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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월간중앙·경희대 공동기획 | 권오병 경희대 부총장이 말하는 공공 부문 ESG 평가가 필요한 이유 

“지자체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P-ESG(Public Sector ESG Index) 평가가 지방의 ESG 촉진시킬 것”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기존 ESG지표는 기업 대상 한정… 지자체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6월 호주 EcoSummit에서 P-ESG 결과 발표… 다음 목표는 아세안


▎권오병 경희대 부총장은 “10년 전에는 그 누구도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대전환에 맞닥뜨린 현재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하며 ESG경영에 대해 바뀐 사회의 시선과 분위기를 환기했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가 결합돼 만들어졌다. 21세기 인류는 기후변화와 반복되는 팬데믹 공포, 경제와 일자리 위기 등 메가 리스크와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혼란의 시대이자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대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할 대도시에서의 기후변화 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평가 지표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경희대가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P-ESG지표(Public Sector ESG Index)를 연구 및 발표한 이유다. P-ESG지표는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인구 소멸 위기의 시대에 지자체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잘 산다. 때문에 지자체가 정책 기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ESG경영적인 관점을 녹여냈을 때, 지방정부와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존재하는 지역 소재 기업이나 대학들이 발맞춰 ESG경영을 따라올 것이라는 게 경희대의 복안이다. 경희대 ESG위원회의 총괄을 맡고 있는 권오병 경희대 부총장은 5월 10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는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 거론하면 그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당장 급격한 변화에 맞닥뜨린 현재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고 말하며 ESG경영에 대해 바뀐 사회의 시선과 분위기를 환기했다.

ESG 중 지배구조(G) 강조… G 관련 분량이 절반


▎현존하는 ESG 지표 및 평가는 기업 활동에만 한정돼 있다. 경희대가 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P-ESG 평가지표를 만든 이유다.
경희대에서 P-ESG지표를 개발한 이유는?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가 제시한 ‘문화세계창조’라는 비전, 그리고 역사성에 관련됐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으로 이뤄져 있다면, 이 두 가지 문명이 서로 상호 조화를 이뤄야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 세계 창조가 가능하다. 이 문화세계 창조의 비전 속에는 ESG라는 키워드가 다 담겨 있다. 사실 ESG라는 개념에서 E(Environment·환경)는 자연과 관련이 있고, S(Social·사회)는 인간과 관련이 있다. G(Governance·지배구조)는 이러한 것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희대는 이미 ESG라는 개념이 나오기 70년 전부터 거교적인 차원에서 ESG에 대해 실현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경희대가 ESG경영평가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이미 잘하고 있는 건데 굳이 그걸 이름까지 새로 붙여서 진행하느냐’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기존의 ESG지표와 차별화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현존하는 ESG평가 모형이 지자체에 적합한 지표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ESG경영이라는 것을 들여다본다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와 사회에 기업도 있지만 공공기관도 있고 정부 및 지자체도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ESG 관련 움직임은 주로 기업 중심의 ESG평가와 여기에 기반한 투자가 이어져 왔다. 때문에 우리 경희대가 ESG경영에 대한 확산을 꾀해야겠다, 지자체라든가 공공기관에 맞는 별도의 지표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경희대의 P-ESG지표는 지자체에 대한 ESG 평가라는 점에서 기존 ESG행복경제연구소·서울대 환경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ESG 평가등급’과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ESG 평가등급의 경우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해서만 평가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또한 ESG 평가등급 자문단에 따르면, 평가지표와 평가방법, 그리고 해외사례 참조 등에 있어서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단계다.

지자체랑 맞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ESG 평가지표 중에 ‘종업원’, ‘소비자’라는 표현들에서부터, 에너지라는 소재 자체도 기업 내부에서 주로 다루는 영역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ESG의 E가 국제연합(UN)에서 다루는 환경 문제를 다 커버하지도 못한다. 사실 소비자와 시민은 다른 콘셉트라고 봐야 하고, 지자체에서 말하는 환경과 기업 관점의 환경이 다를 수 있다. 지배구조 또한 마찬가지로 지표가 같을 수가 없다. 지자체의 주민 행복이라는 관점이 사실 기업의 ESG에는 좀처럼 녹아 있지 않다.”

지자체 평가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인구 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고 지방도 여러 가지 한계에 봉착해 있지만, 결국 우리나라는 지방분권화로 나아가는 추세다. 지자체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고, 지자체가 정책 기조에서부터 ESG경영적인 관점을 녹여냈을 때, 지자체와 주요 이해관계자로 존재하는 지방 소재 기업이나 대학들이 그들과 발맞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ESG경영을 따라올 것이다. 지방의 ESG를 촉진할 수 있는 포인트는 기업 평가가 아니라 사실은 지자체 평가다.”

