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주식 가치는 7조3977억원이다. 그가 보유한 상장 주식이 근래 일제히 올랐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이후에는 정 회장의 지배구조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로 가동을 위한 첫 불씨를 심는 모습이다. 현재 현대제철은 3고로가 완공돼 연간 1200만t의 쇳물 생산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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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주식 가치는 11월 15일 기준 7조3977억원이다. 지난 4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에서는 주식 평가액이 5조9540억원이었다(4월 15일 기준). 당시 정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2위였다. 정 회장의 주식가치는 7개월 동안 무려 1조4437억원이 늘었다. 평가 방법은 정 회장의 보유 주식 지분가액을 집계했다.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은 11월 15일 기준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해 가치를 산정했다. 비상장 주식은 지분율에 순자산, 동일 업종 상장회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ER)을 곱했다.그 결과 비상장주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정 회장의 주식가치가 커진 데는 상장주식이 오른 때문이다. 그는 현대자동차(5.17%)·현대글로비스(11.51%)·현대제철(12.52%)·현대하이스코(10%)·현대모비스(6.96%) 주식을 갖고 있다. 이 중 주식가치가 많이 오른 종목이 현대글로비스·현대차·현대하이스코다.11월 15일 기준(이하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4만500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4월 16일 올해 최저점 14만9000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올랐다. 연초 이후 주가가 하락했던 이유는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발목이 잡힌 때문이다. 2~3월에만 해도 정부는 재벌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했다.이때 현대차그룹은 4800억원 상당의 영업 물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완성차를 국내외로 나르는 현대글로비스는 타격을 받고 주가가 하락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과도한 규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개정 법안의 방향이 바뀌었다.예컨대 효율성 증대가 명백한 경우에는 이미 구축화된 수직 계열화 체계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주가상승세를 이끈 것은 3분기 실적발표다. 3분기 매출은 3조25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98억원, 당기순이익은 1498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2.1%나 늘었다.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기업 성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점차 GM·도요타 등 글로벌 비계열사 운송(제3자 물류)을 확대하고 있다. 제3자 물류 비중은 지난해 16%에서 현재 27%까지 늘어났고, 곡물이나 석탄을 운반하는 벌크 사업도 키우고 있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사를 다변화해 성장동력을 키우는 모습이다.”현대차 주가 상승률도 높다. 현재 주가는 24만9000원으로 4월 15일에 비해 29%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가 오른 데는 실적 기대감이 한몫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해외 판매 증가, 신차 효과, 온건 성향 노조위원장 선출 등 3가지 호재를 꼽았다. 첫째, 해외 판매가 늘었다.10월까지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량은 345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이 중 현대차가 242만 대를 만들었다. 국내 공장의 수출 물량을 포함하면 현대·기아차해외 판매량은 532만 대에 이른다. 현대는 브라질 공장 3교대 도입, 중국 3공장 라인 증설 등으로 생산 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둘째, 11월말 국내에 제네시스가 출시되고, 내년 초에는 소나타 신모델을 선보인다. 서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소나타가 출시됐던 해에 현대차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들려줬다. “1985년 이후 5차례 소나타가 선보일 때마다 주가가 올랐다. 이 수치를 분석해보니 현대차의 주가는 국내 출시 전 3개월과 6개월 동안 코스피를 각각 17%포인트, 29.1%포인트 웃돌았다.”
셋째, 노조 파업의 감소 가능성이다. 파업은 현대차 생산에 영향을 준다. 11월 9일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중도 노선의 이경훈 씨가 당선됐다. 그는 2009년부터 임금·단체 교섭에서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끈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흥미로운 점은 1차 투표에서 강성 후보가 모두 탈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잦은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감과 사회적 비난 여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앞으로 노조 파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정 회장 보유 주식 중 현대하이스코 주가 오름폭이 크다. 4월 15일 2만7450원에서 현재 4만1400원으로 50% 급등했다.요즘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과의 합병이 이슈다. 10월 17일 두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제품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제철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현대제철은 17일 공시를 통해 “일관제철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할합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받아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제작하는 구조였다.합병 이후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충남 당진 공장과 전남 순천공장을 인수한다. 이를 통해 쇳물에서 자동차 강판까지 만드는 일관제철소로 거듭난다.두 기업의 합병효과는 어떨까.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현대제철이 유리하다. 지난해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이 거둔 매출은 5조4657억원이다. 현대하이스코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 부채비율이 높은 현대제철은 재무 부담을 줄일 기회다. 현대제철은 고로 1~3기를 건설하느라 9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현대하이스코 증설에도 약 1조원을 썼다. 6월 기준 차입금만 11조7000억원에 이른다.백 연구원은 11월 5일에 ‘호실적에 드리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대하이스코 얘기다. 그는 보고서에서 “자동차용 강판 매출이 늘고 원재료 가격이 인상돼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3.5%나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적을 이끈 냉연사업부가 현대제철에 합병돼 성장축이 꺾였다고 덧붙였다.두 기업 합병은 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준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다. 합병 이후에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연결되는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긴다. 현대차가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29.37%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이 합병하면서 현대차는 약 8%의 현대제철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의 신규 순환 출자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요즘 현대자동차그룹의 신규순환출자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정 회장이 현대제철 주식(합병 후)을 기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과 맞바꾸면 순환출자 고리는 끊긴다. 또 정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이 늘어나 그룹 승계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