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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BIOTECH CEO CHUNG, MYUNG-JUN 

한국형 유산균으로 세계인 건강 책임진다 

최은경 포브스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대기업 연구원 출신의 정명준 대표는 맨손으로 바이오 벤처회사를 설립해 20년을 이끌어왔다.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직접 개발해 세계 30여 개국에 판매한다. 올해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을 수출해 다시 한번 도약을 꾀한다.

▎정명준 대표가 실험실 가운을 오랜만에 입는다며 겸연쩍어했다. 연구원이었던 그에게 이제 CEO의 직함이 더 어울린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경기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로. 한적해 보이는 이곳에 가끔 유럽인들이 나타난다. 바이오 벤처기업 쎌바이오텍을 방문한 바이어들이다.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유산균 기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좋은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유산균은 알려진 대로 유해균을 죽이고 장 활동을 돕는 장속 유익한 세균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비타민처럼 알약이나 포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아토피 환자, 장이 민감한 아기, 장 질환이 있는 성인, 변비가 심한 수험생이나 임산부 등이 주요 소비층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산 원천기술을 보유한 쎌바이오텍이 주목 받고 있다.

정명준(56) 대표는 1995년 쎌바이오텍을 설립했다. 연구동과 제조공장으로 이뤄진 본사, 외국 바이어를 맞기 위한 게스트하우스, 지난해 완공한 신공장이 이 일대에 모여 있다. 2층으로 된 게스트하우스는 유럽식 석조건물 형태로 지었다. 내부는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로 꾸몄다. 주로 유럽·동남아시아에서 오는 바이어들은 이곳에서 3~5일을 머무르며 공장과 연구소를 둘러본다. 음식도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준비한다. 덴마크 바이어들에게 칼스버그 맥주를 내놓고 인도네시아 바이어들과 바비큐 파티를 할 때는 돼지고기를 빼는 식이다.

30여 개국에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와 완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는 이 회사는 종균 개발부터 제품 생산, 판매까지 원 스톱체제를 갖췄다. 세계적인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인 크리스찬 한센, 다니스코(이하 덴마크), 모리나가(일본), 로셀(프랑스) 등과 경쟁한다. 정 대표는 “원료와 완제품 제조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유통까지 직접 하는 회사는 쎌바이오텍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2012년 5월에는 자체 브랜드 제품인 듀오락을 출시했다. 현재는 한국과 덴마크에서만 판매한다. 덴마크에서 자리 잡으면 독일, 프랑스 등으로 판매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한국 사람이 홍삼을 애용하듯 유럽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가장 먼저 프로바이오틱스를 꼽는다”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2012년까지 OEM으로 덴마크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했다”며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쎌바이오텍 프로바이오틱스의 강점은 이중코팅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김치, 청국장, 치즈, 유아 변 등에서 좋은 유산균을 분리해 대량 배양하고 동결·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이중코팅은 유산균을 동결·건조하기 전 단백질과 다당류로 두 번 코팅해 장까지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정 대표는 “코팅이 안된 유산균이 위산과 만나면 99.9% 죽는다”며 “이중코팅 유산균을 4주간 섭취한 참가자들의 변에서 유산균을 채취했을 때 그 수가 섭취 전보다 10배에서 100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험 대상자들의 변을 들고 대학 병원이 있는 서울과 김포를 오가며 얻은 성과였다.

