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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 재물 쌓는 명당 한남동·성북동 선호 

풍수로 본 부자 지도 

글 염지현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조사 최태림 인턴기자
포브스코리아는 연초부터 대한민국 ‘부(富)의 지도’를 연재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100대 부자의 부 이동과 네트워크를 조사했다(1·2월호 참조). 이번 호에는 이들이 어디에 많이 사는지 알아봤다. 서울 강북에 51명, 강남에 32명이 살고있다. 나머지는 지방이나 해외에 산다. 동별로는 한남동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북동은 13명으로 2위, 이태원동은 6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청담동과 도곡동에 각각 5명이 산다. 전통적으로 부자들은 땅을 살 때나 집터를 고를 때 풍수지리를 따진다. 부동산 전문가가 분석한 자료를 검토한 후 풍수 전문가를 부르곤 한다. 기후·풍향·물길 등을 파악해 좋은 터를 잡기위해서다. 풍수전문가인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와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한남동과 성북동을 살펴봤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바라본 전경. 뒤로는 남산이 있고 앞에 한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3월 15일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 근처에서 고제희 대표를 만났다. 한남동은 크게 유엔빌리지를 중심으로 한남 1동과 하얏트호텔 부근의 한남2동, 길 건너 이태원동 주변으로 구분한다. 이곳에 한국의 100대 부자가 가장 많이 산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등 17명의 부자가 한남동 이웃이다. 사실 이태원동 경계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도 한남동에 가깝다.

고 대표와 함께 차량을 이용해 이태원동으로 향했다. 3분 정도 내려갔을 때 3m 담장 너머로 기와지붕이 보인다.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이다. 이건희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를 맞거나 사장단 회의 장소로 쓴다. 승지원 길을 따라 내려가면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쌓인 고급 주택들이 나온다. 차 안에서 보이는 것은 성벽같은 담장과 지붕 정도다.

고 대표는 “도로에서 보면 담이 높지만 집 안으로 가보면 낮다”고 한다. “산 경사면을 따라 집을 지었기 때문이에요. 경사면을 채워서 평지를 만들다보니 높다란 담을 쌓게 된 겁니다. 집안 전망이 멋지죠.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에요. 전통적으로 부자들은 배산임수를 따져 집을 지어요. 우선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이죠. 낮엔 강바람이 산으로, 밤엔 산바람이 강으로 불어요. 남향이라 햇살이 잘 들고요. 이곳처럼 경사가 있으면 물이 쉽게 흐르고 빠집니다.”

한남동에는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영사관이 있어 경비가 삼엄하다. 부자들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 3m가 훌쩍 넘는 담장에는 CCTV가 여러 대 설치됐다. 집들을 둘러보기 위해 두세 바퀴를 돌자 경비원들이 나왔다. 이곳은 보안업체가 24시간 경비를 맡는다. 워낙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쉽지 않다. 상당히 폐쇄적인 동네다.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부자들이 한남동에 많이 모인 이유다.

고 대표가 집 한채를 가리키며 “최근 한 그룹 총수가 풍수를 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들이 귀국하면 살 집을 찾았어요. 얼마 전 이 집이 비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둘러봤는데 기운이 좋지 않더라고요. 이전 살던 분이 회사가 망해서 나간 거에요. 앞으로 그룹을 이끌 후계자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금성수 한남동 VS 비단옷 성북동

한남동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 국립극장 뒷편에서 N서울타워로 향하는 남산 산책로를 택했다. 타워에 가까워질수록 남산에 안긴 듯한 한남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으로 한강이 흐른다. 고 대표는 “한강의 물줄기가 한남동을 둥글게 감싸고 흐르는 금성수(金聖水)”라고 들려줬다.

“풍수학에서 물은 재물입니다. 금성수가 물 중에서 가장 귀해요. 금성수가 흐르는 곳에는 재물이 가득 쌓이고 세상의 존경을 받고 의로운 인물이 난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남동은 기가 순한 곳이라 사람이 대를 이어 살 터입니다. 즉 대대로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한남동이에요.”

그는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은 흙의 힘이 두텁지 못해 습기가 적다는 것. 부족한 기운을 채우려면 콘크리트로 마당을 포장하는 대신 흙을 깔고 키작은 꽃나무나 잔디를 심으면 좋다고 덧붙였다.

