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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 투자에 색안경 끼지 마라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황더 중국은행 한국지사 대표는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근무하며 외환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었다. 그는 건전한 중국 자본에 대해 문을 더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서린동 중국은행 서울지점 객장에서 선 황더 중국은행 한국지사 대표.



중국 충칭이 고향인 황더(黃德·44) 중국은행 한국지사 대표는 ‘한국통’으로 불린다. 그는 1987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북한 평양건설건재대 건축학과에서 5년 반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 중국은행에 입사했다. 1997년 3월 한국 근무를 시작해 경기 안산·대구·서울 구로에서 잇따라 초대 지점장을 맡았다. 2009년 잠시 귀국해 기업금융총괄부서에서 일하다 2010년 다시 한국지사 대표로 돌아왔다. 지난해엔 주한 중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중국은행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8월 24일 당일 서울에 지사를 개설했다.

그는 “수교 이후 양국의 경제 교류는 주로 한국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짓고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한 제품을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한·중 수교 20년을 넘기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던 시대에서 중국도 한국에 투자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린동 영풍빌딩 2층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중국의 고사를 이용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가치는?

현재까지 한국 시장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금융산업을 제외하면 수십억 달러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이 중국에 투자한 500억 달러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증가 추세다. 주로 금융서비스·브랜드디자인·문화합작·비즈니스 물류 분야에 투자한다. 한국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디자인, 생산 환경 등이다. 중국의 기관과 투자자들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무역총액 1조 달러가 넘는 무역 강국 한국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뺄 수 없다.

국내 각 산업별 투자 전망은?

현재 붐이 일고 있는 부동산 투자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와 한국 토지시장 규모의 한계로 머지않아 꺾일 것으로 본다. 향후 비즈니스물류서비스·금융·문화·브랜드디자인·관광·호텔업의 전망이 밝다고 본다. 모두 한국 산업의 장점으로, 중국이 짧은 시간 내에 따라 잡을 수 없는 분야다.

중국이 한국의 철강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제조업보다는 물류산업의 일부로 이해해야 맞다. 하지만 한국의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얼마 전 중국 국경절에 15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대비 60% 증가했고 앞으로 더 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면세점·호텔·관광상품은 충분치 않다. 우선 관광·쇼핑 분야의 투자가 늘 것이다.

최근 중국 자본의 제주도 난개발 우려 목소리가 높다.

‘난개발’ ‘중국의 정원’ 등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물론 그와 같은 말이 나오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 개발 방향은 한국 정부, 제주시, 제주시민이 결정하고 계획하는 것이다. 거기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전국 각 시도의 취업률을 보면 제주도의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 첨단기술단지 등 기술력을 요하는 일자리가 드물긴 하지만 제주시민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 할 때 제주도의 개발 정책은 옳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범죄자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악용하기도 했다.

중국 고사성어 중에 ‘인열폐식(因咽廢食)’이라는 말이 있다. 밥을 먹다 목에 걸리자 다시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이런 어리석은 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 범죄자 문제, 서해안 불법 조업 문제는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또한 투자 자본에 대해서도 한·중 양국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해 투자자에 대한 심사를 면밀히 진행하면 무리가 없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가 한·중 양국의 우호적 발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자본 투자에 대한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다.

투자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해와 신뢰다. 나는 중국 투자자와 한국 정부, 지역사회,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중국인 투자자는 해당 지역의 법·문화·풍속·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어떤 나라에 가든 그 나라 금지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는 참여와 학습을 통해 가능하다.

돈 받고 영주권 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사회와 잘 융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길 ‘원인불복(遠人不服) 즉수문덕이래지(則修文德以來之) 기래지(旣來之) 즉안지(則安之)’라 했다. 멀리 있는 사람이 복종하지 않으면 교육을 통해 그 사람을 감화시키고, 이미 온 사람에겐 그 사람이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향후 중국은행 한국지사의 경영 전략은?

한마디로 ‘1상품, 3시장’이다. ‘1상품’이란 글로벌 위안화 상품을 뜻하며 ‘3시장’은 한국 현지시장, 한국에서 중국으로 투자하는 시장, 한국 기업이 뛰어든 글로벌시장이다. 위안화를 매개로 한·중 기업의 상대국 진출과 글로벌 진출을 함께 모색할 것이다. 또한 한·중 기업 합작에도 참여한다.

한·중 합작기업의 큰 장점은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은 자신이 투자한 한국 기업의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팔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수 밖에 없다.

‘인민폐 국제화’를 주창하는데.

인민폐는 국제 주요 통화로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해외 인민폐 유통량이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고, 글로벌 외환시장 거래에서의 지위도 2010년 세계 16위에서 올해 9위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일 평균 거래량도 2.5배로 늘어 세계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화폐 중 하나다.

그러나 국제 무역 결제시장에서 인민폐 점유율은 고작 0.87%에 불과하다. 이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인민폐 국제화의 성장성은 상당하다. 중국은 한국 최대 교역국이며, 투자국이다. 그러나 두 나라간 화폐는 직접 환전할 수 없다. 한국은 인민폐의 국제화 발전 과정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잠재적 미래금융 협력으로 이해하고 인민폐 국제화를 도와야 한다.

201311호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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