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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해운대·송도로 바다 낀 도시 번화가 찾는다 

 

중국 부자들은 ‘해변이 보이고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항구도시’를 선호한다. 이들이 한국 부동산 쇼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부산 해운대 일대에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제주와 달리 대도시 도심을 끼고 있어 해수욕은 물론이고 쇼핑·카지노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 1. 지난 9월 25일 오후 부산시 중동 해운대해수욕장의 파라다이스호텔 신관 18층 스위트룸.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사업시행사인 엘시티PFV가 비즈니스 라운지로 꾸민 곳이다. 조삼환 엘시티 마케팅팀 차장은 “높은 임대료에도 이곳에 라운지를 꾸민 것은 엘시티의 조망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나대지인 사업현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앞 옛 한국콘도와 주변부지 6만5900㎡에 조성되는 엘시티는 지상 101층의 랜드마크 타워와 지상 84층 건물 2개동 등 모두 3개동이 건설된다. 호텔·워터파크·쇼핑몰·아파트 등이 들어서며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조 팀장은 “지난 5월 20일 해운대관광리조트가 ‘부동산투자이민제’ 지역으로 지정된 후 매주 10명 정도의 중국인 투자자가 찾고 있다”며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저장성 지역상공인이 설립한 중국투자회사 임원이 다녀갔고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말했다. 엘시티는 중국 건설회사 CSCES가 시공한다. 중국 기업이 국내 초고층 건물을 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 119조원 규모의 CSCES는 지난해 매출 세계 1위에 오른 건 설업체이다.

#2. 같은 날 찾은 부산시 우동 마린시티의 고급 주거시설인 아라트리움. 퍼시픽개발이 건설해 지난 봄 입주를 시작한 이곳은 97실 규모의 호텔형 주거시설이다. 모두 전용면적 208㎡(62평) 이상이다. 이곳 역시 해운대 바다 조망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동백섬 너머로 해운대 해수욕장과 달맞이고개 일대가 훤히 펼쳐진다. 전체 가구 중 약 55% 정도가 분양된 상태. 이곳도 중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마케팅사업부 유봉호 본부장은 “지난해 중국인 투자가가 225㎡(68평) 한 채를 구입했고, 현재 두 명의 중국 투자자와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이후 중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찾고 있다. 유 본부장은 “기업형 식당이나 부동산업을 하는 수백억~수천억원대 재력가들이 주거 목적보다는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 찾고 있다”며 “잔금 선납 할인, 잔금유예 등 등 분양조건을 파격적으로 바꿔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 후 관심 고조

국내 부동산에 ‘차이나 머니’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한 투자열기가 부산 해운대로 이어지는 추세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과 중동 일대엔 ‘부산시 지정 글로벌 중개사무소’ 인증서를 붙인 부동산 중개업소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지역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부산에서는 지난 5월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된 해운대 엘시티와 동부산관광단지가 중국인 투자의 중심지다. 이곳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평소에도 외국인이 선호하는 지역. 그동안 관망하던 중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이민제 적용을 계기로 움직이고 있다.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 관광단지에는 2017년까지 4조원을 들여 366만m² 대지에 테마파크·스포츠시설·의료관광시설·호텔·콘도·한옥마을 등이 들어선다. 사업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분양은 내년이지만 벌써부터 중국인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인 취향에 맞게 건축 콘셉트를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해운대에 대한 투자 열기는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다. 중국의 주요 매체들이 부산의 부동산투자이민제와 중국인 72시간(3일) 사증면제 제도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중국 국제라디오방송(CRI), 광둥성 최대 일간지 양성만보, 국영 중국라디오방송, 중국 청년망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인민망은 ‘부산이 투자이민제도를 통해 중국 투자자를 유혹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부산 해운대와 기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독보적인 상품가치 때문이다. 우선 칭다오·다롄·상하이처럼 해안을 끼고 있으면서도 사계절이 분명하고 맑은 날씨에 우기도 짧다는 점이 손꼽힌다. 게다가 최첨단 관광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투자 메리트가 강하다. 조삼환 차장은 “제주나 평창 알펜시아도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된 지역이지만 그곳엔 도심이 없다. 중국인은 관광과 쇼핑, 카지노 모두를 즐길 수 있는 바다를 낀 도심, 바로 해운대같은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를 방문한 중국 다롄시의 주요 언론 매체 기자단 15명이 ‘송도 더샵 마스터뷰’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도 비슷한 이유에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고 있고, 국내 대규모 생산 공장 유치도 활발하다. 게다가 채드윅 국제학교가 개교했고, 조지메이슨대·유타대 등 외국대학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외국인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송도 거주 외국인은 1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입주가 결정되면서 2020년에는 1만 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송도 더샵 마스터뷰’ 모델하우스에는 두 달 동안 홍콩과 중국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관계자와 투자자 100여명이 다녀갔다. 해외에 전혀 홍보하지 않았는데 제주도·부산을 방문해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국인들이 송도국제도시가 있다는 걸 알고 찾아온 것이다. 이에 놀란 포스코건설은 부랴부랴 중국어 책자 등을 마련했고, 홍콩 일간지 대기원시보에 광고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 6월엔 중국 다롄시 포스코 아파트 계약자 100여 명을 초청해 포스코건설 송도사옥과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 모델하우스 등을 살펴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조용진 포스코건설 중국건설법인 매니저는 “중국 다롄에 아파트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한국 아파트와 부동산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여서 송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원 될라’ 우려의 목소리도

제주에 이어 부산·인천 지역에 관심이 는 것은 부동산투자이민제 영향이 크다. 특별법에 따라 관광단지·휴양업 등 관광개발사업으로 인가된 사업장에 5억~7억원 이상의 콘도나 별장을 구입하면 5년 후에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2010년 2월 제주에서 시작해 현재 부산·인천·강원·여수 등 5개 지자체의 관광개발사업지구에서 시행 중이다. 중국 당국이 대외 투자를 허용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중국자본의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제한정책도 자산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9일 중국청년보는 한국 땅에 관심을 갖는 중국 투자자는 대부분 선양 등 동북지역 대도시, 베이징·상하이·난징을 포함한 ‘장삼각’ 지역 출신이 많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캐나다·유럽보다는 휴가나 주말에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제주도·부산·인천을 택하고 있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는 아직까지는 제주도에 편중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한 제주도 내 토지는 245만5422㎡로, 투자이민제도가 시작된 2010년 4만9000㎡에서 50배 가량 증가했다. 기업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도 활발하다. 제주에 투자키로 한 중국기업은 지난 8월 말 현재 모두 9개 업체로 전체 외국인 투자기업 14개 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제주분마이호랜드·제주백통신원리조트·헬스케어타운 등 180만9000㎡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태민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노비자 제도, 지리적 근접성,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시행으로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 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제주가 중국 자본과 중국인의 손에 다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제주도가 20년 후 중국인의 정원이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콘도미니엄과 리조트타운 등 주로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어 건실한 경제 성장과 거리가 먼 데다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가 비등하자 제주도는 자체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정학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과장은 “불량 기업을 구별하기 위해 투자유치 초기단계에서 투자업체의 신용상태·투자의지·사업계획의 실행성 등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평가하고 있다”며 “국내기업과 똑같이 국내법을 준수하고 사업을 운영하도록 지도하고 향후 사업진행 과정을 엄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11호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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