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 번 이기기도 힘든 국내 모든 바둑대회를 석권한 전관왕(全冠王) 세 번, 최우수 기사 8번, 세계대회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 조훈현 9단. 그의 이름 앞에는 ‘최연소’ ·'최초' · ‘최우수’라는 수식어가, 이름 뒤에는 ‘왕위’ ·'국수' ·‘기왕’ ·'명인' ·‘패왕’ 등의 호칭이 붙는다. 가히 ‘바둑 황제’로 불릴 만한데, 그는 아직도 스스로 “19로(路)(바둑판)의 모퉁이에 서 있다”며 쉰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들과 대국을 치르며 변신을 멈추지 않는다. 장미꽃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5월 하순이면 북한산 밑자락 서울 평창동 조훈현 9단의 집은 활기가 넘친다. 전부 합치면 수백 단에 이르는 유명 신예 바둑기사 80여 명이 이 집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1997년부터 조 9단의 집들이식 초청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요즘 뜨는 신예 기사들과 화제 대국을 복기(復棋)하는 형식의 바둑 연구 모임이다. 신예 기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온통 가로 세로 두 뼘짜리 바둑판에 집중되고, 조 9단이 여러 가지 변화도를 그리며 몇 수 가르침을 준다.
“5월이면 젊은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바둑을 연구하고 저녁도 함께합니다. 매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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