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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erati Quattroporte GT S 시승기 

순식간에 시속 160㎞ 귀족의 폭풍 질주 


5월 4일 오후 강남구 신사동 마세라티 전시장. 콰트로포르테 GT S가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가 2억3000만원이지만 옵션에 따라 수억원이 더 붙을 수도 있는 초고가 차량이다.

김영식 FMK 전무는 “모든 차량은 개별적으로 주문을 받은 다음 생산에 들어간다”며 “차량 기본 색상부터 바느질용 실의 색깔, 바느질 마감까지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고객의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콰트로포르테를 주문하고 인도 받기까지 보통 4개월 정도 걸린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운전을 즐기는 CEO의 최종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는 모델이다. 1963년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는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며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판매를 시작했다. 마케팅 연륜이 짧은 탓인지 우리나라 거리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워낙 희귀한 자동차라 시승을 앞두고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차 앞에 서자 자동차에 대한 주의사항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마음은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최고급 가죽을 꼼꼼하게 바느질한 시트가 상쾌하게 몸을 감싸주었다. 스포츠카의 좌석은 대개 딱딱하다. 고속주행 시 몸을 견고하게 받쳐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콰트로포르테는 부드러운 쿠션 위에서 몸을 잡아준다.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GT의 특성을 살린 좌석이었다.

운전대 너머 계기판은 바탕에 푸른색이 적용돼 시원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는 직선 위주로 단순하고 실용적인 면을 살렸다. 위에서부터 시계, 오디오, 공조 장치가 배열돼 있다.

요즘 수퍼카답지 않게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버튼이 아니라 아날로그식으로 열쇠를 직접 넣어서 돌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수고마저도 클래식한 품격을 위한 것으로 느껴졌다.

시동을 거는 순간, 모든 것을 압도할 듯 강력한 엔진음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차 안을 가득 채웠던 소리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묵직한 베이스음으로 바뀌었다. 서울 강남 도산 사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물결을 헤치며 마세라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심 주행 중에는 콰트로포르테의 장점을 꼬집어 이야기하기 어렵다. 묵직한 승차감과 부드럽게 달리는 것은 고급 세단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콰트로포르테에 장착된 자연습기 방식의 90도 8기통 엔진은 거침없이 7200rpm까지 상승한다. 신속하게 반응하는 자동변속기, 비틀림 강성과 유연함이 균형을 이룬 섀시는 고속주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F1 기술을 적용한 전륜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급제동과 급출발, 급가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49대 51의 앞뒤 무게 배분은 코너링과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도왔다.

콰트로포르테의 제로백은 5.1초다. 2t 넘는 세단의 육중한 느낌은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사라졌다. 440마력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힘은 운전자의 온몸을 관통해 차에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GT S 모델은 고출력 모델이다. 제원에 명시된 콰트로포르테의 최고속도는 시속 285㎞다. 하지만 계기판 속도계는 320㎞/h까지 표기되어 있다. 실제로 기어 4단 상태에서도 시속 230㎞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직선거리라면 기어 5단 상태에서 270㎞/h에 가볍게 도달한다.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285㎞라고 적어 놓은 다음 ‘한 번 더 변속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달려보라’며 싱긋 웃는 이탈리아 기술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고속도로에서 콰트로포르테의 적수를 찾기는 어려웠다. 간혹 독일 고급 세단이 경쟁하듯 따라붙었다. 하지만 시속 160㎞로 함께 달리다 가속을 하면 순식간에 뒤로 사라지곤 했다.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동차는 깔끔하고 빠르게 가속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언제 포효했느냐는 듯 금세 여유로워졌다. 이 역시 이탈리아 자동차의 특징이다. 속도가 천천히 줄어드는 독일 차와 달리 이탈리아는 차량의 속도 변화가 빠르다. 그만큼 섬세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콰트로포르테를 운전할 때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엔진 소리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엔진 개발 당시 교향악단 지휘자를 불러 음질을 평가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퍼카 가운데 마세라티 엔진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콰트로포르테는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 두 가지가 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배기가스 배출 통로가 넓어지며 소리가 더 커진다. 배기 라인에 별도의 밸브를 달아 소리를 관리하는 까닭이다. 이때도 소리의 울림과 조화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마세라티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브랜드다. 콰트로포르테는 귀족적인 스타일, 그리고 성능에서 여느 브랜드와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멋을 지니고 있다.

201106호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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