이중코팅 기술로 장까지 살아 가는 유산균

또 쎌바이오텍은 한국형 유산균으로 품질 차별화를 꾀했다. 정 대표는 “유산균은 식습관은 물론 물, 기후 등 주변환경과 그 나라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프로바이오틱스의 한 종류인 비피도박테리움은 엄마의 몸을 통해 아기에게 전해지는데 우리 민족이 5000년 역사를 지나오면서 좋은 유산균을 발생하는 DNA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은 고춧가루, 생강, 마늘 같은 강한 향신료에도 내성이 강해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몸 속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국형’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시장이 커지면서 외국에서 배양한 유산균을 수입해 저가에 판매하는 업체가 늘었기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 사람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쎌바이오텍은 홈쇼핑 같은 대량 판매 채널을 이용하는 대신 의사, 약사 등 전문가를 통한 판매 비중을 늘렸다. 정 대표가 직접 이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알려주고 의사, 약사가 소비자에게 알맞은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의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격 경쟁을 하면 저가 원료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잠깐 돈 벌고 말 것이 아니라면 비용과 시간이 들여서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해야 합니다.” 정 대표의 자신감은 기술력과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원(현 대상)에 입사해 미생물을 연구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덴마크 왕립공대에서 유산균 발효를 공부하며 그 매력에 빠졌을 때도 직접 사업을 할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계속 직장생활을 하던 중 회사 공장이 문을 닫게 돼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때까지도 창업할 생각은 없었어요. 경영은 전혀 몰랐으니까요.” 다른 식품업체에 이력서를 냈지만 팀장으로 일하던 정 대표의 조건에 맞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된 바에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싶어 유산균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외국 바이어를 맞기 위해 지은 게스트하우스. 집에 초대해 정성껏 대접하겠다는 정 대표의 뜻을 담았다.
내심 식품업체에서 책임자 급으로 일하는 대학·대학원 동기들이 도움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직원 10명을 모아 회사를 차리자 주문을 약속했던 친구들이 딴소리를 했다. 신생회사의 제품을 쓰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갔지만 바이오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라 유산균 사업을 하겠다는 ‘괴짜’에게 돈을 내주는 곳이 없었다. 정 대표는 집을 담보로 잡혀 3억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꾸려나갔다.

바이오 벤처 CEO는 전공자가 해야

어렵게 유통처를 뚫어 균주를 공급하며 사업이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완제품 공장을 지었을 때 외환위기가 왔다. 환율이 1달러에 2000원까지 올랐다. 정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유학 시절을 보낸 덴마크가 첫 공략지였다. 현지 유통업자들에게 밥을 얻어먹을 정도로 경비를 아끼며 덴마크와 서울을 오간 지 3년, 첫 계약을 따냈다. 정 대표는 “처음 진입은 어려웠지만 한번 거래를 트고 나니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2004년에 1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갔어요. 직원들과 함께 잔뜩 멋을 부리고 가서 기념촬영도 했지요. 그런데 잠바를 입고 캐주얼 신발을 신은 웬 중년 신사가 큰 상패를 신문지에 싸고 있더라고요. 가까이 가서 보니 3000만불 수출의 탑이더군요. 100만불 탑도 함부로 만지기 아까운데 그 귀한 걸 신문지에 싸느냐고 했더니 ‘원래 100만불 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하더니 가버렸어요.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안정된 지금은 그 뜻을 알 것 같다고 했다. 창업 때부터 함께 한 식당 아주머니만 봐도 그렇다. 수출사업 초기에 외국 바이어들에게 아침으로 대접할 빵을 준비하라고 했더니 동네에서 팥빵을 사왔다는 아주머니가 지금은 세계 각국의 맞춤식을 척척 내놓는다.

“10년 넘게 함께 일한 직원이 20여 명입니다. 핵심 멤버들이지요. 얼마 전 직원 부인들이 그러더군요. 회사 앞 허름한 다방에서 면접 보는 남편을 기다리며 한숨밖에 안 나왔다고요. 요즘은 쎌바이오텍에 입사한 걸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한답니다.”

20년 동안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에 매달려 온 정 대표는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서 평가 받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서 듀오락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매출액 500억원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거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2012년 듀오락의 매출은 259억원. 회사는 2013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

바이오 벤처사업가로 20년을 보낸 그는 바이오 벤처회사의 CEO는 생물학 전공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수가 창업하는 것은 반대란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도 사업에 성공하기 어려운데 다른 직함이 있어서는 열심히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10년 동안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인정받는 것이 벤처정신 아닙니까.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유럽에서 알아주는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 화장품과 신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드름을 죽이는 균주를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은 시제품을 시험하는 중이고, 대장암 치료제는 개발 준비 단계에 있다.

201404호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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