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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분석] 제3지대 신당 ‘별의 순간’ 올까 

신당 바람 쉽지 않네… 강력한 리더십과 자강(自强) 의지 절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 강도 갈수록 줄어들어
이준석 신당이 이낙연 신당보다 새 지지층 흡수력 강해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제3지대 주요 인사들이 2월 9일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를 앞두고 개혁신당(이준석·양향자), 새로운미래(이낙연·김종민),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이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연합을 제안한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용혜인)과 최근 신당 창당을 시사한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소위 양당 밖 제3지대 정당들이 총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제3지대가 올 총선에서 2012년 대선의 ‘안철수 현상’, 2016년 총선의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무당파는 2023년 7~8월 한국리서치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NBS 조사에서 35~39%, 갤럽 조사에서 32% 지지율을 얻었다. 당시 잼버리대회 파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동상 이전 논란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곤욕을 치르던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사과, 이재명 대표 단식 과정에서 국민의힘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양당 지지율의 답보가 무당층의 증가로 나타난 결과다.


올 2월 들어서는 추세가 바뀐다. JTBC·메타보이스의 2월 11~12일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5%인 반면 제3지대 통합정당인 개혁신당 지지율은 5%에 그쳤다. 내년 총선 지역구에서 개혁신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35%, 국민의힘 34%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비례투표 지지율에서도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29%, 국민의힘 비례정당 30%, 개혁신당 8% 순으로 나타났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빅텐트에 성공했지만 막상 통합 후 개혁신당에 대한 여론은 예상보다 취약하다. 왜 그럴까? 제3지대 정당의 흥행은 보수와 진보양 정당에 대한 ‘동시(同時) 심판론’을 자양분으로 한다. 제3지대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안철수 현상’, 2016년 국민의당 돌풍 당시와 비교해 보면 이번 총선의 ‘동시 심판론’의 토양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수와 진보 ‘동시 심판론’ 토양 취약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민주당 ‘동시 심판론’의 규모를 측정하자면 ‘정부여당 심판론(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 ‘야당(민주당) 심판론’ 각각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봐야 한다.

필자는 양당 중 어느 한 당에 대한 반감이 나머지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양가적·상충적 유권자(ambivalent)’층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즉, A당을 심판하고 싶다고 당연히 B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B당이 대안이 되면 지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하는 특성을 가진 유권자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 위에서 유권자 성향은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방적 정권 심판론(정권 심판 찬성, 야당 심판 반대) ▷일방적 야당 심판론(정권 심판 반대, 야당 심판 찬성) ▷동시 심판론(정권심판 찬성, 야당 심판 찬성) ▷냉소·무관심층(정권 심판 비동의, 야당 심판 비동의)이 있다. 이 가운데 ▷동시 심판론 ▷냉소·무관심층이 제3지대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 된다. 특히 동시 심판론자들은 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정치적 입장도 분명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19대 총선(2012년) 조사에서는 새누리당-민주당 ‘동시 심판론’자가 38%로 다수파였다. 이들이 ‘일방적 보수정권 심판론(27%)’과 ‘일방적 야당(민주당) 심판론(23%)’을 능가하면서 ‘안철수 돌풍’을 만들어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선거 초기까지는 낮은 정권 심판론과 야당의 분열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낙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막판 친박-진박 공천 갈등과 이른바 ‘옥새파동’을 거치며 ‘일방적 보수 정권 심판론’이 33%로 다수로 부상했다. ‘동시 심판론’은 25%에 달했고, ‘일방적 민주당 심판론’은 15%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고,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이다.

무당층 줄어 새 지지층 추가 동원 쉽지 않아


▎2월 4일 ‘새로운미래’당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이낙연(오른쪽 넷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민 의원 등이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80석 승리를 가져온 21대 총선에서는 ‘일방적 보수야당 심판론’이 46%의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일방적 정권 심판론’(20%)이나 ‘동시 심판론(19%)’이 변수가 되긴 힘든 선거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4년 신년조사를 보면 ‘일방적 국민의힘 정권 심판론(30%)’이 약간 높고, ‘일방적 야당(민주당) 심판론’과 ‘동시 심판론’이 각각 24%로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4월 총선에서 개혁신당이 2016년 국민의당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제3지대 정당이 성공하려면 무당파나 미결정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동원투표(mobilization)’와 기존 정당 지지층에서 지지를 철회하고 신당으로 지지를 옮기는 ‘전향투표(conversion)’를 동시에 만들어내야 한다. 양당 정치에 소외된 유권자층에게 ‘새로운 정치’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야 ‘동원’이 가능하고, 양당에 대한 공세를 통해 지지자들의 반감을 조직할 때 ‘전향’을 끌어낼 수 있다.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현 상황은 어떨까?

