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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4)] 노동영 강남차병원장 

한국 유방암 발병률 10명 중 1명 될 수도… 자가진단 관심 갖고 몸의 변화 관찰해야 

대표적인 서구인의 병 유방암, 서구화된 고칼로리 식단 영향
수술 후 5년 생존율 90%… 관심 가지면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은 유방암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우리 속담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있나”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이 이렇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가문이나 혈통 따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임을 이르는 말.” 이 속담이 구현되려면 현대적 의미의 왕후장상이 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든 이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제공해야 한다. 소위 금수저도 흙수저도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의사가 적어도 예비적 의미의 왕후장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성 차원에서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은 ‘의사란 무엇인가’, ‘의사의 미래는 어떠한가’를 포함해 의사에 대한 궁금증에 믿을 만한 답을 줄 수 있을 만큼 경력을 쌓았다.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은 직업이 많다. 의사, 의학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병원경영인, 기업최고경영자 등으로 일해왔다. 의사로서는 1만 회 넘게 수술했고, 600편 넘는 논문을 썼다. 이제 논문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논문지도 등으로 의학지식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75학번인 그는 서울대병원강남센터 원장, 서울대 연구부총장 등으로 일했다. 베르티스라는 회사의 공동대표인 기업인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인지를 계몽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원도 한도 없는 인생 같다.

“해보고 싶었는데 못해본 것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하늘이 점지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 기사를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부모나 선생님의 강요 때문에 의대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의대는 매력적인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노동영 병원장 집안에는 ‘국가급 일꾼’이 많다. 아버지 노관택은 서울대병원장·대한병원협회장으로, 장인 이현재는 서울대 총장·국무총리로 일했다. 외증조부 최봉식(崔奉植, 1892~1981)은 제헌국회의원(울산갑, 무소속)이었다. 최봉식 선생은 특히 면장으로 오래 일했다.

한국 유방암 발병률 속도 높아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은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방암의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은 KBS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 특별기획 한국 의료의 혁신가들 출연분. / 사진:KBS 유튜브 캡처
이 인터뷰 기사 내용 중에서 의학·의료 내용보다는 노 병원장의 ‘공부 인생’이 화제가 될 수도 있다.

“저는 중학교 시험도 보고 고등학교 시험도 봤다. 중학교 갈 때 재수했는데 그때 ‘무즙 파동’이라는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다음 해 재수할 때 중학교 입시가 없어졌다. 소위 ‘뺑뺑이’가 됐다. 중학교 때 항상 전교 1등을 했다. 공부를 워낙 좋아했던 것 같다. 딴 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공부가 자기 적성에 맞으면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 우리 아버지를 포함해 집안사람들이 모두 저보다 키가 크다. 제가 하도 공부만 하고 하도 안 먹어서 안 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의사들은 손재주도 좋아야 한다.

“손재주는 이비인후과 의사셨던 아버님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병원에 대한 것이 몸에 배었다. 어려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노 병원장은 제자 복도 많다. 서울대병원 한원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은규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정언 교수 등 제자들이 각 병원에서 ‘헤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교육 원칙 같은 것이 있었는가?

“지금도 제자들과 같이 어울리고 논다. 어울림 자체에 중요한 가르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제자들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저만큼 잘하는 후학이 없다고 했다. (웃음) 제자들이 준수할 어떤 원칙이 아니라 따라 할 만한 어떤 무엇을 예시하는 것이 제 교육 방식이었다. 각자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게 중요했다. 원칙이라는 게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 “우선 누릴 자격을 갖추고, 그다음에 소망하라(First deserve and then desire)”는 말일 것이다.”

앤젤리나 졸리의 2013년 유방절제로 말미암아 발병 전 수술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금은 표준화됐다. 특히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는 시술을 권한다.”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 프로그램 촬영 중 배우 엄앵란의 유방암을 발견했다.

“패널에 있는 사람을 다 검사했다. 엄앵란씨 영상에 뭔가 보인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보니까 암이었다. 그래서 빨리 처치했다. 방송 덕분에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유방암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는데?