한남동에서 부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사는 성북동으로 갔다.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에서 내려오는 길과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넘어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 부근에 이르렀다. 고 대표는 “긴 골짜기 길”이라고 말했다. “골짜기는 골짜기 살(殺)이라고 해서 자연재해가 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에요. 물과 바람이 거세게 지나갑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났을 때 피해가 심했던 곳이 골짜기 바로 앞에 지은 집이었습니다.”

골짜기를 지나면 성북동 부촌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선잠단이 나온다. 누에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문화유적지다. 고 대표는 풍수학적으로 선잠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누에치기가 중요한 산업이었어요. 봄과 가을에 누에를 쳐서 비단 원료인 고치실을 얻어요.

지금 서초구 잠원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과거 뽕나무를 키워 누에치는 곳이라 해서 잠실(蠶室)로 통했지요. 잠원동도 과거에는 잠실이라고 불렀습니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잠실의 원조’ 잠원동이 된거죠. 조상들은 산천의 형세를 살펴 그 땅의 성격과 기운에 맞는 지명을 지었습니다.

선잠단이 있는 성북 2동은 ‘완사명월(浣紗明月)’형의 명당입니다. 밝은 달빛 아래 비단을 펼쳐 논 형세라는 뜻이에요. 과거 비단은 높은 관직에 있거나 부자가 입는 귀한 옷감이었어요. 이것을 달빛 아래에 깔아 놓았으니 한층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세상에 이름을 날릴 귀인이나 부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명당입니다.”

성북동에는 한국의 100대부자 중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형제를 비롯해 담철곤 오리온 회장, 이수영 OCI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 13명이 산다.

선잠단지에서 길상사 방향으로 오르자 ‘꿩의 바다’라는 독특한 간판이 나왔다. 100m쯤 더 오르자 이번에는 ‘학의 바다’ 표지판이 보인다. 1960년대 꿩 등 많은 새가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꿩의 바다 마을쪽으로 넓은 정원이 딸린 고급 주택단지가 있다.

고 대표는 “북한산을 등진 기슭에 있는 성북동은 풍수지리적으로 좌청룡 우백호를 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성곽이 늘어선 남쪽 능선이 백호가 되고, 정릉동과 경계를 이루며 동남쪽으로 뻗은 북악스카이웨이 능선이 청룡이 돼 부지를 감싸고 있어요.”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도 성북동은 마을이 들어설 지리적 조건이 뛰어나다고 소개됐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는 좁고, 그 안쪽에 넓은 공간이 펼쳐진데다 기운이 좋아 대를 이어 부를 누릴 터라는 것. 고 대표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얘기했다. “기가 너무 센 땅이에요. 암반이 땅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농토를 만들기 어려운 척박한 토지입니다. 과거부터 백성이 살 곳은 못 됐고, 경관을 즐기는 고관이나 부자에게 유용한 땅이었습니다.”

성북동은 한남동에 비해 경비원의 경계가 느슨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택단지를 둘러봤다. 골목에는 오로지 쌩쌩 달리는 차 뿐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눈에 띌 정도다. 간혹 담 넘어 정원이 보이는 주택이 있었다. 고 대표는 “정원을 꾸밀 때도 풍수지리를 따지는게 이롭다”고 귀띔했다.

“정원에 가장 큰 나무를 심을 때는 현관을 기준으로 북서쪽이 좋습니다. 큰 나무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요.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을 막고 봄에는 황화강의 먼지를 막지요. 나무 모양은 곧게 하늘로 쭉쭉 뻗어야 좋습니다. 나무 줄기가 구불구불하면 기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재물을 키우는 데 연못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한남동과 성북동의 부촌은 스카이라인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 대표는 부자들이 단독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부자들은 땅이 갖고 있는 지기(地氣)에 가까울수록 건강하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단층에 사는 게 좋습니다. 우선 한국 사람들은 5000년 동안 단층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 체질엔 단층 문화가 맞아요.

지자기(地磁氣)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땅에도 자기가 있어요. 낮은 곳 자기와 높은 곳 자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무가 20~30m 이상 자라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30m이상은 수압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50층 아파트에선 물을 끝까지 끌어올릴 수 없어서 중간에 기계실을 두는 겁니다.”

201304호 (20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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