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문화탐방]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 

뷰파인더에 잡힌 셀럽들의 내밀한 모습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뮤지션에서 포토그래퍼로… 아시아 첫 사진전, 용산 전쟁기념관서 열려
빅토리아 베컴, 믹 재거, 엘리자베스2세 여왕 등 별들의 초상 한 자리에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내부를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다. / 사진:박세나 기자
영화 [로빈후드]의 주제가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를 비롯해 팝 음악 ‘Heaven’, ‘Summer Of ’69’ 등으로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싱어송라이터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가 한국을 찾았다. 작년 3월 내한공연에 이어 약 1년 만이다. 이번엔 공연장이 아닌, 사진 전시장이다.

우리에겐 팝스타, 뮤지션으로 익숙하지만 브라이언 아담스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회운동가이면서 포토그래퍼이기도 하다. 음악활동 초창기인 1980년대부터 이미 수많은 자선 콘서트를 직접 개최하거나 참여하며 전쟁고아 등을 위한 자선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또 미국의 동물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를 후원하며 동물권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1994년 내한공연 때는 국제돌고래협회 지지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계약금 1달러의 무명가수에서 팝의 전설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이자 미국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였던 빅토리아 베컴의 모습. / 사진:©Bryan Adams, Victoria Beckham, On Your Bike. Plate 2, London 2010
캐나다 태생인 브라이언 아담스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자랐다. 이후 가족이 밴쿠버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레드 제플린이나 롤링 스톤즈 같은 로큰롤에 빠져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를 중퇴한다. 이후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아마추어 밴드의 연주자이자 보컬로 음악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나이 15세였다.


▎21세기 최고의 R&B 여성 보컬로 평가 받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초상사진. 20대에 요절한 탓에 단 2장의 앨범만 남아 있다. / 사진:©Bryan Adams, Amy Winehouse, Portrait, London 2010
1978년, 무명이던 그를 A&M레이블이 발탁해 2년간 소속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만 참여시키다가 1980년에서야 첫 앨범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를 제작해준다. 당시 그의 계약금은 단돈 1달러. 가수활동과 앨범 홍보활동을 지원해주는 조건이었다지만, 지금으로 치면 명백한 ‘불공정 거래’다. 훗날 브라이언 아담스는 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에게 투자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관심은 가수로서의 내가 아닌 내가 만든 곡들이었다. 하지만 나도 녹음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고, 그렇게 기회를 얻게 됐다”라고 밝혔다.


▎가수 라나 델 레이가 브라이언 아담스를 위해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사진:©Bryan Adams, Lana Del Rey, In the Mirror, London 2012
현재 브라이언 아담스는 전 세계 1억 장 이상 앨범 누적 판매량 기록의 소유자다. 캐나다의 음악 명예의전당에도 이름을 올리며 캐나다 국민가수를 넘어 팝의 전설이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엔 기타와 마이크가 아닌, 카메라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빅토리아 베컴, 믹 재거, 에이미 와인하우스, 벤 킹슬리, 케이트 모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라나 델 레이 등 세계적인 셀럽들과 함께 작업한 다양한 스타일의 사진 작품들 110여 점과 함께다.

셀럽과 전쟁영웅 사진 작품을 한자리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로 불리는 믹 재거의 모습이 담긴 사진. / 사진:©Bryan Adams, Sir Mick Jagger, Green Shirt, New York 2008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초상사진 30여 점이 더해졌다. 20여 년 전부터 수많은 자선 캠페인과 행사를 사진으로 찍어 기부해 왔던 그가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전쟁의 비극을 알리고 군인들의 숭고함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것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은 브라이언 아담스가 포토그래퍼로서 아시아에서 갖는 첫 번째 개인전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총 140여 점의 사진들은 두 개의 타이틀 ‘익스포즈드 앤드 운디드(EXPOSED & WOUNDED)’로 나뉘어 각 섹션별로 전시된다.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의 초상사진들이 걸려 있다. / 사진:전쟁기념관
글로벌 셀럽들의 인생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익스포즈드(EXPOSED)’ 섹션은 믹 재거와 벤 킹슬리 같은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부터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라나 델 레이, 톱 모델 케이트 모스와 야스민 르 봉 등과 함께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셀럽들은 평소와 다른 자유분방하고 때로는 일탈적인 모습까지 거침없이 공개하고 있다. 기자가 전시장을 찾았을 땐 마침 전시장 입구에서 브라이언 아담스의 히트곡인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오디오 도슨트에 접속했더니 각 사진들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담긴 군인들의 초상


▎얼굴 전체에 부상을 입은 사이먼 브라운 상병의 모습. 시력을 읽은 왼쪽 눈에 영국 국기가 그려진 콘택트렌즈를 꼈다. / 사진:©Bryan Adams, Corporal Simon Brown London, 2011 Archival Pigment Print
두 번째 섹션인 ‘운디드: 더 레거시 오브 워(WOUNDED: The Legacy of War)’는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정치적 갈등의 대가로 팔과 다리, 눈 등 신체 일부를 잃은 영국의 젊은 군인들이 주인공이다. 전쟁 후 군인의 몸에서 잃은 것과 남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분열된 영국의 상황을 표현했다. 카메라 앞에 선 전쟁영웅들의 모습에는 전쟁의 부조리함과 참혹한 영향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이 사진을 찍을 때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부상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담아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18살에 참전한 이라크전에서 큰 화상을 입은 칼 히넷 일병은 15회 이상의 대수술을 받았다. / 사진:©Bryan Adams, Private Karl Hinett London, 2011 Archival Pigment Print
전시장에서 만난 김혜연(43) 씨는 “애들이 탱크와 6·25전시관을 구경하는 동안 나만 사진전을 보고 왔다.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팝가수가 찍은 유명인들의 사진이어서 더 즐겁게, 흥미롭게 봤다”면서도 운디드 섹션의 사진을 보는 순간에는 “전쟁 부상자 사진들을 보는데, 울컥했다. 부상병 중에 십대 때 전쟁터에 나가 팔·다리를 잃었다는 오디오 설명을 듣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이입됐던 것 같다”라면서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의 백승주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개막식에서 “이런 특별한 전시가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되는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라면서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며, 전쟁의 교훈을 깨닫고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승주(오른쪽) 전쟁기념사업회장이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전쟁기념관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4월 13일까지 열린다.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202403호 (2024.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