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잉카스 G. C는 리마의 부자와 권력층의 사교장이다. 부자동네 사교클럽답게 페어웨이는 넓고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물론 잔디에 농약을 치지 않아 무공해 친환경도 자랑한다. 유리알처럼 맑은 호수 위에서 산들바람이 귓불을 간질이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푸르다 못해 검푸르다. 뱃전에 앉았는데 속이 메스껍고, 머리는 갈라지듯이 아프고, 어지럼 증세까지 겹친다. 나는 이 잔잔한 호수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배멀미를 하는 걸까? 아니다. 나는 지금 고산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산소가 희박하고 기압이 떨어져 호흡이 가빠지며 구토 증세가 난다는 고산병을 이 잔잔한 호수 위로 통통배를 타고 가면서 앓다니….
하오나 티티카카 호수의 수면은 해발 3,812m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로, 백두산 천지보다 무려 1,600m 더 높다. 남미의 척추 안데스 산맥의 연봉들은 만년설을 이고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그 사이사이로 천 년, 만 년 쌓인 눈이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빙하로 변해 박혀 있다. 이 빙하는 엄청난 중량 탓에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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