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저녁,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와인 바에 누가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두어 번 왔던 30대 남자와 평범해 보이는 여자였다. 남자는 예전에 저녁 무렵 이곳에 찾아와 어머니와 와인 한 병을 마셨던 생각이 나서 여자친구를 데려 왔다고 말했다. 이전에 왔을 때 꽤 값비싼 와인을 선택한, 나름대로 주관이 분명했던 손님으로 기억돼 신경이 쓰였다.
한번 마셔 볼 테면 마셔 보라는 투로 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추천했다. 이 와인을 시킬 경우 제 향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제공하겠다고 설득했다. 제법 비싼 가격을 확인하고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여자가 내는 조건으로 결정됐다. 자크 프리에르(Jacques Prieur)의 상베르탱(Chambertin) 2002년산으로 로버트 파커가 95점대를 줬던 명품이며,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이 20병 미만인 것으로 알려진 희귀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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