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현장을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초 여수공장 생산과장으로 일할 때 6개월 걸린다는 문제를 3주만에 해결해 주목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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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박진수(62) LG화학 부회장, 손석원(61) 삼성토탈 사장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을 대표하는 3인방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많다.”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의 말처럼 한국의 석유화학 업계를 이끌어가는 3명의 CEO에겐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고 석유화학산업 한우물만 팠으며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석유화학 분야의 리더가 서울대 화공과에 몰린 이유는 시대적 산물이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 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춰 변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 ~1966년)은 전력·석탄의 에너지원과 기간산업 확충, 농업생산력 확대에 맞춰졌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뒀다. 다음은 중화학공업 개발이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삼성토탈 역사상 처음으로 엔지니어 출신이 CEO에 오른 기록을 썼다. 1977년 시작한 TPM 운동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이어져온 성공적인 내부 혁신 사례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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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의식주를 해결 한 후에 원자재 자급과 수출을 위해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그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은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년), 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 ~1976년)으로 이어졌다. 인재들도 화공과로 몰렸다.
샐러리맨의 꿈은 CEO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실적과 리더십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리더 3인방도 굵직한 성과를 내면서 CEO에 올랐다.‘석유화학업계 맹장’으로 꼽히는 허수영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석유화학업계에 몸담고 있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석유화학업계 맹장’으로 불린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맡았을 때 4년 만에 연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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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8년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맡은 후 2조 9000억 원이었던 연매출을 4년 만에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능력을 보여줬다. 허 사장은 “업계에서 해야 할 말은 좀 하는 편이고, 과거 몇 년간 회사의 대형 인수 합병, 신규 사업에 직접 관여했다”며 CEO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허 사장은 ‘허계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리더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 1위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박진수 부회장은 15년 이상 생산 공장을 누볐던 현장 엔지니어 출신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현장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경영자”라고 했다.1980년대 초 여수공장에서 생산과장으로 일할 당시 폴리스티렌 생산 라인을 난이도가 높은 연속공정 방식으로 건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시운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의 기술고문이 ‘재가동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야전침대를 현장에 갖다 놓고 일하면서 생산라인을 3주 만에 재가동시켰다.손석원 사장도 삼성토탈에서 첫 엔지니어 출신 CEO다. 1979년 삼성석유화학에 입사했고, 2003년 삼성토탈 대산공장 공장장으로 승진한 후 8년 동안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삼성토탈 관계자는 “공장장을 오랫동안 지냈던 손 사장의 존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큰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1977년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 전사적 생산보전 활동) 운동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이어져온 성공적인 내부 혁신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