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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 |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7)] 김비오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구·영도구 지역위원장 

“20년 지역 지킴이가 ‘떠나지 않는 중구·영도구’ 만들 것”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원도심 인구소멸 심각해 지역 주민들 정주환경 개선 시급
지난 총선 6.95%p 차이로 석패… 황보승희 불출마로 최대 격전지


▎김비오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구·영도구지역 위원장이 중구 남포동과 영도구 대교동을 잇는 영도대교(영도다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부산 중구·영도구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황보승희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온갖 구설 속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센 원도심 지역이라 벌써부터 여당에선 쟁쟁한 이름들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그동안 꾸준하게 텃밭을 갈아 온 후보군 사이에서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민주당이 중구·영도구에서 희망을 갖는 이유는 지난 총선 당시 나타난 ‘초박빙 접전’ 때문이다. 2008년부터 총선에 출마, 네 번째 도전에 나섰던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만1085표를 얻으며 황보승희 의원에 6351표(6.95%p) 차로 석패한 것. 2008년 당시 김형오 한나라당 후보와 붙어 득표율 9.53%로 참패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중구·영도구가 ‘험지’에서 ‘경합지’로 바뀐 것이다.

김비오 전 부산 중구·영도구 지역위원장은 지난 5월 영도구에 ‘흰여울포럼’을 열면서 본격적인 4전5기 채비에 나섰다. 출마해 낙선하고 다시 출마, 낙선하는 20여 년 과정에서 중구·영도구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해법 또한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11월 8일 영도대교 부근 흰여울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김비오 전 위원장은 “중구·영도구는 지역경제 붕괴에 의한 인구 감소 등 원도심의 문제점이 집합된 곳으로, 정주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위한 정치의 힘이다. 내년 총선은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뛰어온 저의 활동이 평가받는 자리”라고 말했다.

초고령화된 도시, 사회적 안전망 시급


지난 총선에서 6.14%p 차이로 석패했다. 어떻게 지냈나?

“한 번 떨어져도 정신이 혼미할 텐데 네 번을 연거푸 떨어졌으니까 개인적으로 멘탈 챙기기가 쉽지 않았다. 가족들, 그리고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2020년 9월부터는 1년 남짓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지방자치 균형발전에 관련된 일을 했다. 그때 국토부와 추진했던 국책사업이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영도 청학동의 노후공업지역 시범사업 ‘영도 부스트벨트(Boost Belt)’다. 이후 다시 지역으로 내려와 중구·영도구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황보승희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중구·영도구가 부산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같은 정치인으로서 볼썽사나운 일이 생겨서 지역주민, 부산시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지난 총선 기간 중에 그런 사실들을 제보받았지만 이를 선거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캠프 관계자들한테 원망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이 정치에 크게 실망한 사건 때문에 격전지가 된 것 같아 유감이다.”

‘부산 민심은 민주당 상승세’라는 분석도 나오던데.

“분위기는 항상 좋았다(웃음). 그러나 민주당 상승세라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무능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특히 중구·영도구 입장에서 보면, 윤 정부가 소멸위기의 지방도시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재원도 확대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행되는 게 없다. 주민들 사이에선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는 원망이 나온다. 어르신들 중에서 ‘윤 정부가 일본에 너무 굴욕외교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도 있다. 합리적 보수층 사이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의 반사이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목표인 ‘부산 절반 9석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민주당 입장에서 예전보다 여건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반사이익과 적극적 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바람을 논할 게 아니라 한 분이라도 더 만나 민원을 듣고 해법을 공유해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민주당이 선전할 수 있는 길이다.”

중구·영도구는 부산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으로 꼽히는데.

“2013년 13만6000명에 달했던 영도구 인구는 올해 9월 기준 10만7000명대로 떨어졌고, 중구 역시 같은 기간 4만7000명에서 4만 명대로 급감했다. 지금 중구·영도구 같은 원도심은 심각한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조선업, 수리산업 등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지역을 떠났고, 남아 있는 자영업자들도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데 현 정부 들어 대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바다와 접한 지역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떠나지 않는 영도구, 중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안전망 등 정주 환경 개선이 눈앞의 과제다.”

지난 5월 ‘흰여울포럼’을 개소했다.