“지금 유방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제가 전공의였을 때 1년에 3000명도 안 됐다. 지금은 3만 명이다.”

질병 발생에는 글로벌 차원, 지역 차원, 국가 차원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유전자와 서구식 식습관 사이에 어떤 부조화가 있는가?

“그렇다. 유방암은 대표적인 서구 사람들의 병이다. 서구는 근대화를 통해 소득 수준이 가장 먼저 상승한 곳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사회와 문화, 먹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체형이 변화했다.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영양상태가 굉장히 좋다. 술·담배·직장생활도 유방암 발병에 악영향을 주지만, 제일 큰 문제는 저출산이다. 옛날 우리 어머님들이 유방암 발병률이 굉장히 낮았던 이유는 아이를 계속 낳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식 위주로 살았다. 모든 것이 완전히 급속도로 변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과학적 근거 없는 미신에 의지 말아야


▎노동영(왼쪽 다섯째) 강남차병원장은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사진은 한국유방건강재단 주최로 열린 ‘2018 핑크런’ 서울대회에서 배우 고두심(왼쪽 둘째)과 박신혜(왼쪽 셋째) 등과 함께 촬영한 사진. 이 대회는 유방건강 관리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통계가 선발 선진국들 통계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유방암 발병률이 한국 여성 18명 중 1명, 미국 8명 중 1명, 일본 10명 중 1명이다. 한국은 선진국 따라잡기(catchup)를 잘해왔는데 유방암 영역에서도 그렇게 될 것인가?

“그렇다. 곧 10명 중 1명이 될 수 있다.”

국가별 편차가 있다. 미국은 40세 이상, 50세 이상, 우리는 상대적으로 10세 이상 젊은 연령층 비중이 높다고 한다.

“‘연령 효과’나 ‘동시대 집단효과’로도 불리는 ‘코호트 이펙트(cohort effect)’가 유력한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갑자기 부유해졌다. 어려서부터 서구식 식생활에 노출된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층이다. 지금 한국의 60대 이상은 후진국·중진국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80년대생부터는 선진국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선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커가면, 질병 추이가 미국처럼 될 것이라고 코호트 이펙트가 예측한다. 그것이 가장 적합한 설명 같다. 지방보다는 서구식 식생활에 노출된 대도시의 발병 추이가 서구를 먼저 따라가는 것이 관찰된다. 아시아에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급속하게 부를 가지게 된 중국, 그리고 이전의 일본, 싱가포르에서 유방암 발병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가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의 출산·수유와 유방암 발병은 어떤 관계인가?

“여성 호르몬이 유방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져 있다. 출산·수유 과정에서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확 떨어진다. 떨어진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출산·수유 기간에 ‘보호 효과’가 작동한다고 이야기한다.”

암의 종류가 200여 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암은 머리카락과 손톱 빼고는 다 생긴다. 모낭에도 생긴다.”

유방암을 그 많은 다른 암과 비교한다면 어떤가?

“유방암은 암 중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예후(豫後, 병이 나은 뒤의 경과)가 좋다. 그러니까 치료 후에 오래 산다. 유방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서양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 방법,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가 굉장히 많이 돼 있다.”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기 좀 어려운 암이라는 ‘설’도 있다.

“아니다. 검진 지침이 아주 잘돼 있는 암 중 하나다. 예컨대 위나 대장은 내부에 있지만 유방은 외부에 있는 기관이다. 유방암은 관심만 있으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유방암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화제로 삼는 암이면서 오해도 많다고 한다. 예컨대 브래지어 착용이 나쁘다는 신화가 있다고 한다.

“근거가 약하다. 일반인의 느낌과 달리 의학계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과학 속에서 산다면, 과학적 근거가 약한 것들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행히 한국인은 암내 유전자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겨드랑이 냄새를 줄이는 데오도란트도 유방암에 나쁘다는 속설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건강비결의 핵심은 검진, 운동, 음식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내 몸의 변화를 인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통에 애쓰는 의사로 유명하다.

