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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미사일 도발… 대북 ‘선제타격’ 진짜 가능할까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우리 군 핵미사일 억제‧대응 전략 옵션 중 하나인 건 사실
■ 대(對)탄도미사일 방어능력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1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전용 차량 안에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발사 장소는 자강도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미사일 기술력 과시에 나섰다. 1월 5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1월 11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자리에서 재차 극초음속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1월 14일 열차발사형 탄도미사일(KN-23)과 1월 17일 ‘북한판 ATACMS’(KN-24)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5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1월 중 발사한 탄도미사일들의 사거리는 북한 주장에 따르면 400~1000km다. 우리나라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는 셈이다. 특히 극초음속미사일의 경우 최대 비행속도가 마하10으로 밝혀지며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N-23계열 탄도미사일의 경우 발사 플랫폼이 다양하고, 종말 단계에서 변칙적인 풀업(Pull-Up) 기동으로 탐지와 요격 모두 난이도가 상승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이에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가 미처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를 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사 징후가 포착될 시 해당 지점에 대한 선제타격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제시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요격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발언 이후 정치권에선 선제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선제타격으로 위협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럼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부딪히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 11일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호전적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2020년 11월부터 배치가 시작된 천궁II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발사 장면. / 사진:방위사업청
“북한 탄도미사일 치명적인 위협 수준에 도달” 진단

선제타격 자체는 우리 군의 핵미사일 억제‧대응 전략의 옵션 중 하나로 준비돼 있다. 2020 국방백서에 언급된 ‘전략적 타격체계’는 전방위 비대칭 위협에 대한 거부적 억제와 응징적 억제를 통합 구현하는 계획이다. 이는 2018년까지 ‘킬체인’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나, 개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름만 바뀌어 등재됐다. 한미연합작전계획(OPLAN)인 ‘작계5015’에도 핵을 비롯한 북한의 도발 징후가 명백해질 경우 도발 원점에 선제타격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선제타격 계획은 필요하다”면서도 “수행능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이스라엘의 경우 국가적층방어망을 구성해놓은 상황에서도 도발 지점에 대한 선제타격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돼 있는 상황에서 지켜 보고만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억제 계획이 실패해 전쟁 징후가 확실해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창욱 한국국방연구포럼 회장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위협 수준에 도달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우리 군 단독으로 도발 원점을 선제타격하기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시정찰자산 부족과 북한의 발사 플랫폼 다각화가 맞물려서다. 정 회장은 “이미 북한은 차량탑재형, 열차발사형, 잠수함발사형(SLBM)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우리나라의 선제타격을 회피하는 전략을 완성했다”며 “특히 SLBM의 경우 남해안에서도 쏠 수 있는 만큼 탐지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시정찰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표적을 잡아내 타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선제타격 교리에 앞서 대(對)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당시 우리나라의 탐지 시간이 일본보다 2~3분 늦었다. 이 시간 차면 극초음속미사일은 이미 우리나라에 떨어진다”며 “위성에 적외선 탐지기능을 탑재하는 등 감시정찰자산을 확충해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제외하면 중고도 이상 영역에 대한 요격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L-SAM 개발과 일선에 배치된 패트리엇‧천궁II에 대한 사후 업데이트가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1월 20일 밝혔다.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에는 2018년 4월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가 포함돼 있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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