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문제로 온나라가 들쑤신 듯하다. 급기야 정치권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것이 부패의 근원이라고 해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까지 들고 나왔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검찰은 정치자금의 온상(溫床)인 비자금 문제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냥했다. 이를 위해 재벌 오너와 재무담당자 등 수십 명이 출국금지됐다. 밑바닥까지 끌로 파서 더 이상 정경유착과 부패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파헤치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말이 미덥지 못한 것은 왜일까? 돌이켜보면 ‘정치자금 대형 파동’은 7~8년에 한 번꼴로 있었다. 1988년 11월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5공 청문회 때 증인으로 나와 폭탄선언을 했었다. “전두환의 성격이 오죽 무지막지하지 않은가”, “편안히 살기 위해 돈을 냈다”, “장래성 있는 국회의원에게 돈을 줘왔다”고 발언한 것이다. 온나라가 들썩들썩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7년 후인 1995년 11월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혐의로 30대 그룹 총수들을 소환조사했다. 현대 정주영 ·삼성 이건희 ·LG 구자경 ·대우 김우중 ·SK 최종현 회장 등 쟁쟁한 오너들이 불려갔고 이 가운데 8명은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런 파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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