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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안에 5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할 것”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계의 스타로 꼽힌다. 창업 4년 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김 대표는 “다음 세대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출신의 김봉진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하고 기발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1826년 영국에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승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다. 마차가 달리던 시절이니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가 될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등장에 마차와 철도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영국정부는 이들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해 1861년 법을 제정한다. 세계 최초의 교통법으로 불리는 ‘증기차 법안’(Locomotive Act)이다. 이 법은 1878년까지 2번 개정됐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적기조례’(Red Flag Act), 일명 ‘붉은깃발법’은 1865년 개정된 법을 말한다. 법이 규정한 증기차 최고 속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약 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약 3km/h)로 제한했다. 또한 법에는 증기자동차에 3명의 운전수(운전수, 기관원, 기수)가 탑승해야 하고, 이 중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적기조례라고 불리는 이유다. 쉽게 말해 자동차가 앞에서 걸어가는 기수를 추월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법이 규정한대로 자동차가 속도를 지키면 기수를 앞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도보 속도는 평균 5km/h이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를 타느니 오히려 걸어가는 게 빠른 셈이다. 이렇게 황당한 법이었는데도 1896년이 되어서야 폐지됐다. 자동차 산업이 꽃 피울 기회를 영국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적기조례는 제도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을 때 어떤 문제가 벌어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IT 혁신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 적기조례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적기조례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제도와 충돌하고있는 우버, 에어비앤비, 핀테크 등이다. 요즘 가장 핫한 배달앱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여야 했던 수많은 음식점 전단지와 쿠폰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해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수료가 비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배달앱이 가져온 혁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길거리에서 주운 전단지 5만장으로 서비스 시작

하지만 배달앱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4년 8월 신한금융투자가 펴낸 보고서 ‘배달의 시대’에 따르면 한국의 음식 배달 산업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이중 배달앱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투자자들도 배달앱을 주목하고 있다. 배달앱은 ‘자취생의 필수품’이었지만, 지금은 ‘투자자의 필수품’이 됐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1조원 배달앱 시장을 연 주인공은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39) 대표다. 김 대표는 직접 길거리에서 주운 전단지의 식당정보 5만개를 모아 2010년 6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배달앱으로 키워냈다. “수수료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스타트업은 혁신을 추구 하다보면 기존 질서와 부딪히는 면이 있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음식점)사장님들과 합의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낮춰 주문방식에 따라 5.5%~9%로 책정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성공의 롤모델로 꼽힌다. 김 대표는 한 때 “100억원 가치의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00억원 이야기를 하는 데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라. 100억원은 꿈같은 목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3~4년 안에 기업가치를 5조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며 웃는다. 창업한지 겨우 4년 만에 우아한형제들이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의 명함에는 ‘경영하는 디자이너’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자신이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서울 석촌동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곳곳에서 김 대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활동을 문제형식으로 살펴보는 ‘우아한 모의고사’가 사무실 한쪽 벽면에 새겨져 있다. 4지선다형 문제를 다 풀면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의민족의 역사를 한 눈에 이해하게 된다. 광고 촬영을 위해 제작한 동판에는 ‘족과의 동침’ ‘7번방 치킨’ 등 기발한 패러디 문구가 적혀 있다. 사무실 한쪽에 전시되어 있는 배달의민족 잡지 광고는 더욱 파격적이다. 보통의 잡지 광고가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화려한 사진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잡지 광고는 백지 위에 ‘인류는 왜 닭을 선택했는가’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복날은 간다’ 등의 큰 글자의 문구만 적혀 있다. 잡지 광고담당자가 배달의민족이 보내준 광고 시안을 보고 “이게 다냐?”고 질문할 정도였다. 배우 류승룡을 내세워 화제가 됐던 배달의민족 TV광고는 대히트작으로 꼽힌다. 2014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우아한형제들은 통합미디어와 인쇄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1월 15일 열린 ‘TV CF어워드 2014’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아 번득이는 재치를 인정받았다.

“디자이너 출신 CEO가 운영하는 회사라서 그런지 곳곳에 재미있는 게 많다”라고 하자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답변을 했다.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하고 나서 미래를 한번 그려본 적이 있다. 기업을 성장시키고, 돈을 벌고. 그 다음에는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은 기업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아한형제들이 사회에 무엇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업 문화를 남기려고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4년 12월 잡플래닛과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50개 기업’에서 우아한형제들은 대상을 받았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우아한형제들 문화가 야근도 없는 자율출퇴근제,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 직급도 없는 평등한 조직문화 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의 사내 문화는 정반대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회사 출입문에 떡하니 붙어있을 정도로 출근 시간은 무조건 9시까지다. 심지어 조직장들은 매일 오전 8시40분에 회의가 있어서 더 빨리 출근해야 한다. 요즘 IT 업계에 불고 있는 직급제 폐지나 자율 출퇴근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뭘까.

