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일생을 보면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강하고, 강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특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무 기반도 없이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일어나 그만한 패업(覇業)을 이루려면 그런 신축자재함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상황에 따른 빠른 변환(變幻)은 위대한 경영자의 자질이다. 강한 참나무는 센 바람에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러운 갈대는 흔들릴 뿐이라는 말이 있다.
유비는 적당히 고개를 숙일 줄도,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았다. 그러나 천하거나 비굴하지 않았다. 지향하는 바와 원칙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큰 뜻과 정열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론 매우 부드럽고 온화했다. 그것이 유비의 매력이고 강점이었다. 자기 몸을 낮추는 겸손과 높은 내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유비는 솜에 싼 강철이란 비유를 들었다.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개혁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도 마오쩌둥(毛澤東)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 삼국지는 너무 유(柔)한 것과 강한 것을 모두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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