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39위 - 2004년 1280위에서 올해 439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한국 기업 가운데 9번째로 높은 순위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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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14조1651억원, 영업이익 3조379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9%에 달한다. 같은 해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8.4%, 7.8%였다. 2012년 7위였던 세계 반도체 업계 순위는 지난해 5위로 상승했다. 올해 실적은 더 좋아졌다.올 1분기 매출액은 3조74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영업이익은 1조573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증가율이 무려 234%다. 주가 역시 6월 20일 장중 5만9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5조1513억원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였다.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전의 이유가 시장의 확대와 SK그룹 편입이라는 환경 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D램 제품이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 그만큼 D램 시장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엘피다를 중심으로 10여 업체가 경쟁해왔다. 하지만 엘피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마이크론에 인수되면서 D램 시장은 안정된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350억1500만 달러(약 35조8238억원)로 전년 대비 32.5% 커졌다.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36.2%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6.8%, 21.5%로 2위 다툼이 치열하다.하지만 이런 팽팽한 관계가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자 구도로 시장이 과점화되면서 D램 가격이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어느 한 업체가 무리해서 공격적으로 공급량을 늘리지 않는 한 이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업체들이 신규 라인 설비에 소극적이고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 공급증가율이 낮다”고 말했다.진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지난해 2, 3분기 모바일 D램 수요가 늘었다”며 수요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두 애널리스트 모두 위험 요소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진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 후반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시절부터 고생한 것을 보상받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진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SK하이닉스는 지난 30여년 동안 굴곡진 기업사(史)를 써왔다.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는 이듬해 12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몇 년 되지 않아 세계 반도체 시장 20위권에 들었고 당시 메모리 반도체를 이끌던 일본 업체와 공동 개발 협력을 맺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시련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시작됐다. 1999년 SK하이닉스는 정부 주도의 빅딜로 LG반도체를 흡수합병했다. 회사 규모는 커졌지만 부채를 떠안으면서 재정이 악화됐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1년에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 불황이 닥쳤다. SK하이닉스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종합전자회사였던 현대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이외의 사업부를 모두 매각하고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로 새롭게 태어났다.그럼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채권단이 회사의 주인이 됐다. 2002년 마이크론에 매각되는 것이 기정 사실화될 만큼 하이닉스의 회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없었다. 국가 기술 유출 논란, 가격 문제 등으로 매각은 무산됐지만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서 직원들은 임금을 동결하고 구형 장비를 개조해 사용하는 등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놀랍게도 2003년 3분기에 회사는 흑자로 돌아선다. 이듬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해 사업 구조다변화에도 성공했다. 2005년 7월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라는 성과를 냈고 흑자는 2007년 3분기까지 지속됐다.2008년 다시 위기가 닥친다. 세계 금융위기로 메모리반도체 업체 간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 독일 반도체 회사 키몬다와 엘피다가 파산한 이 경쟁에서 하이닉스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조금씩 수그러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2012년 2월 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되면서 또 한 번 전기를 맞는다. 2011년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10조3959억원, 영업이익은 3691억원에 불과했다. 순이익은 560억원 적자였다. 초라한 실적이 2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으로 개선된 배경에는 주변의 우려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최태원 SK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10년 동안의 주인 없는 설움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전략을 펼 수 있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SK하이닉스는 2012년 6월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현 SK하이닉스 유럽 기술센터)와 미국 컨트롤러업체 LAMD(현 SK하이닉스 메모리 솔루션 센터)를 인수한 데 이어 대만 이노스터 eMMC 컨트롤러 사업부(2013년 인수),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le 카드사업부문(2014년 5월), 동유럽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2014년 6월)와 잇따라 인수 계약을 했다. 이 회사들은 모두 낸드플래시 사업에 경쟁력이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D램에 치우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2012년 2월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방진복을 입고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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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편입 이후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2월 엔지니어 출신의 박성욱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새 수장을 맡았다. 박 사장은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해 연구소장, 연구개발제조총괄을 역임한 정통 ‘하이닉스맨’이자 ‘기술통’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오세용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 교수와 이석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를 각각 제조부문장,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영입했다.
연구개발에도 과감한 투자조직도 기술 중심으로 개편했다. 미래기술연구원(연구소)과 상품기획기능, 시스템반도체 관련 사업부를 CEO 직속 부서로 두고 독립적으로 차세대 메모리 등 선행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4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지난해 말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4(Low Power Double Data Rate4)와TSV(실리콘 판에 구멍을 뚫고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뒤 관통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법) 기술을 적용한 초고속 메모리(HBM)를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28GB(기가바이트) DDR4 모듈을 개발해 초고용량 서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올 1분기에 16nm(나노미터, 1나노미터=10억분의 1m)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3차원(3D) 낸드플래시는 2분기에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D램 시장이 안정적일 것으로 바라봤다. 송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D램 분야는 경쟁력이 있지만 낸드플래시 분야가 다른 업체보다 약하다”며 “3D 낸드플래시 제품과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 제품을 시장이 원할 때 내놓을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