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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남주홍 前 국정원 차장이 진단하는 아프간 사태와 한반도 안보 

“잘못된 평화협정, 안보 자멸의 길 초래한다” 

“내부의 적, 외부의 적 구분 못하면 국가안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
“한·미 관계는 혈맹, 한·중 관계는 동반자… 어떻게 같을 수 있나”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아프간 사태의 진정한 교훈은 한·미 동맹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의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주홍(70)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만난 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틀 후인 9월 1일. 남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 주(駐)캐나다 대사 등을 지낸 자타공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앞서 그는 영국 런던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이후 국방대학원 교수를 거쳐 문민정부 시절 안전기획부(현국가정보원) 안보통일보좌관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2011년 8월 3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남주홍 주캐나다 대사.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아프간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잘못된 평화협정은 안보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휴전선만 보려 할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대공(對共) 전선(戰線)도 잘 살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남 전 차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중구 서소문로 중앙빌딩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했다. 미국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전쟁의 실패라기보다 정보의 실패라고 본다. 미국은 탈레반을 과소평가했고, 아프칸군은 과대평가했다. 정보의 실패 결과, 미국이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본다. 외부의 적은 탈레반이요, 내부의 적은 탈레반화(化)돼 있는 아프간의 정규군이다. 베트남 전쟁(1960~1975) 때 외부의 적은 월맹군이었고, 내부의 적은 베트콩이었다는 점과 같다. 심지어 월남의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 보좌관 등이 베트콩 협조자였다. 아프간 사태가 우리 안보에 주는 교훈은 ‘휴전선에는 이상이 없지만, 대공 전선은 다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근 ‘청주 간첩단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찰만으로는 대공 수사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구분하지 못하면 국가 안보가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 게 아프간 사태다.”

국정원과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지난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중인 충북동지회(위원장 손모씨, 영장 기각) 고문 박모(57)씨, 부위원장 윤모(50·여)씨, 연락담당자 박모(50·여)씨를 청주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 84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주고받고, 충북 지역 정치인·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해 활동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수의 안보 전문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청주간첩단 같은 세력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美, 아프간에서 정치·외교적으로 손 털 수 없는 상황”


‘아프간 20년’에서 미국이 잃은 것은 무엇일까?

“미국은 아프간 철군을 패배로 보지 않는다. 임무 달성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미국 측 정보·안보 관계자들 역시 그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애초 미국의 개입 목적이 아프간에 민주정부를 세우는 데 있지 않고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아프간에 계속 주둔한다고 해서 임무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정규군(미군) 입장에서는 피아 구분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미군으로서는 ‘이제 빠질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 테러와의 전쟁은 고정 전선이 없다. 아프간만이 아니라 런던이나 뉴욕도 전선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혼자서 아프간에 군대를 배치한다고 해서 테러와의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셋째,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전쟁의 정치적 목표와 군사적 목표가 혼동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목표 관점에서 보면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기에 혼자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테러와의 전쟁은 공동방어(Common Defense)이지 집단방어(Collective Defense)가 아니다. 그런 반면에 군사적 목표는 다소 모호하다. 테러 세력이 전 세계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이제 그만하자(Enough is enough)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군 희생자는 2400명 이상, 아프간에 쏟아부은 돈은 2조 달러(약 2300조원)나 됐다.”

국제 여론은 바이든 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비난하기도 한다.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은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 합의한 ‘5월 말 철군’을 3개월 늦췄을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은 탈레반이 저토록 빨리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할지 몰랐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명가량의 미국인과 수천 명으로 추정되는 현지 조력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아프간 철군을 통해 임무 달성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은 정치적인 실패를 자인했을 뿐이지 군사적으로는 패한 게 아니다. 군사적으로 탈레반이 미국의 상대가 되겠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아프간 철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27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IS(이슬람 국가) 조직원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아프간의 문제는 탈레반만이 아니다. 아프간은 다양한 부족, 그리고 그들 간의 원한과 감정으로 구성된 나라다. 그렇다 보니 장기 내전과 피의 보복이 불가피하다. 북부 동맹군 3만 명이 카불 바로 위쪽에서 결사항전하고 있는데, 이들은 탈레반에 저항하는 아프간 민족주의자들이다. 게다가 알카에다·IS-K(이슬람 국가 호라산)가 아프간에서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피의 악순환이 불가피해졌다. 8월 27일 테러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그뿐인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이 200명쯤 되고, 미국에 협조했던 아프간 현지인이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경우에 따라 이들은 즉결 처형될 수 있고, 이 가운데 미국인들은 인질이 될 수도 있다. 월남이 망했을 때 미군과 한국군에 협조했던 상당수 월남군·경찰·정보기관 간부 등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와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유사한 형태의 보복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군사적으로는 발을 뺐을지라도 정치·외교적으로는 손을 털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에서 결성된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치 조직이다. 그들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했다.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통치와 인권침해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고, 2001년 9·11 테러 주도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알카에다)에 대한 미국의 신병 요구를 거부하면서 보복공격을 받아 그해 11월 붕괴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꾸준히 세력을 확대했고, 2021년 8월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장악했다.

