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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통령 윤석열’을 만든 사람들 

검찰 출신 석동현·주진우·조상준 주목,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여의도 인맥도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정권교체 기치 아래 모인 그들, 요직 맡아 국정 이끌어갈 듯
국민이 납득할 만한 탕평 인사라면 인사로 문제 되는 일 없을 수도


▎지난해 10월 26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권성동 본부장,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록의 소유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자 검사 출신 첫 대통령이다. 또 이회창 전 국무총리,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 등으로 이어져온 ‘서울대 법대 출신 대권 필패론’ 역시 끊어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지 370일, 정치에 입문한 지 8개월 만에 이런 역사를 써냈다. 하지만 대권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국민의힘 입당식 때부터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에 휩싸였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경쟁자로부터 견제와 비판을 받았다. 그 와중에 ‘120시간 근로’, ‘부정식품 허용’ 등 설익은 발언을 내놔 “불안한 정치 신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빠르게 정치권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이 부족한 정치 경험을 드러낼 때마다 조력자들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줬다. 지난해 10월부터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캠프는 그야말로 ‘용광로’였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기치 아래 출신·배경이 제각각인 조력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열과 성을 다해 윤 당선인을 보좌했다는 것이다. 이들 조력자의 상당수는 앞으로 윤석열 정부 요직을 맡아 국정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당선인은 검사로 26년을 살아왔다. 윤 당선인이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는 여의도보다 서초동에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여의도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서초동 검찰 인맥


▎지난해 10월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앞쪽은 윤 당선인 최측근으로 떠오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서초동 인맥 가운데 가장 지근거리에서 그를 도운 사람으로 주진우(31기) 변호사가 꼽힌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변호사는 2010년 윤 당선인이 대검찰청 중수 2과장이었을 때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를 함께하면서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주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가 좌천성 인사에 반발해 검찰을 떠났다. 주 변호사는 이번 대선 기간 민주당의 네거티브 대응, 캠프 합류 인사에 대한 검증 역할을 주로 맡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석동현(15기) 변호사는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다. 윤 당선인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연수원 기수로 여덟 단계 위인 석 변호사는 윤 당선인 측근 가운데 그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선거대책본부에서 상임대외협력특보를 맡았던 석 변호사는 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협상이 난항에 빠졌을 당시 윤 당선인을 향해 “더 겸손해져야 한다. 반드시 단일화하시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조상준(26기) 전 서울고검 차장은 2006년 윤 당선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맡았다. 이후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있으면서 윤 당선인의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대선 기간에는 주 변호사와 함께 윤 당선인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서초동 안팎에서는 주 변호사와 함께 석 변호사, 조 전 차장도 윤석열 정부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석열 사단’ 일원인 한동훈(2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된다. 2003년 대검 중수부의 대선 비자금 수사팀에서 윤 당선인과 동고동락한 한 부원장은 이후 여러 사건을 함께 맡으며 윤 당선인의 직속 라인으로 올라섰다. 윤 당선인은 2월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부원장을 독립운동가에 빗대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외에도 윤 당선인과 함께 ‘대윤(大尹)·소윤(小尹)’으로 불리던 윤대진(25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법적 분쟁을 벌일 때부터 발 벗고 나선 손경식(24기)·이완규(23기) 변호사, 대검 중수부와 특별검사팀 등에서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이두봉(25기) 인천지검장, 박찬호(26기) 광주지검장, 이원석 제주지검장(27기) 등도 주목할 만하다.

김은혜·박정하·김병민·이두아 ‘윤석열의 입’도 주목


▎지난해 6월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자 친구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권성동(4선)·장제원(3선)·윤한홍(재선) 의원은 국민의힘 내 윤 당선인 측근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소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복심’으로 통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동갑내기(1960년생) 친구다. 외가가 강원도 강릉인 윤 당선인은 학창 시절 방학 때마다 외가에 머물렀는데, 옆집 손주가 바로 권 의원이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방학 때면 만나 함께 놀곤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30대에 접어들어 검찰 선후배 사이로 재회한다. 권 의원은 연수원 17기, 윤 당선인은 23기다. 이러한 인연으로 윤 당선인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전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나에게) 특별한 사람은 권성동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만나 조언해온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장 의원은 윤 당선인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윤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가 난항에 빠졌을 때 윤 당선인의 ‘전권 대리인’으로 나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아들 장용준(예명 노엘)씨 논란, ‘윤핵관’ 논란 등으로 대선 캠프 총괄상황실장에서 물러났던 그는 윤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재선인 윤한홍 의원도 윤 당선인의 정치 입문부터 함께한 정치인이다. 그는 윤 당선인이 경선 후보였을 때 상황부실장, 본선에 진출해서는 TV토론 준비를 도맡았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이 지역구인 윤 의원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영세(4선) 의원도 지금의 윤 당선인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7월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당선인을 국민의힘에 영입했으며, 지난 1월 ‘매머드 선대위’ 해산 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위기의 당을 구해냈다. 윤 당선인은 최근 권 의원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며 “풍부한 의정 경험과 경륜으로 지난 선거 과정에서 유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77학번인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대학시절 윤 당선인과 함께 형사법학회에서 활동했다.

