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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 |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6)] 서재헌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장 

“무모해 보일지라도 선입견 깨는 도전 계속할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험지’ 대구서만 세 번 출마해 고배, 이번엔 지역 비례대표로 도전 준비
촉망 받는 실물금융 전문가… “리틀 김부겸 별명? 영광이지만 부담도”


▎11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 12층 대회의실에서 서재헌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 월간중앙과 인터뷰했다.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의 행로(行路)는 그간 가시밭길이었다. 지난 세 번의 선거 모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험지 ‘대구’에 출마했다. 결과는 비록 낙선이었지만,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동구청장 후보로 나서 약 33%, 2020년 총선에서 대구 동갑 후보로 출마해 27%,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보수 대권주자인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18% 득표라는 저력을 보였다.

민주당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대구에서 냉대받으면서도 밑바닥 민심을 살피고 다졌기에 거둔 성과다. 그런 그가 내년 4월로 예정된 22대 총선에서 이번에는 지역 비례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11월 7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서 위원장을 만났다.

대구 토박이, 주변 만류에도 민주당 입당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서 서재헌 당시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홍준표 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사진:서재헌 블로그 캡처
지역 비례대표는 무엇인가?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중에서 7, 8번이 그것이다. 험지에서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모여 경선을 펼쳐 선출되는 자리다. 대학입시의 농어촌 특별전형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저는 정치에 입문하고 지금까지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 지역 선거에 세 번 출마했기 때문에 여기에 도전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역 출마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건가?

“지역 비례대표 당선을 목표로 하되 삶이 계획대로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총선이 아직 5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당선을 최우선으로 여러 상황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1979년생인 서 위원장은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다. 영신고, 계명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정책학 석사를 졸업하고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대학원 MBA 과정을 마쳤다. 병역은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12월 북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서 8월에 <서재헌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책을 냈다. 우리 사회에는 갈등을 유발하는 여러 선입견이 존재한다. 나에 대한 선입견은 대구 출신으로 당연히 정치적 성향이 보수일 것이라는 시선이다. 사실 민주당에 입당할 때 제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다. 하지만 소신에 따라 입당했고, 대구 출마를 고집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선입견을 깨는 것, 정확히는 선입견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실패를 딛고 도전해야 성장하고, 이런 도전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세 번 출마해 세 번 낙선했다. 실패가 두렵진 않나?

“실패하더라도 이전보다 많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때면 도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2대 총선에서 지역 비례대표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것도 과거 선거에서 배운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당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 동구청장 후보로 공천해준 것도 감사한데 낙선해서도 상근 부대변인 자리를 맡겨줘 중앙 정치를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대구 동갑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영기획본부장(별정직1급 대우)으로 일하는 기회도 줬다. 이렇게 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도전하면서 민심의 변화를 느꼈나?

“대구 동구청장 선거를 치를 때는 유권자들이 제 공약을 아예 믿지 않으셨고, 총선 때는 저라는 사람 자체를 믿지 않더라. 하지만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 때는 저를 격려해주시는 분이 많아졌다. 대구시민들께서 민주당을 아직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해봐라’라며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리틀 김부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더라.

“김부겸 전 총리에 비해 많이 부족함에도 그렇게 불러주셔서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 김 전 총리 외에도 홍의락 전 의원 등 대구에서 터를 다져온 여러 대선배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저 같은 후배들의 여건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배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 안팎에서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례대표제 무용론이 나오는 건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안 했거나,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후 전문가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면, 기후 어젠다를 제시하는 정책적 역량을 펼치는 데 집중해야 함에도 당의 요구든, 본인의 선택이든 네거티브 중심의 정무적 역할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는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비례대표제로 확보할 수 있는 전문성은 국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서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11년간 미래에셋대우(당시 대우증권)에서 일한 실물 금융 전문가다. 그가 금융맨에 머물지 않고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저성장 시대일수록 정치를 통해 정책을 바꿔야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실물 금융을 다뤘다.

“철옹성 같던 대구 민심, 변화 느껴져”


▎서재헌 전 대구시장 후보가 6·1 지방선거 뒤 유권자들에게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서재헌 블로그 캡처
정부·여당의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여당의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줬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불신을 키우고, 그러면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 정부·여당이 키운 불확실성과 불신으로 야기되는 금융 비용이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는 11월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내려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의 특성 때문에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기도 한다. 정부는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를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매도 금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매도 금지는 우리나라 역사상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세 번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인가’라는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블룸버그는 우리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된다고 분석했다. 편입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수십조원이 우리나라에 투자될 수 있는데, 그 기회가 날아가버릴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리고 공매도가 주식 시장의 하락에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펀드멘털(기초체력)이 올라갈 요소가 많으면, 투자자들이 굳이 공매도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니 정부가 시장에 기초체력과 신뢰를 공급하면 공매도 제도를 손보지 않아도 시장은 자연스레 우상향한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본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 룰 만드는 게 혁신”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다. 당내에서 청년에 속하는 나이인가?

“청년 마지막 세대다. 20~30대 청년들과 기성세대 모두에게 비판받는 가장 애매한 나이다(웃음). 지난해 지명직 최고위원에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1년 동안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선택한 게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다. 전국보다는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 조직 가운데 청년 조직이 활동하기에 많이 어렵다고 들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그렇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꼭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청년끼리 같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큰 득표차로 승리한 후 당 일각에서 ‘총선 200석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총선 승리로 가는 과정이다. 언행 하나하나에 주의하며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200석을 낙관하면 결코 안 된다. 선거가 6개월 정도 남았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패배 이후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혁신 경쟁에서 우리 당이 앞선다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뒤처지면 패배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저렇게 못하니 200석 가능해’라는 식의 접근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혁신이 필요할까?

“도전의 문턱을 낮춰주는 일이다. 누구나, 언제든 경선에 도전할 수 있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으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룰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만약 지역 3선 국회의원이 그 지역에 공헌한 바가 적다고 유권자가 판단한다면,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또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영입해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게 중요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하나 살 때도 비슷한 상품과 비교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최저가를 찾지 않나. 그건 자신에게 도움이 돼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어떤 후보나 정당을 추천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뽑지 말고 정당과 후보의 공약을 꼼꼼하게 잘 살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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