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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ORMAL INVESTMENT - ‘초지일관’ 투자 시장 뒤집다 

 

진검승부의 승자가 가려졌다. 기업 실적 악화, 세계 경기 둔화, 환율 불안으로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이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다. 이들이 이끄는 운용사는 연초 이후 국내 액티브 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나란히 1·2위(에프앤가이드, 설정액 1000억 원 이상, 9월 30일 기준)를 차지했다. 오랜 시간 지켜온 투자철학은 어려운 투자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확고한 신념으로 자본시장의 새로운 주역이 된 이들에게 한국 경제가 갈 길을 물었다.




▎북촌 한옥마을을 산책하는 존 리 대표. 사무실에서 불과 10분 거리다.
“미래에셋 (펀드) 하나 주세요.”

7년 전 ‘펀드 광풍’이 불었을 때 은행, 증권사는 특정 운용사의 펀드를 외치는 투자자들로 넘쳐났다. 투자자들은 맹목적이었고 지식이 부족했으며, 그만큼 위험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고 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펀드를 향한 기대와 관심도 사그라졌다. 시장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10월 17일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가장중 1900선 아래(1896.54)로 내려가자 ‘벼랑 끝’ ‘반 토막’ ‘연중 최저점’ 같은 문구들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시장은 다시 술렁였다. 지난 9월 2일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59조5052억 원(사모펀드 제외)으로 집계됐다.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60조 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연초와 비교하면 4조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잔고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은 2007년 57%에서 2013년 36%로 하락했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김군호 대표는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성공한 펀드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장이었다”고 올해 펀드시장을 정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메리츠자산운용(메리츠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셋플러스운용)은 국내 주식형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각각 20.20%, 14.44%를 기록하며 성과가 가장 좋은 운용사로 뽑혔다. 에셋플러스운용의 1년 수익률은 15.85%, 5년 수익률은 74.88%다. 이 회사는 ‘가치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강방천(54)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이 2008년 설립했다. 지난해 최하위권에 머무른 메리츠운용은 올 초 존 리(이정복, 56) 메리츠운용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아 판도를 뒤집었다. 이 대표는 미국 스커더 인베스트먼트에서 최초의 한국 투자 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운용해 15년 동안 1600%의 수익률을 올린 전설적 인물이다. 메리츠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초 418억 원에서 1881억 원으로 늘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487억 원이 증가했다(9월 말 기준). 김군호 대표는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 성장주, 횡보장에서 가치주의 성과가 좋다” 며 “최근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가 많이 나왔지만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앞으로 상당 기간 가치투자, 장기투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08년 강 회장은 국내 최초로 ‘직접판매(직판)’펀드를 내놓으며 “기존 세력과 나 혼자로 나뉜다. 지금은 새 발의 피”라는 말을 했다. 펀드계의 ‘이단아’로 불리던 그가 수익률로 투자원칙을 증명하고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 이 대표 역시 20년 넘게 미국 시장에서 일한 ‘이방인’이었다. 그가 장기투자를 강조할 때 국내 업계의 반응은 ‘과연 한국에서 먹힐까’였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투자철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화뇌동’하지 않는 투자철학


▎강방천 회장이 에셋플러스운용 판교 사옥 옥상에 섰다. 뒤로 IT기업들이 보인다.
두 사람의 투자 방식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운용 펀드 수가 적다. 메리츠운용은 ‘메리츠코리아펀드’ 1개에 주력한다. 에셋플러스운용 역시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차이나리치투게더’ ‘글로벌리치투게더’ 등 국내외 3개 펀드에 승부를 건다. 또 두 회사의 펀드매니저는 CEO와 투자철학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권오진 메리츠운용 전무는 이 대표와 스커더인베스트먼트에서부터 함께 일했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를 맡고 있는 최광욱 에셋플러스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에셋플러스 창립 멤버다.

좋은 기업을 찾으면 오랫동안 보유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장기투자’는 ‘존 리 투자철학’의 핵심이다. 그가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동안 투자종목의 평균 보유기간은 7~8년이었다. 회전율(거래 빈도)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국내 43개 자산운용사의 평균 회전율은 199%였다. 이 대표의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주식투자해서 돈 번 사람이 딱 두 부류인데 투자한 걸 잊어버린 사람과 이민 갔다 온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한국 투자시장은 단기 지수와 악재에 너무 민감해요. 투자자들도 장기투자로 돈을 벌어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그는 1990년대 초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주식을 2만 원대에 사 10년 후 440만 원(액면 분할 감안)에 팔았다. 도중에 단기이익을 챙긴 사람도 많았지만 그는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회사를 잘 모른 채 투자하면 흔들리겠지만 확신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내리면 주식을 더 삽니다.” 이 대표는 투자 종목을 정할 때 경영진의 능력과 도덕성을 비중 있게 본다. 경쟁 회사는 물론 하청업체, 경영진의 대학 동창까지 만나 기업의 미래를 점친다. 그가 자산운용업을 노동 집약적 사업이라고 하는 이유다.

