巽, ☴)이 숨어 있다. 그래서 ‘소를 제물로 해 하늘에 정성으로 제사를 모시는’ 뜻이 생겼다. 하늘에 지내는 제사는 큰 제사이므로, 모종의 사명을 암시한다. 그런데 왜 변한 것이 없을까?

동인의 6위가 변하면 하늘(☰)이 연못=태(兌, ☱)로 변한다. 전체는 동인에서 혁괘(革卦)로 갔다. 그런데 연못은 ‘입’이나 음식, 말, 부주의한 언동을 상징한다. 여기서 난도가 높은 해석을 잠시 개입시켜야 한다. 동인괘는 쾌괘(夬卦, )가 낳았다. 쾌는 위쪽이 연못이고 아래가 하늘이다. 그런데 동인의 6위가 변해 혁이 되자, 동인에 없던 과거의 연못이 다시 돌아왔다. 이미 지웠던 과거의 구설(연못)이 다시 출현한 것이다.

공자가 말씀했다. “(이 6위의 상징은)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志未得也).” 이는 연못의 상징이 눈에 걸리기 때문이다. 연못은 또한 ‘젊은 여인’이다. 이 여인이 꼭대기에 올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점쳐 이 효를 받으면 보통 사람들은 “훗날을 기약해야”하며, 군자라면 역시 “말을 잘 지켜야 한다.” 옛 말씀에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禍從口出)”고 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 “난제 껴안고 해결하려는 때”… 화락함 잃지 말아야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8월 18일 광주광역시 남구청에서 열린 ‘새롭고, 지속적인 남북협력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명이괘(明夷卦)를 받았는데, 어떤 효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럴 때는 괘 전체를 놓고 판단한다.

“명이는 어렵고 험난한 일에 이롭다(明夷, 利艱貞).”

명이라는 말은 ‘이(夷)를 밝힌다’는 뜻이다. ‘이’는 오랑캐를 뜻하므로, 명이란 요즘 의미로는 ‘오랑캐를 문화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명이는 아래에 불이 있고 위는 땅이 있다. 문화로 다스리는 것은 불의 상징을 전방위로 구현한 것이다. 불을 들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문명을 전파한다는 진취적인 의미가 있다.

[주역]에서 아래쪽은 안이고 위쪽은 밖이다. 또한 안쪽은 나 자신이 되고 바깥쪽은 타인이 된다. 명이는 위의 땅 아래로 불이 잠겨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불의 상징인 ‘태양이 땅속에 있다.’ 또한 다스림을 뜻하는 불이 온통 음으로 된 땅의 어둠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는 분명 깜깜한 어둠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안이 밝기 때문에, 즉 자신은 불의 밝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암중모색(暗中摸索)의 명철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군자는 늘 인간세의 어려움에 맞서 그것을 극복하는 의지를 가진 자이다. 그러므로 군자에게 어려움은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과 다르다. 그 어려움은 새로움을 낳은 미지의 어려움이다.

점쳐 괘가 변하지 않을 때다. 보통 사람은 심각한 어려움에 “감정보다는 머리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군자라면 “난제를 껴안고 해결하려는 때”다. 군자는 어려움에 처해서도 화락함을 잃지 않는다. 더 큰 군자로 크기 위한 시련이다. 특히 나이가 비교적 젊은 군자들은 장차 이로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 “온유한 가운데 일을 추진하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3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장괘(大壯卦)의 2위에 신의 말씀이 내렸다.

“일을 맡아 처리하면 길하다(貞吉).”

대장괘의 2위가 변하면 풍괘(豐卦)가 된다. 대장은 계절로 치면, 겨울을 지난 양의 기세가 솟구치며 꽃봉오리를 틔우기 시작하는 음력 2월에 해당한다. 하지만 춘풍에도 아직은 간혹 맵고 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는 때이다. 그런데 대장의 2위는 음의 자리에 양효가 들어앉아 있다. 이것이 변했다.

대장의 2위가 변하게 되자, 음의 자리에 음효가 오니 바른 자리가 됐고, 또한 아래에서 가운데를 차지했으니, 중도를 얻은 것이다. 더구나 아래의 강건한 하늘이 불로 변했다. 정성이 깃들었다. 또한 물이 숨어 있다. 물의 긍정적인 상징은 그것을 견실함으로 본다. 마음 한가운데 양의 강함이 있는 것이 물(☵)이므로, 이는 지조나 의지를 상징하며, 이 지조가 쌓여 덕(德)이 된다. 덕의 옛 글자는 덕(㥁)인데, 이는 직(直)과 심(心)을 합한 말이다. 가운데가 굳은 물의 형상과 일치한다.