“포럼에서는 영도구와 중구가 가진 환경적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주민들과 모색하고 있다. 바로 자연환경과 문화 콘텐트의 결합이다. 지난해 영도를 찾은 관광객이 170만 명에 이르는데 마땅히 즐길 만한 콘텐트와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이다. 흰여울마을, 태종대, 광복동, 남포동 등을 찾는 관광객 수요에 맞추고 지역의 경제주체들이 골고루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의제와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부산 중구의 덕원중, 혜광고에서 공부하고 서울예대 연극과, 경성대 연극학과, 연세대 경영법무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부경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 문정수 민선1기 부산시장과 인연이 되어 녹색교통운동시민추진본부 공보실장을 맡으면서다. 당시 도로율이 낮았던 부산은 출퇴근 시간이면 늘 교통지옥이었다. 유럽의 교통선진국을 방문하면서 도시 관련 정책들을 이해하고 관심이 커졌던 그는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4전5기 원동력은 ‘희망을 주는 정치’ 소망


▎김비오 전 위원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구·영도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역민심을 얻어왔다. / 사진:김비오 전 위원장
2008년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신 김형오 의원과 붙었다. 득표율은 9.53%, 벽은 한없이 높았다. 두 번째 도전은 2013년 재·보선으로, 상대는 역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신의 김무성 의원이었다. 결과는 22.3% 득표로, 김무성 전 대표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20대 총선에서 다시 김무성 의원과 붙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56.3% 대 40.7%로 패했지만 부산 중구·영도구가 ‘경합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1대 총선에선 44.9%를 얻으면서 ‘김무성 키즈’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이 기간 동안 김비오 전 위원장은 당적 변경 없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리고 예외 없이 낙선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 원도심에서, 민주당 깃발로 또 나섰다.

“한 번의 양보와 네 번의 패배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동정도 하시고, 또 대단하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첫 출마 당시나 지금이나 우리 지역은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구소멸과 함께 초고령화된 지역사회, 원도심의 불안한 문제가 모두 영도에 내재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금까지 잘못된 것들에 대해 심판해야 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일꾼을 뽑아야 한다.”

4전5기의 원동력은?

“제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4만4000개 정도 들어 있다. 그런데 최근엔 부고 문자를 많이 받는다.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고 이어 연락처를 지운다. 그때 씁쓸한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살아 있는 분들도 굉장히 불안한 마음을 갖고 계신다. 제가 영도구와 중구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을, 그들의 삶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슬로건도 ‘희망을 주는 정치’로 정했다.”

민주당 내에 이 지역 후보군이 많다. 경쟁력이 있나.

“정치 입문 당시 수도권 출마를 염두에 두었다. 그러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면서 ‘노무현 정신’을 새기며 부산으로 급선회했다. 당시 민주당의 부산 지역위원회 중 사하구 빼고 17개 지역구가 비었는데, 내가 자란 영도구를 택했다. 이 지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한 번도 이탈하지 않고 주민들과 부대끼며 활동하고 있다. 영도와 중구의 현안파악,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자신한다.”

무주공산이라 여당 후보군들에게도 기회다.

“이 지역에서 보수정당으로 당선된 분들을 보면 지역 현안 해결보다는 중앙정치 무대에 매달렸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고, 주민들의 박탈감도 크다. 능력 있는 중앙 무대 출신들도 좋지만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오고 있는 일꾼들을 발굴해 중히 써야 한다. 여야를 떠나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정치 복원과 지방 소멸 해결에 힘쓸 것”


▎김비오 전 위원장은 김형오 의원(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새누리당)과 맞붙어 깨지면서도 지역구를 지켜왔다. 지역주민과 함께 ‘원도심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
당 차원에서 부산 지역에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는 부산·경남 지역의 상시적 변수가 됐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엔 부·울·경 메가시티도 한창 논의 중이다. 민주당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 메가시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라 부·울·경을 포함해 전국 단위의 메가시티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살이의 핵심은 결국 일자리다. 부산의 전체적인 산업구조를 재편해서 일자리와 관련된 논의들을 시작해야 한다. 부산의 산업·문화·관광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여의도에 진출하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정치와 권력은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을 도우라고 있는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 만날 상대방 비판만 하고 정쟁에 휩싸여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 참 한심할 것이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첫째, ‘정치 복원’이라는 큰 의제를 가지고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 소멸 위기를 앞당기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게 우리 영도구와 중구의 가장 큰 현안이기도 하다.”

- 글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송봉근 기자 song.bonggeun@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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