아프간 철군을 두고 ‘미국이 무게중심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옮겨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게 바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Pivot to Asia(아시아 집중 전략)’이다. 미국 내부에서는 ‘지금은 대(對)중국 견제·봉쇄에 주력할 때지 아프간·이란·이라크에 신경 쓸 때냐’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자(What’s our national priority?)’고도 한다. 아프간 철군 이후 2대의 미 항모 전단(戰團)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했다. 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 미국 전략자산의 상당수가 중국 쪽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북 억제력 강화 측면에서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가 점진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군사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새로운 회원 후보라고 본다.”

“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이 쿼드의 새로운 회원 후보”

동맹국들의 동요를 우려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과 한국은 다르다”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부인했는데.

“미국에 아프간은 테러와의 전쟁 일환이었지만, 한국은 전 세계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또 한·미 동맹은 혈맹이다. 아프간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최고의 미군기지다. 우리가 10조원가량(미국은 10분의 1 정도 부담)을 내고 지었다. 평택에 앉아 있으면 산둥성(山東省)의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다. 평택 바로 옆의 오산, 바로 아래 군산은 최첨단 화력으로 무장한 미 공군이 전진 배치된 전략·전술기지다. 미군 입장에서는 대중국 최근접 트라이앵글을 구축하고 있다. 오산이나 군산에서 전투기가 뜨면 10분 내로 중국군과 대치할 수 있다. 한국 내 미군기지들은 일본 오키나와 같은 곳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집단안보 체제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한·미군사동맹은 쌍무적 상호방위조약으로 연합작전체제를 전구(戰區, theater)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의 특수한 혈맹이다. 아프간 사태로 한·미 군사동맹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이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많이 소원해진 한·미 관계 복원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프간 사태 이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계기로 삼자”, “이참에 핵무장 로드맵을 갖추자”는 등의 목소리도 나오던데.

“전작권 조기 환수 주장은 전략적 심층분석을 무시한 전형적인 정치적 논리다. 자주국방을 누가 반대하나? 당연히 해야지. 그런데도 전작권 조기 환수가 불가한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전작권 환수는 불가하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됨에 따라 우리의 ‘단독 작전 운용능력(FOC)’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겠냐는 거다. 독일의 통일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국력을 ‘우산’으로 잘 활용한 산물이라는 진단을 새겨야 한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은 ‘21세기에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엄밀한 의미에서 자주국방은 없다’고 했다. 자주국방 하려다 홀로서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일 30년이 지난 지금도 주독(駐獨) 미군이 있는 이유가 뭘까? 이런데도 이 정부 고위 인사라는 사람이 ‘중국과 동맹을 맺고, 중국의 핵우산을 받자’고 하더라. 이는 노골적인 친중·친북 주장으로 매국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작권 조기 환수 문제와 별개로 남한의 단독 핵무장 역시 안 될 일이다. 남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그 순간 북한 비핵화의 명분이 사라진다. 또 미국의 핵우산을 쓸 수도 없게 될 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이 형해화될 위험도 있다. 일본·대만이 핵무장을 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교각살우의 자살행위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한국에 ‘미·중 등거리 외교 안 돼’ 메시지 준 것”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안보 전략에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다양한 옵션(복합 구상)이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이 탈레반의 카불 조기 점령을 유발했다. 미국이 1973년 월남을 배제한 채 월맹과 파리 평화협정을 맺은 게 월남 공산화의 기초를 제공한 것과 유사하다. 안보는 결코 낙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 징후를 보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부 주요 인사들이 국민 앞에서 북핵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진솔하게 말한 걸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아프간 사태의 진정한 교훈은 잘못된 평화협정은 안보 자멸의 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평화협정 제의와 그 평화협정을 끌어내기 위한 종전선언이라는 황당한 유혹이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종전선언 다음 단계가 평화협정이라면 대통령 일부 측근의 말처럼 한·미 동맹은 필요 없다는 건가.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적 궤변으로, 사실상 북측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정권 들어와 제도권 내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종북세력의 위험이 북핵 위협 못지않다면, 눈에 보이는 휴전선만 볼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대공 전선도 잘 살펴야 한다.”