시세가 아닌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 역시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에셋플러스의 투자원칙은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장기투자한다’이다. 강 회장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100년 펀드를 만들고 싶다”며 “그러려면 1등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1등 기업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좋고, 이익이 지속적으로 날 수 있으면서 사업 확장의 기회가 있는 기업이다. 그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잠재력을 길거리, 시장, 여행지 등 익숙한 삶 속에서 찾는다. 강 회장은 미래의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기업인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매매 타이밍을 맞히려는 순간 투자가 아닌 도박이 된다”며 “투자의 성패는 어떤 주식을 갖고 있느냐가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은 종이가 아닙니다. 주식투자는 한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 꽉 막히고 경직된 것이 문제

강 회장과 이 대표는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가 무엇이냐’ 는 질문에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구조개혁,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뜻을 같이 했다.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 전자의 10월 17일 시가총액은 160조4090억 원이었다. 한 달새 20조1800억 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시가총액 2위인 현대차의 주가는 9월 17일 21만 8000원에서 10월 17일 16만 2000원으로 한 달새 26%가량 하락했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강 회장은 “4년 전부터 시장을 좋지 않게 봤다”며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늘지 않아 코스피가 2100을 넘기 어려운 동시에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대체투자처가 없어 큰 폭으로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루한 박스권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현재의 시장 하락이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다. “다시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고 주가가 오를 거라는 희망이 없어졌어요.”

강 회장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근본적인 경제의 순환체계가 깨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로 인구구조의 순환이 깨졌다. “노령화, 저출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적으니 값이 떨어지겠지요. 이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수 없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투자 시장도 잠잠해요.”

강 회장은 “여기에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기업, 중국 제조기업의 추격 같은 대외 변수가 더해져 반전의 희망 없이 하락 자체를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설적으로 “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위기라고 생각되면 위기가 아닌 겁니다. 위기는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니까요.” 하지만 그는 선진국 단계로 가는 전환기에 아직도 사회 분위기가 경직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제조업, 수출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었지만 앞으로 5~10년 한국을 이끌어갈 기업은 달라 질 것”이라며 “대기업이 자본과 노동을 쉽게 소유하고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메리츠코리아펀드에 대형주와 함께 미래 성장 가치를 지닌 중소형주를 담는다.

이 대표의 말이다. “자본과 노동이 웅덩이에 물이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유망한 산업으로 향해야 합니다. 실리콘 밸리에 자본, 인재가 모이듯 말입니다. 미국은 자동차산업을 일본에 내줬고 제조업을 중국에 넘겼습니다. 한국 역시 더 이상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에서 중국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는 “한국은 아직도 수출이 아니면 망하는 줄 안다”며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과감히 버리고 유연성을 갖고 취할 것을 빨리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일본과 중국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할 수만 없다는 얘기였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려면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현대중공업이 돈을 못 벌면 벤처회사로 가야지요. 그리고 자본이 유연하게 움직이려면 탈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 대표는 재벌그룹 오너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방식도 비판했다. “경영전문가, 산업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더 현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그는 “일본보다 외국인 노동력 활용에 개방적인 면, 남다른 교육열, 통일에 따른 잠재적 경쟁력 등은 한국 고유의 강점”이라며 긍정적인 면은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를 뚫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주장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강 회장은 순환체계를 되살리기 위해서 창조적 파괴에 따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혈주의에 빠진 서울대, 고시 출신만 우대하는 관료사회, 자기확신주의 가득한 삼성전자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직원들을 회사에 가둬두지 말고 제2의 이해진, 김범수를 만들어야지요.”

중국 소비시장 눈 여겨 봐야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두 사람 모두 중국의 소비시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중국 소비 혜택을 꿰찰 수 있는 쪽으로 산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엄청난 구매력을 지닌 중국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건 기회”라며 “중국 소비시장을 뚫는 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회장과 이 대표는 중국 출장을 자주 간 다. 한 달 전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는 이 대표는 “금융 분야가 글로벌화되고 금융인들의 자신감이 넘쳐 놀랐다”며 “중국 소비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버블 위험 등 중국이란 나라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중국에 자체 리서치센터를 두고 있다.

강 회장은 중국 소비시장 외에 모바일 생태계와 그린 에너지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제2의 네이버, 구글, 아마존이 나와야 합니다. 특히 전기차 분야는 안타까워요. 충전소도 하나 만들지 않고 뭐합니까. 보조금도 팍팍 주고 취등록세를 면제해줘 기업들이 뛰어들게 해야지요. 기득권에 밀려 세계 트렌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국민의 꿈과 희망이 점점 줄어들 겁니다.”