“저는 환자들과 매일 질의응답으로 소통하고 있다. 환자들과 소통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우리 삶의 목표가 암에 안 걸리는 것이냐’, ‘누구나 암만 안 걸리면 성공한 사람인가?’ 답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암을 비롯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발병 후에는 치료해야 하지만, 거기에 끌려서 사는 것도 문제다.”

조기 발견을 위한 매월 자가진단법에 대해 말해달라.

“아주 간단하다. 생리 끝난 다음에 시행한다. 방법은 목욕탕 같은 데 걸어놓기도 한다. 자가진단법의 출발점은 자신의 가슴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라고 본다. 의외로 많은 여성이 자기 가슴에 대해 관심이 없다. 상당히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픈데도 관심이 없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내 몸의 변화를 인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굉장히 중요하다.”

건강에 대해 사람들이 지겹도록 들었지만, 한 번 더 강조할 것이 있다면?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권장하듯이 일주일에 최소 150분이다. 30분씩 5일이다. 약간 땀 날 정도로 하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다. 가급적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채소만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려면 필요하다. 그거 외에는 사실 별거 없다. 자가 검진하고 정기 검진하고… 운동하고 먹는 거 조심하면 된다.”

강남차병원은 ‘여성 종합 병원’을 지향한다. 여자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 병원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 사회 추세를 보면, 사실 여성·남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남녀는 평등하지만, 신체적인 면에서 여성은 고유의 생애주기가 있다. 주로 출산과 관련된 주기다. 여성의 생애주기는 남자의 생애주기와 확실히 다르다. 여성을 위한 더 전문적인 돌봄과 치료가 특히 출산과 폐경 전후에 필요하다. 남자도 폐경에 해당하는 변화가 있지만, 여성은 남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저는 여성을 위한 병원의 특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강남차병원의 비전은 ‘고객이 가장 존경하는 세계 의학의 중심’으로 요약된다. 차병원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의학의 중심’을 추구하고 있는가? 차병원은 난임 분야에서 K의료의 선봉에 서 있는가?

“그렇다. 난임 분야에서 차병원은 세계 최고다. 차병원그룹은 로스앤젤레스와 호주에도 진출했다.”

세계 최고라면 노벨의학상이 차병원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거는 다른 이야기다. 제가 서울대 연구부총장 할 때도 느꼈지만, 왜 자꾸 노벨상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왜냐면 학풍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벨상이라는 것은 기초연구에만 주는 상이다. 응용과학이 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기초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매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왜 우리나라는 못 받느냐’고 한다. 노벨상을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차라리 삼성전자가 응용 분야에서 성과를 이루는 게 오히려 더 자랑스러울 수 있다.”

노벨상 받으려면 교육 기반부터 변화해야

노벨의학상을 비롯해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아도 실익은 별로인가?

“아니다. 성공하면 실익이 엄청나다. 수상하려면 노벨상을 받을 교육기반을 초등학교·중학교 때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차츰 연구 환경이 변할 것이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는 것은 사실 좀 그렇다. 바람직하지 않다. 노벨상 수상이 자연스러운 학풍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노벨상을 많이 받는 나라와 못 받는 나라는 우선 학자 평가제도부터 다르다. 교수는 한 우물만 팔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나라 교수 평가는 논문 수를 중시한다. 논문 수가 모자라면 눈치가 보인다. 해고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전국 의대 정원이 몽땅 다 찬 다음에, 다른 학과·전공 정원이 채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직업 안정성 때문인데 이제는 달라질 것 같다. ‘무엇을 해도 나는 어느 정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되면 굳이 의사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굳이 의사 안 한다. 고생스럽다고. 의료 인력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채운다. 의사가 사양 직업이 되지는 않더라도 최근까지의 그런 쏠림 현상은 점점 약해질 것이다.”

