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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4월 총선 명운 쥔 서울 스윙 선거구 ‘한강벨트’ 판세 

부동산 이슈에 민감… 국민의힘이 몇 석 탈환할지 관심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국민의힘은 지명도 높은 인사들 집중배치, 민주당은 친명·비명 대치로 지역구 포석 더뎌
尹 정부, 부동산시장 상승도 하락도 원치 않아… 총선까지 대출금리로 집값 횡보 유도 예상


▎국민의힘 중성동을의 공천 면접 현장. 인지도 높은 후보를 내세워 한강벨트를 탈환하려는 국민의힘의 의도가 엿보인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석을 휩쓸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 그리고 용산 등 8석을 가져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2023년 12월 국민의힘 당 사무처가 작성한 판세 분석 보고서가 유출됐다. 이에 따르면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을 등 6곳을 제외하면 2024년 4월 서울 총선에서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 없다고 적시돼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 보고서를 흘린(?) 배경에 관해선 사뭇 해석이 달랐다. 실제 총선 판세가 이토록 절망적인 것이 아니라 보수 결집 효과를 노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추세를 보면 서울에서 민주당의 ‘블루웨이브’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서 50.5%의 득표를 기록했다. 45.8%를 확보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앞섰다. 이때 윤 후보가 승리한 서울 지역구를 살펴보면 음미할 대목이 나온다. 전통적 텃밭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는 물론이고 종로구·마포구·중구·성동구·광진구·동대문구·강동구·동작구·영등포구·양천구가 추가됐다. 이 가운데 종로구와 동대문구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한강에 인접한 지역들이다.

소위 ‘한강벨트’가 블루(민주당)에서 레드(국민의힘)의 물결로 전환하는 흐름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 기초단체장 결과에서 한결 명확해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25곳 구청장 선거에서 무려 17곳을 승리했다. 이 가운데 한강벨트는 성동구를 제외하면 모조리 석권했다. 그나마 성동구는 정원오 구청장의 개인 역량으로 민주당이 지켰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하지만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15%p 차 대패를 당했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언제든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는 스윙(swing) 선거구로서 서울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의 한 인사는 총선 판세에 대해 “서울 한정으로 6:4 혹은 6.5:3.5 정도로 민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가 안 좋아서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윤석열 정부 책임론에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결합됐다”는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4년 전 총선 같은 압승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한강벨트 민심의 변화가 체감되기 때문이다. “한강벨트는 부동산 이슈가 강력하게 스며드는 지역이다. 윤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 여의도, 성동 등에 집중적으로 개발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서울 전체와 다른 ‘한강벨트’ 민심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강남 3구 빼곤 다 해볼 만하다”고 호언하지만, 선거는 1표만 적게 받아도 낙선하는 ‘all or nothing’ 게임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수성이 힘겹다고 내심 생각하는 서울 지역구는 동작을·영등포을·양천갑·마포갑·중성동갑·중성동을·광진을 등이다. 대부분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거나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서 종부세 등 세금 이슈에 민감한 지역들이다.

2월 1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일부 지역구의 단수공천을 확정 발표했다. 한강벨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작을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5선에 도전하는 나 전 의원의 상대론 이수진 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된다. 여의도에서는 “국민의힘의 탈환이 꽤 유력한 지역구”로 꼽힌다.

광진을에서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붉은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광진을은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가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곳이다.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게 2.6%p 차로 패배했다. 하지만 “더 이상 광진을이 국민의힘에 험지가 아니다”라는 평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월 15일 민주당은 현역인 고민정 의원의 단수공천을 발표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이 현역 의원을 보유한 지역은 재신임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용산의 권영세 의원을 비롯해 서초갑의 조은희 의원, 송파을의 배현진 의원 등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김웅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송파갑은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가 투입됐다.

아직 ‘매치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활을 건 접전이 예고된 지역구로 영등포 갑·을, 마포 갑·을, 중성동 갑·을, 양천갑, 강동갑 등이 꼽힌다. 특히 여의도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영등포을에서는 박용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중 누가 나가도 현역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에 앞선다는 일부 여론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현재 나오는 지역구 여론조사는 표본이 너무 작아 업계에선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대전환에서 국민의힘으로 합류한 조정훈 의원과 신지호 전 의원이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마포갑은 소위 ‘마·용·성’ 강북 신축 아파트 단지를 상징하는 지역이다. 당초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던 이용호 의원이 서대문갑 출마로 재배치됐을 정도로 보수 컬러가 강해졌다. 반면 민주당은 현역인 노웅래 의원이 5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뇌물수수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당내 기류가 강하다.