이 대표는 인터넷, 바이오, 금융 같은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삼성전자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주식이 지난 몇 년 동안 오르지 않아 싸다”며 “요즘 같은 때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불균형이 이슈인데 노동력에만 의지해서 그래요. 미국도 이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주식을 장려했거든요. 한국도 그렇게 될 겁니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장기투자, 분산투자를 하고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강 회장 역시 좋은 기업에, 제대로 된 방법으로 투자한다면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발품을 팔아 좋은 펀드, 좋은 운용사를 찾아나서야 한다”며 “기대 수익률을 5~10%로 낮추고 분산투자하라”고 말했다.

해외투자로 자산을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강 회장과 이 대표는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해외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외국 자본과 대결구도를 버리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존 리) “알리바바, 애플, 아마존, 구글, 루이비통, P&G 같은 외국의 혁신기업의 주주가 돼야 합니다. 어떤 지역이든 예측 불가능한 경기 상황에 집착하면 1등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려요. 유럽, 중국의 경기가 나빠진다는 가정 아래 누가 가장 행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강방천)

외국 혁신기업의 주주 돼라

퇴직연금 역시 앞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이 대표는 “수명은 늘고 은퇴는 빨라지는데 나이 들어 돈, 노동력이 없으면 자본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며 “길게 보면 예금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정부는 규제 완화로 시장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왜 홍콩, 싱가포르에 지사를 낼까요. 규제 때문입니다. 한국은 산업, 기후, 지정학적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지사가 들어오면 고용이 늘고 글로벌 교육이 이뤄져 진정한 금융허브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NEW NORMAL INVESTMENT - 상상하는 강방천, 질문하는 존 리


▎“한번 더 의심하고 항상 물음표를 던집니다. 한국에선 왜 질문을 안 하죠?” -존 리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에서 자란 강방천 회장과 미국에서 30년 넘게 지낸 존 리 대표가 투자철학, 경제 분석에서 비슷한 시각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강 회장은 어린 시절 하루 종일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한다. 투자를 시작하고도 책을 읽는 대신 상상을 했다. 유일하게 즐겨보는 책이 지도 책이다. 같은 현상을 넓은 망원경적 시각과 좁은 현미경적 시각으로 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하는 힘은 통찰력을 길러줬다. 이 습관은 지금도 그의 투자전략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벽 2, 3시에 일어나 한참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미래 먹거리는 뭐가 될지 하루에 수억 가지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가지도 결론이 안 날 때가 많지만 끊임없이 가설을 세워 가설끼리 부딪치며 결론을 내는 것이 그만의 상상법이다. “지금은 제조업 중심의 대량생산 시대를 접고 대량 상상의 시대로 가야 할 때입니다.” 강 회장은 항상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 성격이 급한 편이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펀드매니저가 바쁠 거라는 건 편견입니다.”(웃음) 한번 더 의심하고 항상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그는 어릴 때 질문을 많이 해서 맞은 적도 있다. “한국의 질문 안 하는 문화가 이해 안 돼요.” 그래서 그는 강연을 할 때면 정해진 강연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청중에게 질문을 유도한다.

두 사람은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붙이면서 남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지금은 대량생산의 시대를 접고 대량상상의 시대로 가야 할 때입니다.” -강방천
강 회장이 업계 최초로 직판 펀드를 내놓은 것만 봐도 그의 고집을 알 수 있다. 투자 철학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4년 동안 직판을 고수하던 에셋플러스는 2012년부터 모바일 네트워크 발달 등 마케팅 환경 변화로 간접판매를 시작했다.

최근 강 회장은 또 한번 일탈을 감행했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 “서울 도심을 벗어나 소문에 영향 받지 않고 나만의 관점을 세울 곳이 필요했어요. 판교에는 IT 기업이 모여 있어 좋은 기업을 찾기 쉬울 거란 생각도 했고요.” 제주도에 사무실을 내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생활을 고려해 타협을 본 곳이 판교다.

‘탈 여의도’는 메리츠운용이 한발 앞섰다. 메리츠운용은 지난해 6월 이 대표의 의견에 따라 본사를 서울 북촌 한옥마을로 옮겼다.

“한국에서는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더군요. 꼭 여의도에 있을 필요는 없지요. 조용히 생각할 수 있게 가장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이 어딜까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는 운용사가 바닷가에 있거나 군인 막사를 고쳐 사무실로 쓰기도 한다”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경험한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메리츠운용에 이식했다. 우선 보고서를 없앴다. 팀장, 본부장 같은 직급도 없다. 보고할 것이 있으면 담당 직원이 대표에게 직접 얘기하거나 이메일, 전화를 이용한다. “직원들 일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할 일이 끝나면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과 시간을 보 내라고 합니다.”

그가 투자철학을 지키고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약속 덕분이다. “저는 임기가 없습니다. 덕분에 단기 수익률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장기적 시각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어요.” 두 투자의 귀재에게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물었다.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노후가 걱정돼서입니다. 주식과 함께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부지런히 뛰어야지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모보다 내실을 기하려고 합니다.”(존 리)

“과거 6년이 ‘검증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6년은 ‘사명감의 시간’이 될 겁니다. 2020 년까지 퇴직연금 시장을 키워 희망을 주는 운용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강방천)

201411호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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