말인즉슨 ESG 중에서도 지배구조(G)를 강조하는 것인가.

“그렇다. 실제 ESG 중 지배구조 관련 지표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 사례의 경우, 캐나다라든지 일부 주 정부 차원에서도 ESG에서 대체적으로 G를 강조하는 풍조다.”

해외서 활용하는 ESG 지표 반영해 권위 부여


▎권오병 경희대 부총장은 “(ESG경영평가에) 참여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실제 평가 모형을 활용해 실생활에 적용해보고, 또 피드백을 달라는 의미다.
ESG지표 발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자됐는지 궁금하다.

“이 작업을 위해 작년 초 대학에서 정책연구라는 명목으로 자체 연구비를 책정했다. 해당 연구진들은이 정책연구에 응모해서 선정된 것이다. 교내외에서 교수 다섯 분이 참여하셨고, 그들의 연구조원들이 있을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를 포함해 자문위원도 계시고, 공공기관 평가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원로 교수들도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진행된 회의만 수십 차례로 약 11개월 동안 개발에 몰두했다.”

지자체 등의 공공자료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을 텐데?

“경희대는 이번 지자체 대상 평가에서 100여 개의 지표를 선정했다. 우리는 공개된 데이터와 검증된 데이터로만 분석했다. 이에 더해 해외 기관에서 언급한 지표들을 우리가 준용했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 이 연구 결과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데이터를 믿지 못하면 결과 또한 믿을 수 없다. ESG행복경제연구소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시·군·구 기초단체 단위 평가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기초단체의 데이터는 정말 한정적이다. 그 결과가 ESG에 대해 충분히 평가했다고 결론짓기에 애매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경희대는 광역시·도만 대상으로 한 것이다. 광역 단체의 경우 그래도 어느 정도 공개된 데이터는 확보 가능하다. 이런 지표 연구 결과를 내놓는 것은 자신컨대 국내 최초다.”

경희대는 신규 ESG지표에 어떤 방식으로 객관성과 권위를 확보할 것인가?

“해외 유수 기업들이 실제 사용하는 ESG 관련 지표들을 녹여내 범용성을 높였다. 실제 P-ESG에는 영미권 금융시장 데이터 제공 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의 방법론이 차용됐고, 주식 포트폴리오관련 분석 도구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정부부문 ESG 평가 가중치와 평가항목을 참조해서 공공부문 ESG 평가의 글로벌 추이도 반영했다.”

“경희대만의 모델이 아닌 한국의 모델이 됐으면”

앞으로 P-ESG를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현재까지 평가 모형에 관련된 데이터와 계산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완료됐다. 앞으로 연도별로 평가 결과를 축적해갈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향후 기초단체까지도 확보 가능하다면 평가 범주를 기초단체까지도 확대할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종전에 말한 호주에서의 발표를 시작으로 세계의 곳곳에서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단체들과 네트워킹 및 소통을 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ESG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도 준비 중인가?

“6월에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되는 ‘2023 Eco Summit’에 참여해 P-ESG 모형 및 한국 광역시·도에 대한 적용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또한 2024년도에는 아시아 주요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평가를 예고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첫 시도다. 이렇게 해외에서 발표함으로써 국제적인 반향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호주 다음으로 노려볼 목표 국가군은 아세안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13개의 광역시·도가 동시에 관심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두 단체라도 선제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시·도민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다른 자치단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우리 경희대 또한 그냥 평가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요청받는다면 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경희대 ESG경영위원회는 아시아 대도시 대상 평가 결과 및 시사점에 대해서도 학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지구공동체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함께하는 관·산·학 협력’을 제시하고, 글로벌 공공협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특별히 아세안 국가들을 다음 목표로 삼은 이유가 있는지?

“점차 서구권의 전통적인 선진국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고 아세안 국가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 아세안 국가들이 차기 패권으로 부상했을 때 ESG적인 관점과 운영 콘셉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미래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의 경우도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중심으로는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돼 있을 것이다. 이들과 평가를 진행하면서 참여국 및 단체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월간중앙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는 ‘참여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SG는 개념이 어려운 듯하지만 결국 그 내용을 합쳐본다면 ‘사람’을 의미한다. E는 환경, S는 사람이자 사회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도 물론 필요하다. 그 다음은 참여다. 참여라는 것은 그 평가 모형을 활용해 실생활에 적용도 해보고 또 수지 평가 모형의 개선 사항도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이 모델이 경희대만의 모델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한민국의 공공 ESG모델을 만들어서 우리가 아세안 지역과 세계를 돕자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평화라든지 세계 시민의 복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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