앞으로 의사들의 직업 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의료 시스템 자체가 디지털화되니까 외과의사들은 편하게 수술할 것이다. 큰 수술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같이 최소화되는(minimalized) 수술이 많아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보다 더 쉽게 국민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교육 부문에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한다. 만약 대학 시험 문제가 ‘한시를 쓰고 비평가 입장에서 자신이 쓴 한시를 영어로 논하시오’라면 신입생들은 한문과 영문 글쓰기에 능통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변해야 할 부분이 교육이다. 공부 잘하고 머리 좋다는 서울대 입학생들에게 영어랑 한국어를 기초부터 다시 가르친다. 영어를 굉장히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학생들을 시험 보는 기계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부모 의존이 심해서 엄마 손이 멀어지면 개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아이들도 많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방향을 정해주고 시키면 잘한다. 서울대 입학생 애들을 보니까. 가치관은 몰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친구들이 많다. 그런 거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공부 잘하면 의대 들어가야 한다’는 공식은 없어질 것이다. 그래야 사회가 잡히는 것이다.”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인 베르티스의 공동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미운 사람 있으면 회사 차리라고 권하라는 말도 있다. 사람을 만나 자본을 끌어오거나 딜(deal)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다행히 저는 주로 연구와 관련된 생산물 관리를 한다. 저는 외과의사지만 사실 전공은 생화학이다. 미국에서도 생화학 연구소에 있었고 생화학에 대한 연구를 지금도 하고 있다. 강남차병원도 그렇고 베르티스도 그렇고, 저는 생화학이라는 제 브랜드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암협회 13대, 14대 회장(2016~2021)을 했다. 그런데 대한암협회 1대 회장이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1966~1972)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대한암협회에 영감을 준 미국암협회는 1913년 창설됐는데 창립자는 의사 10명과 사업가 5명이었다. 설립 정신으로 본다면 기업인들의 활동이 대폭 늘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은 대한 암협회 명예회장이었다. 1대 이희호 여사, 2대 권양숙 여사, 3대 김윤옥 여사 등이다. 퍼스트레이디들은 대한암협회 행사에도 오시고 우리를 청와대에도 부르셨다.”

명상은 깨달음 주는 좋은 활동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이 좋아하는 작가 유발 하라리는 이런 문구로 사인한다. “한 사피엔스가 또 다른 사피엔스에게(From one sapiens to another).”
상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홍조근정훈장, 동아학술상, 로슈논문암학술상, 유한의학상, 보령암학술상, 분쉬의학상…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상이 있다면?

“애착이라기보다도… 이 상들은 모두 연구 업적에 주는 상이다. 의학자 입장에서 제일 큰 상은 분쉬의학상이다.”

인공지능(AI)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의사라는 직업이 설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크게 흔들어놓을 것이다. AI가 진단하는 게 사람이 진단하는 것보다 정확하다. 하지만 사람의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AI는 맥을 못 쓴다. 알파고의 경우처럼 어떤 구조를 딱 갖춰놓고 사람과 AI를 경쟁시키면 AI가 이긴다. 그 전까지는 사람의 역할이 없어지지 않는다. AI로 병원이 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싹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 몸은 기생충으로 득실득실했다. 지금은 기생충이 없다. 기생충학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기생충 전문가 수가 대폭 줄었다. 원격진료에 대한 반대도 있지만 원격진료로 갈 수밖에 없다. 뇌신경과학같이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분야가 니즈가 많다.”

미래의 희망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지금 가치관을 비롯한 모든 것이 과도기적 국면이라고 본다. 깨달음에 답이 있다. 깨달음에 도움 주는 인간 활동 중 하나는 명상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를 만난 적이 있다. 어떻게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그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명상을 한다고 했다. 하루에 꼭 2시간씩. 또 하라리 교수는 자기가 선생님을 잘 만났다고 한다. 선생들이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없는 것이다. 결국 깨달으라는 이야기다. 스스로 깨닫는 것이 이스라엘식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앞으로는 바뀔 것이다.”

독자들에게 강조할 말씀이 있다면?

“의사라는 직업이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나 의사는 봉사하는 직업이다. 의사를 너무 편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 의사는 많은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직업이다. 아픈 사람 편에 서서 그들과 고난과 아픔을 같이해야 한다.”

※ 김환영 중앙 글로벌머니 지식칼럼니스트 -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강대·한경대·단국대 등에서 강단에 섰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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