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여 명의 갤러리가 숨죽인 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파3의 16번 홀(155m). 티잉 그라운드 왼편의 스탠드에는 고개를 빼든 채 아예 일어선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검은 피부의 사내가 퍼트를 하는 순간 갤러리 사이에선 가벼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오, 노~.” 초록색 그린 위로 올라간 공은 홀컵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은 갑자기 방향을 90도로 꺾었다. 마치 마술에 걸린 듯했다. 그리고는 정확히 홀 앞에 멈춰섰다. 탄식이 탄성으로 바뀌는 순간, 멈춰섰던 공이 그대로 홀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와”하는 환호성이 오거스타의 하늘을 뒤덮었다.
전세계 골프팬들을 열광케 한 타이거 우즈의 버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69회를 맞는 마스터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평가를 받는 샷이었다. 신기에 가까운 이 퍼트가 아니었다면 타이거 우즈는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입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거스타의 신이 입김을 불어넣기라도 한 듯 홀 앞에 1.5초가량 멈춰섰던 공이 그대로 굴러 떨어지면서 또다시 우즈를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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