덕이란 직심(直心, 올곧은 마음)이고 이 직심이 곧 지조다. 그래서 올곧은 직심으로 일을 하는데 길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아래에 처해서 지조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이윽고 만개할 꽃 피는 춘삼월을 대비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점쳐 이 효를 만나면 보통 사람은 자신을 낮춰 “양보한다면, 만사가 통한다.” 군자의 경우는 리더십 가운데 여성적 리더십이 더욱 효과적이다. “온유한 가운데 일을 추진하라.” 떡잎의 솟는 힘은 금석(金石)도 뚫는 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 분쟁 해결 위치에 있으나 “인화까지 도모하진 못해”


▎3월 3일 제주에너지공사 신재생에너지홍보관에서 열린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대책 발표회’ 시작 전 설비를 둘러보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앞줄 오른쪽). /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는 송괘(訟卦)의 6위에 신의 말씀이 내렸다.

“혹시 큰 가죽 허리띠를 하사받는 일이 있더라도, 조회를 마치기 전에 세 번 벗게 된다(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송괘의 6위가 변하면 곤괘(困卦)가 된다. 허리의 살을 조이는 것이 허리띠다. 물(☵)은 음의 살집 한가운데를 양이 묶고 있는 형상이다. 그리고 송괘나 곤괘에는 모두 불이 숨겨져 있다. 가죽의 겉이 강하고 속이 부드러운 외강내유(外剛內柔)한 성질이 불과 같다.

송괘가 변한 곤괘는 본래 그 부모가 비괘(否卦)다. 비괘는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땅이다. 꼭대기의 양이 아래의 2위로 내려가자 곤괘가 되었다. 이는 하늘이 내리는 명령을 상징한다. 그래서 가죽 허리띠를 하사받게 됐다. 하늘로부터 귀한 것을 받으니 상서로운 일이다. 하지만 세 번씩이나 가죽 띠를 벗게 된다.

핵심은 “벗는다”에 있다. 곧 연못=태의 동향에서 연유한다. 태(兌)는 탈(脫, 벗음)이기 때문이다. 송괘에는 ‘뒤집어진 연못’이 하나 있고, 곤괘에는 제대로 된 연못과 이것이 뒤집힌 연못이 각각 1개 있어서 합해 3개가 된다. 연못은 언동이다. 언동이 뒤집어지고 바로잡는 일은 송사를 가리킨다. 그래서 공자는 말씀했다. “송사로 제복을 받더라도, 또한 공경할 것이 못 된다(以訟受服, 亦不足敬也).” 귀한 가죽 혁대를 하사받았더라도 시비에 매몰되면 공경받지 못한다.

점쳐 이 효를 받으면 일반인들은 시비를 가리다 “심신이 지쳐서” 고생한다. 군자라면 분쟁을 해결하는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인화(人和)까지 도모하지는 못한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 “최후의 순간까지 집중해야 할 뿐”


▎3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유승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괘(剝卦)의 1위에 신의 말씀이 맺혔다.

“침상을 걷어내니 다리가 없어졌다. 일을 처리하면 흉하다(剝牀, 以足蔑. 貞凶).”

박괘는 침상을 주된 비유로 들고 있다. 침상은 침대 위에 이부자리와 요를 얹은 것이다. 잠자리에 까는 것이 두툼할수록 지체가 높은 사람이었다. 두툼하고 온기를 보존하는 것은 양에 속한다. 양이 볕이고 온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괘처럼 양이 겨우 위에 하나 있는 형상은 온기가 사라진 것, 말하자면 이부자리와 요를 걷어낸 것이다. 처지가 궁해졌다.

두 다리는 본래 우레의 상징이며, 이는 양기를 대표하는 것이다. 박괘는 양이 하나만 남았으며, 아래가 전부 음이다. 우레는 다리이므로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일을 추진하고 실행한다는 의미가 생겨났다. 그러나 다리가 사라지니 일을 추진하는 것은 고사하고, 행보도 어려울 판이다.

