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되살아나고 있다. 인터넷에 LP 전문점이 생겼기에 들여다 봤는데 명판들이 즐비했다. 마침 오픈 기념으로 반값 세일을 해 되는 대로 사모았다. 택배로 온 음반들을 살피다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떨리는 마음으로 턴테이블에 올렸다. 처음엔 몇 번 찌지직거리더니 시간이 좀 지나면서 그 장중한 울림이 온몸을 감싸 나아갔다.
이 LP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명반들 가운데에서도 최고 자리에 있는 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리히터의 연주다. 거침없이 강렬한 피아노 타건과 바르샤바 국립관현악단의 로맨틱하고 장엄한 관현악 연주는 잠시 오늘을 잊어버리게 했다. 하우스 와인 한 잔 값에 보물을 얻은 것 같은 횡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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