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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TV에 전 재산 걸었다” 

인터넷 억만장자 마크 큐번 

Leigh Gallagher 기자
고화질TV 방송 덕에 ‘바보상자’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직은 가격에 비해 프로그램이 빈약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억만장자 마크 큐번은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이미 HDTV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HDTV 천하’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Leigh Gallagher 기자고화질TV 방송 덕에 ‘바보상자’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직은 가격에 비해 프로그램이 빈약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억만장자 마크 큐번은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이미 HDTV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HDTV 천하’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가 배출한 억만장자 마크 큐번(Mark Cuban ·45)은 화끈한 인물이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그는 농구광이다. 일일이 표를 사서 농구장에 가는 대신 NBA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를 인수해버렸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대신 자가용 제트기 한 대를 온라인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TV를 보는 것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 2000년 큐번은 자신이 설립한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업체 브로드캐스트닷컴(Broadcast.com)을 57억 달러에 야후(Yahoo)로 넘기면서 17억 달러 상당의 야후 주식을 순이익으로 챙겨 일거에 억만장자가 됐다.







마크 큐번은 최초의 HD전용 채널인 HD넷을 설립했다.


이듬해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입하러 나선 그는 세일즈맨에게 “최신형 ·최고급으로 달라”고만 말했다. 100인치 프로젝션 스크린과 디지털 위성방송 다이렉TV(DirecTV) 전용 고화질(HD) 수신기를 장만했다. HD 채널에서는 카약 장면과 과거 NBA 올스타전만 재방송을 거듭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지만 화질만큼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큐번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인터넷 포럼에 접속해 네티즌들이 올려놓은 수십 건의 글을 읽었다. 한결같이 HD 화면에는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뭔가 아쉬운 듯한 내용으로 HD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드물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었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냥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큐번은 채널을 아예 새로 만들었다. 1억 달러 이상이나 투자해 최초의 HD전용 채널인 HD넷(HDNet)을 설립한 것이다. 큐번 일생 최대의 베팅이었다. 설립한 지 3년 밖에 안 된 HD넷은 자체 제작한 1,200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사서 내보내는 콘텐츠도 거의 같은 분량을 확보한 HD넷은 24시간 방영체제로 세계 전역에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주당 15시간 방영한다. HD넷에 이어 설립한 영화 전용 채널 HD넷 무비스(HDNet Movies)는 <쇼생크 탈출>, <미궁 속의 알리바이>(Her Alibi) 같은 영화들을 방영한다. 큐번은 할리우드 영화사 6곳과 계약해 35㎜ 영화를 HD용으로 바꿔 내보낸다.





HDTV는 일반 TV보다 화질이 최고 10배나 선명하다. 대개 와이드 스크린 포맷으로 디지털 서라운드 음향까지 제공한다. 지난 수년 동안 실속 없는 광고만 요란하던 HDTV가 마침내 뜨기 시작했다.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서 이미 1,000달러 밑으로 하락한 제품도 있다. 지난해 HDTV는 400만 대가 팔려나갔다. 전년의 250만 대보다 훨씬 증가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양키 그룹(Yankee Group)은 HDTV를 갖춘 가구 수가 올해 1,0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큐번은 바야흐로 HDTV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지상파 방송사들은 98년부터 HD 프로그램을 송출해왔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시청 가구 수는 매우 적었다. TV 시청 가구 가운데 13%만이 지상파 HD 방송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HD넷은 선발업체의 장점을 살려 미국 TV 시청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6,600만 가구에 파고들 수 있었다. 다이렉TV와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위성 방송망은 물론 대형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서도 HD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큐번은 케이블 서비스업체로부터 가입자당 일정액의 시청료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 광고와 콘텐츠 라이선스도 판매할 계획이다.







1,000만 가구 시장 선점을 노린다





큐번은 HDTV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경쟁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ESPN ·디스커버리(Discovery) ·쇼타임(Showtime) ·HBO ·브라보(Bravo) 등의 방송사들은 모두 자체 HD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케이블비전이 설립한 위성방송 서비스업체 붐(Voom)은 30개 HD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컴캐스트와 콕스 ·타임 워너(Time Warner)의 공동 소유인 인디맨드(InDemand)는 붐에 한 달 앞서 케이블 채널 INHD를 출범시켰다. 인디맨드는 시청료를 프로그램 건수당 징수한다. 위성방송업계의 한 임원은 INHD는 “큐번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큐번은 경쟁을 피하지 않는다. 콘텐츠 경쟁에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그 정도면 충분하니 이제 더이상의 채널은 필요없다’고 말할 소비자가 과연 있을까. HBO가 처음부터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The Sopranos)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코미디언 로버트 클라인의 라이브 쇼 <예일의 로버트 클라인>(Robert Klein at Yale)으로부터 출발했다.”