더군다나 박괘는 그 생김새가 산(☶)을 크게 확대해놓은 모양이다. 산은 종결이자 성취의 상징이다. 그런데 박괘의 1위가 변해서 이괘가 되면, 이것은 아래에 우레가 생겨난 것이다. 다리가 생겨나니,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종결하려는 마당에 다시 행보를 시작하다니! 쌓은 공력을 무위로 돌리고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불미스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면 흉하다.

점쳐 이 효를 받으면 보통 사람은 무엇을 하더라도 “방향을 잃었다.” 군자라면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때다. 열심히 일해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군자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항상 “최후의 순간까지 집중해야 할 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위풍당당하게 호령하라. 뒤집어야 길하다”


▎3월 4일 사의 표명 이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괘(頤卦)의 4위에 신의 뜻이 실렸다.

“이괘를 뒤집으면 길하다. 호시탐탐,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니, 그 욕심이 쫓고 쫓는다. 허물이 없다(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

이괘에는 호랑이의 상이 없다. 이괘는 커다란 불의 형상을 짓고 있으니, 커다란 눈만 있다. 호랑이가 없는데 왜 호랑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괘가 임괘(臨卦)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임괘의 아래가 연못이다. 연못은 서쪽·호랑이·흰색 등의 상징을 가진다. 그래서 백호(白虎)의 상이 있다. 더구나 이괘의 4위가 변하면 서합괘(噬嗑卦)가 된다. 서합은 불의 눈이 둘이나 반짝거린다. 부리부리한 호랑이의 눈이다. 이것이 “호시탐탐”이다.

서합에는 감=돼지와 간=개가 숨어 있다. 먹을 것이 두 마리 있으니 “탐탐(耽耽, 노려봄)”이다. 부리부리한 저 눈은 본래 불의 빈 마음이지만, 탐닉하는 호랑이의 눈이다. 그래서 탐욕이다. 탐욕이지만 “허물이 없는” 것은 그 자리를 뒤집었을 때다. 자리를 뒤집지 않으면 백호는 영물(靈物)이 아니라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

이괘에서 4위는 음의 자리에 음효가 있으니 바른 자리지만, 변하면 부당한 자리다. 그러나 스스로 “뒤집으면” 그 자리가 3위가 된다. 양의 자리에 양이 있으니 바른 자리다. 자신의 자리를 부정했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

점쳐 이 효를 얻으면 보통 사람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때다. “탐욕이 때를 얻으면 바라던 것을 얻는다.” 군자라면 평소 겨냥하고 있던 목표로 전력 질주하는 때다.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호령하라.” 다만 먼저 자신을 부정하고 “뒤집어야 길하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 “원대한 경영이라면 좋으나 그렇지 않다면 무위”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진괘(震卦)의 5위에 신의 말씀이 실렸다.

“천둥소리가 갔다가 오니 위태롭다. 가난한 자들을 구제해도 잃은 것이 없다. 일이 있을 것이다(震往來, 厲. 億无喪. 有事).”

천둥소리 곧 우레(☳)는 양의 시작이라서 계절로는 봄이다. 이 우레가 위아래로 겹친 것이 진괘다. 이제 5위가 변하면 진괘의 위쪽은 우레(☳)에서 연못(☳)으로 변한다. 연못은 위태로움이다. 공자는 이를 “위태로운 행보다(危行也)”로 해석했다.

5위는 본시 제왕의 자리다. 양의 자리에 음효가 있어서 부당했지만, 양효가 들어서니 바른 자리가 된다. 하지만 위태로운 행보다. 제왕의 자리를 요란스럽게(천둥소리)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제왕(지도자)을 얻었다. 위태했으나 잃은 것이 없다.

“일이 있을 것이다”는 ‘특별한’ 일이 장차 생긴다는 뜻이다. 진괘가 수괘(隨卦)가 되면 위가 연못이고 아래는 우레가 된다. 또한 그 안에는 산을 가리키는 간(艮, ☶)이 있고, 이것은 사당을 뜻한다. 정결을 상징하는 바람(☴), 물의 지조와 바른 마음도 있다. 이러한 모양새는 제사를 가리킨다.

제왕의 자리에 갔어도 가난한 자들을 온전히 구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핍을 구제하기 위해 하늘에 고한다. “위태로운 행보”로 제왕의 자리를 차지했어도,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고 그 뜻을 하늘에 고하는 깨끗하고 곧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점쳐 이 효를 얻으면 보통 사람은 “눈앞의 이익을 좇지 말아야 한다.” 군자라면 큰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원대한 경영이라면 좋으나, 그렇지 않다면 무위에 그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 “결전 위해 총력 기울이는 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3월 11일 부산 동아대에서 ‘유쾌한 반란-환경, 자신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반란’을 주제로 초청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동아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귀매괘(歸妹卦)의 2위에 신의 답을 받았다.