우선 무당층이 줄어들어 신당 입장에서 새 지지층의 추가 동원이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표적인 전화면접 정기조사인 갤럽과 NBS 조사에 따르면 2023년 7~9월 사이 고점을 찍었던 무당파 비율이 이후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상승세에 있다.

무당파층 감소로 추가 동원이 어렵다면 남는 변수는 전향투표의 가능성이다. 결국 신당의 성공은 기존 양당 지지 기반에서의 이탈, 즉 전향을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수도권 혹은 충청권은 양당의 지지기반이 공고해 제3당이 아무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더라도 지역구 의석 확보는 쉽지 않다.

호남과 영남(특히 대구·경북)은 양당의 핵심 기반이다. 역설적으로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1당 독점 지역이기 때문에 신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낼 수만 있다면 일거에 1위 경쟁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전체 지역 중 광주·전라와 대구·경북에서만 무당파가 2위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양당 경쟁이 치열해 신당이 무당파 동원에 성공하더라도 1위 당선이 쉽지 않다. 호남과 대구·경북에서는 무당파 동원과 1당 표의 전향을 이뤄낸다면 지역구 의석 획득 가능성이 생긴다.

반전의 진원지는 영남과 호남에 있다?


MBC·코리아리서치의 선거 패널 조사 결과를 통해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지지자들의 동원투표와 전향투표 가능성을 확인해보자.

패널조사는 동일 응답자를 대상으로 반복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실제 태도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1차 패널조사는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창당 선언 전인 2023년 12월 중순에 실시됐고, 2차 조사는 양당의 창당 선언 전후인 1월 10~12일 실시됐다.

1차 조사에서 무당파라고 답한 182명 중 2차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각각 20%, 13%에 그쳤다. 이 시기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동원된 비율은 17%, 국민의힘 지지로 동원된 비율은 15%로 신당으로 동원된 비율과 맞먹는다.

전향투표 규모를 보자. 1차 조사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575명) 중 2차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으로 이탈한 ‘전향투표’ 규모는 각각 6%, 4%에 불과하다. 1차 조사 당시의 국민의힘 지지자 444명 중 2차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 지지로 전향한 비율은 9%, 이낙연 신당 지지로 전향한 비율은 3% 규모다. 정의당 및 기타 소수정당에서 신당으로 전향한 비율(이준석 신당 14~16%, 이낙연 신당 5~10%)은 양당에서 전향한 비율보다 높지만, 이들 정당 지지자 규모가 워낙 작아 큰 영향을 못 미친다. 결국 양당 지지자들의 전향이 관건인 셈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준석 신당이 전향과 동원 모두에서 이낙연 신당을 앞선다는 점이다. 신당 통합과정에 이낙연 대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 것은 이낙연 신당 단독으로 동원도, 전향도 어려웠던 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신당의 성과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2016년 총선 당시 한국일보 조사를 보면 1차 조사 시점인 2월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6%, 국민의당 지지율은 7%에 불과했다. 하지만 3~4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0%, 국민의당 지지율은 20%까지 치솟았다.

정권 심판론과 정권지원론 엎치락뒤치락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의 양당 내부 균열 여부에 신당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연동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친문 갈등이 커지고, 문재인 정부 지지층 이탈을 유발했던 ‘정권 교체 책임론’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정권 심판론은 둔화 조짐을 보인다. 이는 민주당 심판론 내지 양당 동시 심판론을 자극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월 둘째 주 NBS 조사에서는 총선구도에서 우위를 보이던 정권 심판론을 정권 지원론이 앞질렀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공히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동원투표도, 전향투표도 어려운 상태지만, 양당 공천 과정에서 신당에 기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제3지대의 성공은 몸집 불리기 이상으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키워내는 데 달려 있다. 또 강력한 리더십 구축과 자강(自强) 의지 확립도 선결 과제다. 제3지대는 양당이 생산적 대안 제시는 뒷전이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반사이익만 꾀한다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제3지대는 포지티브한 의제 발굴, 혁신적인 대안 제시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제3의 정치세력들이 선거에 임박해 아무런 해명도 없이 양 진영으로 은근슬쩍 복귀해 극한 대결에 앞장선 전례도 신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리 정치는 무한 대립과 소모적 정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그 책임을 거대 양당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지를 버리고 진영 논리에 가세한 과거의 제3세력, 제3정당에게도 묻고 있다. 이번 4월 총선에서 신당의 성패는 양당 정치의 폐해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에게 다당제 정치의 실현 가능성과 비전을 얼마나 확고히 어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리서치디자이너·정치학 박사)

202403호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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