이철규(재선) 의원은 당내에서 ‘신(新) 윤핵관’으로 불린다.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은 총경이던 1998년 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근무하던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어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략기획부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당선인 비서실 총괄보좌역으로 임명했다.

원희룡 전 선대본 정책본부장은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대선 기간 원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임하며 이재명 저격수로 맹활약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 외에도 윤 당선인에 대해 일찌감치 공개 지지를 선언했던 주호영(5선)·김태호(3선) 의원, 대변인·비서실장·수행실장·상황부실장으로서 윤 당선인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김형동·서일준·이용·정희용(초선) 의원이 이번 정권에서 공신으로 인정받을 만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선대본부의 공보단장을 맡았던 김은혜(초선) 의원은 윤 당선인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경선 시절부터 윤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던 김병민·이두아 대변인과 박정하·함경우·우승봉 공보 부단장 등 ‘윤석열의 입들’도 향후 행로가 주목된다.

‘파평 윤씨 35세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 윤 당선인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인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는 이렇듯 그의 당선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조선시대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충남 공주 등지에는 파평 윤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 윤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한 후 부친이 태어난 노성면을 방문하는 등 충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파평 윤씨 인맥, 충청 정진석, 광주 윤택림 숨은 공신


▎파평 윤씨 종친인 윤택림 전 전남대병원장은 윤 당선인을 위해 뛴 호남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과 같은 파평 윤씨에 대한 관심이 정치권에서 높아지고 있다. 선대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던 윤재옥 의원은 윤 당선인과 같은 파평 윤씨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선대본부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대선에 임했다. 역시 파평 윤씨인 윤희석 상임공보특보는 윤 당선인의 입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기찬 선대본 대변인 역시 파평 윤씨다. 그는 ‘대장동문건’, ‘선관위 사전투표 부실관리’ 등 민감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TV토론에 출연해 민주당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960년 동갑내기인 정진석(5선) 의원과 윤 당선인 집안은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정 의원 부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과 윤 당선인 부친인 윤 교수가 가까운 사이였으며, 정 의원의 모친이 파평 윤씨로 알려져 있다.

충청권의 ‘맹주’인 정 의원은 대선 기간 충남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역 표심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자신을 ‘윤백관(윤석열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관계자)’이라 칭하며 충남 총괄선대위원장 외 다른 직책은 맡지 않았다.

파평 윤씨 종친인 윤택림 전 전남대병원장도 윤 당선인을 위해 뛴 숨은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지역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윤 전 병원장은 지난해 7월 광주 지역 윤 당선인 지지 모임을 결성하는가 하면, 윤 당선인의 호남권 첨단 의료복합단지 조성 공약을 알리며 1000여 명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당선인의 전문가 그룹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윤 당선인과 서울 대광초,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55년 지기’ 죽마고우이자 집안끼리도 교류해온 사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출마를 고심하던 시절 이 교수가 출마를 적극 지지했으며,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이후에는 잠시 대변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치권에는 이 교수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윤 당선인의 원로 자문 그룹의 양대 축이다. 비록 인연을 맺은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은 대선 본선에 진출하자 김 전 위원장에게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등 신뢰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3월 14일 김 전 위원장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김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 당시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에게 외연 확장과 관련한 다양한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은 3월 14일 김 전 대표를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다. 이 외에도 경제 고문 역할을 맡았던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만든 직속 기구 ‘경제사회위원회’의 토대를 다진 안대희(7기) 전 대법관, 윤 당선인의 결혼식 주례를 선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단일화 파트너 안철수는 초대 국무총리로 거론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과 그의 남편 김재호 판사도 윤 당선인의 조언가 그룹에 속한다. 세 사람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시절부터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왔다. 나 전 의원과 김 판사는 서울대 법대 82학번 캠퍼스 커플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 전만 해도 윤 당선인은 사적인 술자리에서 취흥이 오르면 “(나)경원이 부부도 부르자”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의 정책 공약 개발에 참여한 책사들도 새 정부에서 활약이 예고된다. 외교·안보를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박진·조태용 의원과 함께 외교부 장관, 경제 분야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호 의원과 함께 경제부총리, 복지 분야 책사인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고용노동부장관 물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은 단일화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3월 13일 인수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대선 전 약속했던 공동정부 수립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인수위원장이 발표되기에 앞서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내각 구성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국민의당 사람들을 추천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바람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에는 안 대표의 최측근이자 장제원 의원과 단일화를 성사시킨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포함됐다. 안 대표 자신은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승리에는 안 대표의 공이 절대적이었다”며 “안 대표가 천거하는 사람이 윤석열 정부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방식으로 국정 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당선인의 경우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대통령들처럼 측근들이 2선 후퇴를 해야 한다는 식의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면서 “설령 자기가 믿는 사람 위주로 쓰더라도 적재적소, 탕평 인사를 통해 균형만 이룬다면 정권 초반 인사로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고 진단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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