“애꾸가 볼 수 있으니, 은자의 일을 하는 것이 이롭다(眇能視, 利幽人之貞).”

귀매에는 아래에 불의 눈이 있다. 눈이 하나이니 애꾸의 쌍이다. 그러나 장애가 아니라, 한쪽 눈을 감고 겨냥하기 위해 애꾸가 된 것이다. 이것은 물의 의지와 연관된다. 무언가 때에 적중하기 위해 조준하고 있는 형상이다.

귀매에는 유인(幽人)이 산다. 이는 은자이다. 그윽할 유(幽)는 연못의 상징이다. 연못은 방위로 서쪽이고, 이곳은 해가 넘는 곳이라, 어둑어둑하고 땅거미가 지는 그윽한 곳이다. 그런데 이 은자는 할 일이 많다. 귀매의 2위가 변하면 진괘( )가 된다.

산 아래에서 풀을 상징하는 우레가 있고, 열매를 상징하는 산이 있으니 농사의 형상이다. 농사를 짓는데 시간이 없을 지경이다. 또한 연못은 은자이면서 이로움을 상징한다. 서쪽은 가을이며 가을은 그 덕이 추수의 이로움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은자는 일하면서 지내고, 가을의 추수를 기대한다. 추수가 끝나면 길을 뜻하는 우레가 있고, 의지의 물도 있다.

공자는 은자의 상징을 이렇게 말했다. “항상됨을 바꾸지 않는다(未變常也).” 어떤 항상됨인가? 그것은 의리를 보존하는 것이다. 연못은 그 덕이 인의예지 가운데 의로움이다. 은자란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을 뿐, 천하를 이롭게 하려는 자이다.

점쳐 이 효를 얻으면 보통 사람은 “이익이 되는 일을 숨어서 치밀하게 기획하는 때다.” 군자도 마찬가지다.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자원을 비축해서 “결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때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 “결국 혼자서 뜻을 이룰 수는 없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왼쪽)이 2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해당 지역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원지사를 지낸 현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풍괘(豐卦)의 6위에 신의 말씀이 내렸다.

“그 집을 성대하게 지었으나, 그 집안을 덮개로 가리고, 그 문 안을 엿보니, 인기척이 없이 고요하고, 3년이 지나도 보지 못할 것이니, 흉하다(豐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풍괘는 커다란 저택이다. 물의 여러 상징 가운데 궁궐(宮闕)이 있다. 게다가 명성(우레)이 자자한 대저택이다. 6위가 변해 리괘(離卦)가 되면, 위로 산=간의 덮개가 쳐지면서 불이 생기니, 위아래가 불이 생겨나 더욱 화려함이 겹쳤다. 그런데 소리(명성)=우레가 사라졌다. 담장(리)이 쳐지고 물의 고요한 적막만 흐를 뿐이다.

산 사람은 양에, 죽은 이는 음에 속한다. 불은 가운데가 비었으니, 집주인은 산 사람이 아니다. 이 큰 집에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부옥빈인(富屋貧人, 집은 좋은데 사는 사람은 가난함)의 형상이다. 언제 빈 곳이 차는가? 불의 가운데가 차야 하며, 그러면 하늘로 변할 때다. 불은 남쪽이고 하늘은 서북쪽에 거처하니 한 3년이나 지나야 사람이 모이겠다. 사람이 없이 일을 도모한다면 무모하지 않겠는가? 흉할 것이다.

점쳐 이 효를 얻으면 보통 사람은 나름 큰 자본을 들여 투자하는 때지만 “손해가 크다.” 군자의 경우는 고상(高尙)한 뜻을 가지고 있으나 세상과 격리돼 있는 때다. 그러니 “결국 혼자서 뜻을 이룰 수는 없다.”

이상 잠룡 10인에 대한 [주역]의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주역의 도’는 변화의 도다. 허물을 고치고 선한 곳으로 옮겨가라. 공이 없으면 공을 짓고, 공이 있으면 나누라. 누가 대권을 쥐는가? 주역의 도를 따르는 자가 그럴 것이다.

- 이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gulgun@aks.ac.kr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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