HD넷의 프로그램들도 엄밀히 말하자면 당장 에미상 후보에 오를 만한 수준은 아니다. 격투기 <월드 익스트림 케이지파이팅>(World Extreme Cagefighting), 여성들이 눈요깃감으로 등장하는 <비키니 데스티네이션스>(Bikini Destinations: Palm Springs), 야생의 생활이 담겨진 <오스트리치>(Ostrich:Ultimate Survivors) 등의 프로그램들은 아직은 작품성보다는 화면을 중요시하는 수준이다.





HDTV 시대가 언제 도래하든 현재 큐번에게는 든든한 자산이 있다. HD 채널 한 개는 저화질 디지털 채널 5, 6개의 대역폭을 차지한다. 따라서 수백 개 케이블 ·채널마다 자체 HD 네트워크를 갖출 수는 없다. 대역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큐번은 “앞으로 황금기를 맞을 채널이 있는 반면 망하는 채널도 속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위성 ·케이블 공간만 점유하는 시시한 프로그램들을 HD 경찰 드라마나 농구경기로 대체하는 것이 관건이다.





HDTV의 값이 점차 싸지고 널리 보급되면서 전세는 HD 프로그램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HD넷은 아직까지 케이블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컴캐스트 ·콕스 ·케이블비전 같은 대형 케이블 업체에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TV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을 제외하면 큐번이나 케이블업체들 가운데 과연 누가 HDTV로 돈을 벌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댈러스의 저택에 HDTV를 4대나 들여놓은 큐번이 HD넷 투자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미래는 HDTV 천하가 될 것이라는 큐번의 전망에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타임워너의 프로그램 편성 담당 프레드 드레슬러(Fred Dressler) 부사장은 “현재 HDTV가 소비수요에 주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시청자가 HD를 원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임워너는 지난해 12월 HD넷과 HD넷 무비스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합의했다.





큐번 입장에서는 HD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 무지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95년 초 큐번이 브로드캐스트닷컴을 출범시켰을 당시 인터넷의 위력을 우습게 생각했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큐번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개탄한다.





결혼해서 딸까지 낳은 큐번은 과거의 괴짜 이미지와 달리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하다. 그는 “필요하면 얼마든지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술주가 붕괴하기 훨씬 전에 야후 지분 대부분을 팔아 현찰을 챙겼던 그의 자산은 현재 1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큐번은 “FM 라디오가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시덥지 않게 생각했지만, 결국 대박이 되지 않았느냐”며 되묻는다. “HDTV는 무엇이 다른가.”





















HDTV 가격, 어디까지 떨어질까



DTV는 1999년 1만9,000달러짜리 평면 패널로 처음 선보인 이래 가격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베스트바이(Best Buy)는 최근 필립스(Philips)의 32인치 브라운관식 ‘HD 레디(HD-Ready)’ TV를 800달러에 내놓았다. HD 레디는 업그레이드 킷만 장착하면 HD 프로그램 시청이 언제든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나 HD를 마음껏 즐기려면 대형 스크린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초박형 플라즈마(PDP) ·LCD 모델은 1,000달러 이상 줘야 한다.



그래서 더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장조사업체 인비저니어링 그룹(Envisioneering Group)의 조사 담당 리처드 도허티(Richard Doherty)는 HDTV 가격이 한동안 월평균 2%씩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체들은 LCD 공장 신축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LCD 스크린 공급이 늘면 PDP 제품의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가장 비싼 부품인 LCD 스크린의 가격이 PC 칩과 달리 급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 칩에 있는 수천 개의 작은 반사체로부터 빛을 받아 투사하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 TV 신제품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할 전망이다. 스크린 제작 비용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경우 경제적 여력만 있다면 오는 7월 1일 이전에 사는 것이 좋다. 올여름부터 HDTV에 ‘연방세’가 붙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금이 아니라 의무조항이다. 36인치 이상 TV 가운데 50%는 지상파 HD 신호 수신이 가능한 디지털 튜너를 탑재해야 한다. 튜너의 별매 가격 350달러가 세금인 셈이다. 2007년 7월이면 13인치 이상의 모든 TV에 의무적으로 튜너를 탑재해야 한다. 현재 케이블용이나 위성용 셋톱박스로 HD 프로그램을 수신 중인 소비자의 경우 튜너 탑재는 중복투자인 셈이다. 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할 것 같다.


-Peter Kafka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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