아프간에서 발을 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한·미 동맹이 주가 돼야지 한·중 관계가 우선이 돼선 안된다’는 게 바이든의 간접 경고다. ‘한·미 관계는 혈맹이고, 한·중 관계는 동반자다. 동맹과 동반자가 어떻게 같을 수 있나. 미·중 간 등거리 외교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크게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첫째는 중국 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이슬람 저항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토착 세력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연계된 세력이다. 게다가 신장위구르 지역에는 ‘동투르크스탄 이슬람 운동’이 있는데 여기에는 탈레반의 일부, 알카에다의 일부, IS의 잔존 세력까지 합류해 있다. 이들은 이슬람 운동 탄압에 적극 저항한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함에 따라 이 불씨가 더 커질 수 있다. 얼마 전 중국이 선제적으로 탈레반 2인자를 불러서 위무(慰撫)했는데, 문제는 아프간에는 탈레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부족이 있을 뿐 아니라 이슬람 세력과 합친 북부동맹 등 탈레반 저항 세력도 존재한다. 탈레반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자금줄이 끊긴 상태다. 만일 중국이 이들을 지원한다면 북부동맹 등이 중국을 ‘제2의 외세’로 규정하고 적극 저항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 강화다. 중국의 패권주의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구상)가 위협받게 됐다. 대만·필리핀 지역 등의 해상에서 미국과 중국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 국가를 순방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회담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탈레반에 대한 경제 지원 등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익 위해 미국의 국력 잘 활용하는 지혜 발휘해야”

미군이 아프간에 남긴 수많은 무기가 중국을 겨냥하는 비수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미국이 철군하면서 주요 무기는 다 부수고 나왔다고 들었다. 비군사화(demilitarized)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력이라면 어느 정도 복원은 가능하리라 본다. 또 미국이 과거처럼 탈레반을 적대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탈레반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지 않겠나. 비군사화 대상은 첨단무기에 해당하는 것일 뿐, 일반 무기는 그대로 뒀을 수도 있다. 물론 중국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무기를 중국이 비싼 값에 탈레반으로부터 사들일 수 있다. 구소련이 해체될 당시 카자흐스탄에 소련의 전술핵이 상당수 배치돼 있었다. 미국이 그걸 비싼 값에 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탈레반과 모종의 밀약하에 아프간에서 철군을 결정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들, 미국에 협조했던 현지인들과 관련해서 미국과 아프간 간의 인도적 협약 같은 것은 있었을 법하다. 그런데 ‘너희가 중국 좀 괴롭혀’ 같은 밀약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안보 전략에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다양한 옵션(복합 구상)이 준비돼야 한다. ‘무조건 자주국방’ 구호처럼 정치논리가 개입하거나 선전·선동이 가미되면 더 이상 국가 안보 전략이 될 수 없다.”

아프간 사태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패권은 ‘제로섬 게임’이나 절대적 봉쇄의 개념이 아닌 상대적 균형의 개념이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는 없다. 절대적 봉쇄는 불가능하다. 군사력에서는 미국이 7대 3 정도로 앞서지만, 경제력에서는 중국이 많이 따라왔다. 국익 차원에서 미국의 국력을 잘 활용하는 ‘용미(用美)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정학적 현실에서 우리는 동북아 균형자나 한반도 운전자가 절대로 될 수 없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 최악의 외교·안보팀’이라는 미 조야(朝野) 일각의 혹평을 이 정부 관계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끝으로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프간 사태의 진정한 교훈은 한·미 동맹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도 한·중 관계가 한·미 동맹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한·중 관계는 어디까지나 한·미 동맹의 보완재일 뿐이다. 남북관계는 이 정권의 주장처럼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급증하는 북핵 위협과 최악의 인권 상황 등으로 인해 유엔 차원의 심각한 국제 문제가 됐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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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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