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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화제] ‘하늘 나는 차’ 실물 공개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육로 넘어 하늘 길도 먼저 연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2028년 상용화 목표… 완성차 디자인 접목하는 등 차별화
CES에 역대 최대 전시장 마련해 수소 에너지 등 비전 제시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CES 2024에서 글로벌 기업의 첨단 기술을 살폈다. 정 회장이 1월 9일 사촌동생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HD현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HD현대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사업을 총망라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1월 9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를 통해서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슈퍼널, 제로원 등 5개사는 CES 2024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공간을 선보였다.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와 청정수소 등 그룹 포트폴리오 전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차그룹 전시공간 전체 면적은 6437㎡ 규모였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국제 경기 규격 축구장 크기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 전시공간은 물론 현장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기업의 인공지능(AI), 모빌리티 기술 등을 살폈다. 정 회장은 CES 현대차 미디어 데이 뒤 기자들과 만나 “수소는 저희 대가 아니고 후대를 위해서 준비해 놓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라며 미래를 향한 투자의 당위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전기로 수직 이착륙, AAM에 ‘환호성’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가 1월 9일 ‘S-A2’ 기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1월 9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외부에 자리한 슈퍼널 전시장에는 참관객 600여 명이 몰렸다. 곧이어 현대차그룹의 AAM(Advanced Air Mobility) 기체 ‘S-A2’가 위용을 드러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CES에서 S-A2를 최초 공개했다. 육로를 넘어 하늘 길까지 열겠다는 포석이다. 그룹 AAM 독립 법인 슈퍼널(Supernal)은 CES에 처음 참가해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선보이고, 관련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AAM은 도심 내 단거리 운행을 위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장거리 수송용 지역 간 항공모빌리티(RAM) 등을 통칭한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다. 2020년 CES에서 첫 비전 콘셉트 S-A1을 제시한지 4년 만에 새로 공개한 모델이다. 전장 10m , 전폭 15m 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를 장착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현대차그룹 디자인 철학을 녹인 승객 탑승 공간으로 구성했다.

슈퍼널은 S-A2 기체가 최대 400~500m 고도에서 시속 200㎞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S-A2는 상용화 시 도심 내 약 60㎞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다. 슈퍼널은 도심 위를 쉴 새 없이 비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기체 작동시 발생하는 소음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전기 분산 추진 방식을 활용해 운항 시 소음을 45~65 데시벨(dB)로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식기 세척기 작동 소음에 불과한 수준이다.

S-A2는 경쟁사들의 기존 문법을 따르는 대신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접목시켜 승객 편의를 고려한 것도 강점이다. 슈퍼널과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가 협업한 결과다. 엔지니어링과 통합 기체 디자인은 슈퍼널이 담당했고, 내·외관 스타일링은 현대차·기아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 주도 하에 현대차·기아 글로벌 디자인본부가 맡았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는 ”첨단 항공 모빌티리 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체 개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항공산업 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현대차그룹은 2028년 AAM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정부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Ease every way)’을 주제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현대차는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종합 수소 솔루션’을 제안했다. 또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사의 수소 실증 기술을 소개했다.

수소 에너지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한 청정에너지다. 다른 에너지원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로 저장과 수송도 쉽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연구 초기부터 수소 관련 기술을 집중 개발했다.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25년 넘게 수소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는 등 수소 분야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그룹 역량 총동원 ‘수소 솔루션’ 제안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내부.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수소 생산과 관련한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 친환경 수소인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수 년 내 메가와트(MW)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CES에서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을 공개했다. 현재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수전해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만, 수자원이 제한적이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용이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산뿐 아니라 저장·운송·활용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수소는 액체는 물론 기체와 고체 방식으로도 저장할 수 있다. 천연가스처럼 육·해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송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적용 사례로 서울 광진구에서 이동형 수소 충전소(H Moving Station)를 운영 중이다. 향후 제주도 등으로의 확장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연간 수소 소비량을 2023년 1만3000t에서 2035년까지 약 300만t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승용수소전기차(FCEV)분야에서도 시장 리더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넥쏘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모든 기술적 진보는 인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청정 수소가 모두를 위해, 모든 것에 에너지로 쓰이고,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도록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2021년 회사 로고를 변경하는 등 전사적 변화를 추진한 ‘브랜드 리론치(Brand Relaunch)’ 이후 처음이자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기아는 이번 CES에서 PBV의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고객 중심 토털 모빌리티 솔루션 비전을 공개했다. 이동수단의 혁신을 이끌 미래 핵심사업으로 PBV를 제시한 것.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는 등 관련 사업을 본격 전개한다. 차량 호출, 배달, 유틸리티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이하 SDV)’와 경로, 정보 등 외부 데이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여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아, 맞춤 제작 플랫폼 ‘PBV’ 제시


▎장재훈(가운데) 현대차 사장이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4 현대차 미디어 데이에서 김창환 전무와 함께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는 이어 대형·소형 PBV 라인업을 추가해 물류회사나 모빌리티 기업, 개인 사용자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한다. 이 단계에서 디지털 제어나 자율주행 기술을 PBV에 적용하고, AI 기반 차량 관제·관리 지원 등으로 데이터 연결 범위도 확장한다.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과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도 추진한다. PBV를 개인 기호와 목적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Bespoke Mobility Solution)’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CES 2024에서 글로벌 승차 공유 서비스기업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우버 모빌리티에 최적화한 PBV 개발·공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우버 플랫폼을 이용하는 라이드헤일링 드라이버와 탑승 고객을 위한 최적의 사양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특화한 PBV 모델을 생산·공급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그동안 획기적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고객 중심 모빌리티 미래를 제시해 왔다”며 “새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PBV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 밖에 현대모비스는 양산 적용이 가능한 20종의 모빌리티 신기술을 CES에서 선보였다.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을 집약한 ‘혁신(Innovative) 디스플레이’ 시리즈를 비롯해 ‘고출력 통합 충전 제어 모듈(ICCU)’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은 협업 중인 스타트업의 현지 네트워크 확보, 협력 기반 확대, 투자 기회 창출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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