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진기한 광경이었다. 우선 규모 면에서 인류가 이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한 이래 이렇게 거대한 행진을 한 적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소련전 초기에 200만~300만 명의 소련 적군(赤軍) 포로가 행진한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진기함을 증폭시키는 것은 거대한 규모 그 자체보다 행진의 내용이다. 인류 문명의 상징인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서 그 넓은 도로의 대부분을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에 내어주고, 이들은 도로 양편의 보도를 가득 메운 채 지휘관도 없이 행진했다. 그 진기함의 극치는 무서울 정도로 질서정연했다는 점이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