목동 재건축 아파트 대단지를 품고 있는 양천갑도 국민의힘에선 문전성시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조수진 의원이 이 지역 공천을 노리는 가운데 정미경 전 의원, 구자룡 비대위원 등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인 ‘비명’ 황희 의원과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나영 전 경기도 규제개혁위원회 운영위원이 경합 중이다.

“정권심판론 구도 못 살리는 민주당”

중성동 갑과 을은 서울에서 양당이 승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잡아야 하는 이번 총선 최고의 빅매치 지역에 해당한다. 중성동갑에서 국민의힘은 KDI 연구원 출신인 경제전문가 윤희숙 전 의원의 공천이 유력하다. 원래 이 지역구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3선을 해낸 곳이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강남을 포기했다는 인상을 받고 싶지 않다”는 명분을 들어 험지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공석이 된 자리에 586 친문의 상징적 존재인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출마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비명계에선 “인지도가 높은 임 전 실장이 등판하지 않는 한, 뺏길 수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반면 친명 외곽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주장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성동갑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해놓은 상태다.

중성동을의 경우, 국민의힘은 부산 해운대갑에서 지역구를 옮긴 하태경 의원, 3선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중량급 인사들이 몰렸다. 이곳은 친명계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한강벨트를 비롯한 서울 지역구 공천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이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은 용산 권영세, 동작을 나경원, 영등포을 박민식, 중성동갑 윤희숙 등 지명도 높은 인사를 한강벨트에 집중 배치하려 한다. 마포을에 김경율 회계사까지 나왔으면 상징성이 더 커졌을 것”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구상이라면 선거에서 무엇이 중한지를 아는 학습효과가 빠른 것”이라고 봤다. 반면 민주당은 임종석 전 실장의 공천 여부가 꼬이면서 포석이 더뎌지고 있다. 차 교수는 “가령 대통령실이 위치해 상징성을 갖는 용산으로 임 전 실장의 출마지를 바꾸거나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이 아니라 용산에 직접 등판하는 것 같은 과단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다 보니 서울 선거전에선 민주당이 여당 같은 수세적 이미지를 준다. 야당의 무기라 할 정권심판론이 가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총선은 구도와 인물의 결합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서울에서 구도의 우세는 살리지 못하고, 공천 캐스팅에 관한 전략은 밋밋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 보면 정부·여당 의중 읽혀


▎임종석(가운데) 전 비서실장의 중성동갑 공천 여부는 민주당 친문과 친명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총선은 4월 10일 치러진다. 그때까지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한강벨트의 우세를 점하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이에 관해 정부·여당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자료를 월간중앙이 입수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열쇠다. 대출 갈아타기에 해당하는 대환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농협은행 3.74% △신한은행 3.70% △KB국민은행 3.74% △우리은행 3.75% △하나은행 3.84%로 나타났다. 여기에 0.05%에서 0.15%까지 추가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4%대인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비하면 꽤 파격적이다. 지방은행도 3% 중후반대로 대환대출 금리가 변동됐다. 심지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3.59%다. 조건에 따라 최저 3.33%까지도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붐이 일어난 배경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존 대출이 아닌 신규 대출의 경우. 대출 금리가 대부분 올라간다는 점이다. △농협은행 3.98% △신한은행 3.88% △KB국민은행 3.72% △우리은행 3.91% △하나은행 3.90% △카카오뱅크 4.06% 등이다.

이를 해석하면 부동산시장의 상승도, 하락도 원치 않는 윤 정부의 의중이 드러난다.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줘 집값 폭락을 막고 있다. 동시에 신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진입 문턱은 다소 높게 설정해 집값 상승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적어도 4월 총선까지는 윤 정부가 이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좁게는 한강벨트, 넓게는 서울 전체를 고려할 때 주택가격을 횡보로 이끄는 편이 전략적으로 가장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총선 이후에도 대출을 조절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다만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타이밍과 맞물리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관건은 한강벨트를 포함한 서울 총선 결과를 윤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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