직원들 간의 경쟁을 없애 만족도 높여


▎김봉진 대표의 기발함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을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월급 많이 주고 복지혜택이 많은 ‘좋은 회사’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는 다른 것 같다. 돈만 벌자고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회사에서 이루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의 만족도가 더 크다.”

우아한형제들은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가족의 생일에 조기 퇴근하는 제도인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직원 도서구입비 무제한 지원이다. 책을 많이 읽는 직원의 경우 매월 10만원~30만원 어치의 책을 구입한다. 심지어 한달에 책 값으로 100만원을 청구한 직원도 있다. 이 외에도 직원 재량으로 고객 불만을 처리하는 ‘샤방샤방’, 한 달에 한번 미용비 지원, 직원들끼리 소원 들어주는 ‘짝꿍 프로젝트’ 등 독특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4.5일제는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도 중 하나다.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출근을 오후에 하는 제도다. “올해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지방이 고향인 직원들이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김 대표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영업파트에 적용됐던 ‘인센티브’를 없애고,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인사팀 대신 직원 케어만 전담하는 ‘피플팀’ 조직을 만든 것이다. 직원간 내부 경쟁을 없앤 것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끼리의 경쟁은 단기적인 성과는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원들 사이의 협동과 팀워크를 약화시킨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이 아닌 고객창출이다.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철학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서비스를 만드는 임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행복을 준다고 믿는다. 김 대표가 이런 기업 문화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 문화와 직원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것. “직원이 80명을 넘어갈 때 정말 힘들었다. 회사 내에 파벌도 생기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다양한 멘토들을 만나면서 의논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직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노력이 통해서일까! 직원 가족들은 ‘우리애가 즐겁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손편지를 김 대표에게 보내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한 쪽 벽에는 ‘우아한형제들 버킷 리스트’(2014년 12월 31일까지 이런 회사 만들어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금발의 미녀, 외국인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먹는 걱정 안하는 회사 음료수 과자 무한 제공’ 등을 포함해 22개 항목이 있다. 버킷리스트에는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항목도 있는데, 완수했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기업의 실적도 급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김 대표가 ‘전단지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준비를 시작했다. 창업을 꿈꿨던 게 아니다. “서비스 차원이었다. 형을 포함해서 내가 알고 지냈던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앱을 만들었다. 2010년 6월 앱스토어에 앱을 올린 후에야 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처음 다 모였을 때 독립군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와 창업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앱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배달의민족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여기저기서 김 대표에게 “배달 앱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 “앱에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등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김 대표는 “나는 투자를 받기 위해 PT를 준비해야 하는데, 배달의 민족 관련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고, 원래 계획했던 창업 대신 배달의민족에 올인하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3~4년 후 상장 할 계획


원래 준비했던 스타트업에서 나온 후 그는 배달의민족을 키워보기로 했다. 수제 가구 사업으로 쫄딱 망했던 이력이 있었기에,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실패의 경험이 배달의민족을 튼튼한 기업으로 키워낸 자양분이 됐다. “수제가구 사업할 때와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할 때 마인드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지만 생각했던 것 같다. 창업자들은 실패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입소문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가 우아한형제들에 3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에는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 캐피털 ·IMM인베스트먼트에서 22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배달의민족 다운로드 건수가 2011년 7월 200만 건을 넘어섰는데, 1년도 안되서 500만 건을 돌파했다. 2012년 12월에는 월간 주문량 200만 건을 기록했다. 2014년 1월 배달 앱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한 이후 한번도 선두를 빼앗긴 적이 없다. 2014년 1월에는 알토스벤처스·스톤브릿지캐피털·IMM인베스트먼트·사이버에이전트에서 120억원을 투자 받았다. 스타트업계를 놀라게 한 소식은 2014년 11월에 터져 나왔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 김 대표는 “나는 골드만삭스를 GS라고 부르는 지 처음 알았다”며 웃었다. 김 대표는 GS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한국의 대기업 GS로만 생각한 것. GS에서 왜 배달앱에 관심이 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만나보니까 GS가 골드만삭스였다. 나도 놀랐다.”

2010년 6월에 5명이 시작했던 우아한 형제들은 4년 만에 직원수 157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거래되는 금액만 수천억원 규모(김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 거부했다)다. 지난해 말에는 라인과 함께 만든 라인와우(Line Wow) 서비스로 일본에도 진출했다. 김 대표는 “일본 진출 성적은 따져볼 단계가 아직 아니다. 사업 규모도 작게 시작했고, 일종의 시험관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은 우아한형제들 상장과 해외 진출이다. 상장 소식은 당장 들려올 것 같지 않다. 김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3~4년 안에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보고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하며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스타트업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아직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 다음 세대들도 다니고 싶은 회사로 성장하면 그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201502호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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